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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국방비 증액, 한국 또 '현금자동지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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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국방비 증액, 한국 또 '현금자동지급기'? [정욱식 칼럼] 오바마 역대 최대 규모 국방비 요구,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월 1일 국방예산안을 포함한 연방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회계연도 2016년 총 예산안은 4조 달러이고, 이 가운데 국방부 소관 예산은 5343억 달러이다. 전년도보다 8% 늘어난 이 요구안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이다. 특히 무기 체계의 운영 유지 및 신규 획득 사업비가 전년도보다 14%나 늘어났다. 군사력 현대화를 통해 군사 패권을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가 실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오바마 행정부는 이슬람국가(IS) 격퇴 등 해외군사작전(OCO) 예산으로 509억 달러를 요청했다.

오바마는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미국의 안보가 튼튼할 때 경제도 번영할 수 있다"며 국방예산 증액 배경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미국 내 논란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오바마의 국방예산안은 미국 의회가 2013년에 제정한 연방예산 자동 삭감(시퀘스터) 조항과 충돌한다. 시퀘스터에 따르면, 국방비의 상한액은 4990억 달러이다. 그런데 오바마의 요구안은 이보다 353억 달러나 많다. 또한 오바마의 요구안은 '증세'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공화당은 절대 불가를 고수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치열한 '예산 전쟁'을 예고해주는 대목들이다.

이는 2016년 11월에 치러질 대선 전초전의 의미도 담고 있다.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공화당은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안보 문제를 벼르고 있다.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자이자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 출신이라는 점도 공화당의 셈법에 담겨 있다.

그런데 민주당 정권인 오바마 행정부가 대폭적인 국방비 증액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공화당이 이를 거부하면 민주당 정권이 안보 문제로 공화당에 대한 역공세가 가능해지고, 공화당이 동의해주면 대선에서 안보 이슈는 약발이 떨어질 공산이 커진다.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일종의 양수겸장을 둔 셈이다.

▲ 신년 국정연설을 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가운데) ⓒAP=연합뉴스

최우선 순위는 '아시아 재균형 전략'

우리의 입장에서 주목할 점은 미국의 대폭적인 국방비 인상이 아시아 재균형(rebalance) 전략을 겨냥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이와 관련해 존 케리 국무장관은 "재균형 전략은 오바마 행정부 정책 가운데 최우선 순위"라고 했고, 로버트 워크 국방부 부장관도 5개의 우선순위를 발표하면서 재균형 전략을 맨 앞에 뒀다.

주요 무기 현대화 사업으로는 F-35를 비롯한 차세대 전투기, 장거리 폭격기, 구축함 및 잠수함 추가 건조, 미사일방어체제(MD), 핵무기 현대화, 그리고 사이버 안보 등이 망라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IS, 시리아, 우크라이나 등 중동과 유럽 분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군사력 현대화의 본질적이고도 중장기적인 초점은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맞춰져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오바마 행정부가 지속적인 국방비 증액안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펜타곤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회계연도 기준으로 2017년 5470억 달러, 2018년 5560억 달러, 2019년 5640억 달러, 그리고 2020년에는 5700억 달러를 국방부 소관 예산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해외군사작전 예산이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이 이처럼 연방 정부 자동예산삭감(시퀘스터)에도 불구하고 군비증강을 선택함으로써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안보 정세도 더욱 악화될 공산이 커졌다. 우선 활발한 경제 교류에도 불구하고 군비경쟁은 식지 않고 있다는 '아시아 패러독스'가 격화될 전망이다. 중국은 매년 10% 안팎으로 군사비를 늘리면서 이미 세계 2위의 군비지출 국가가 되었다. 3년 전에 세계 3위의 군사비 지출 국가로 올라선 러시아 역시 최근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군사비 증액을 늦추지 않고 있다. 10년간 군사비를 동결했던 일본도 작년부터 군사비 증액으로 돌아섰다. 남북한의 군비경쟁 역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렇듯 동북아 군비경쟁이 첨예해지면서 그 한복판에 있는 한반도 정세도 크게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미국 행정부와 의회 사이에 예산 전쟁이 벌어질 3~4월은 한미연합훈련인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과 그 시기가 겹친다. 예산 전쟁을 앞둔 펜타곤으로서는 군사훈련을 강행할 국내 정치적 사유가 더 커진 셈이다. 북한을 겨냥한 대규모의 무력시위는 북한의 반발을 초래할 것이고, 이 와중에 불거질 '북한위협론'은 미국의 국방비 증액을 관철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구실로 이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국의 군산복합체에게 '꽃놀이패'가 된 지 이미 오래다. 남한도 세계 최대의 미국 무기 수입국이 되면서 '현금자동지급기'(ATM)가 되고 있다. 이 와중에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요원해지고, 남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도 동반 하락해왔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남북대화를 재개해야 한다. 그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한미군사훈련이 북한의 반발과 맞물려 광풍을 몰아치기 이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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