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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가 중국과 무관?…미국의 자기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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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가 중국과 무관?…미국의 자기모순 [정욱식 칼럼] 다시 '사드'다 (중)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 담당 부서인 펜타곤 산하 미사일방어국(MDA)이 록히드마틴이 개발하고 있는 '신형' 사드를 MD 구상에 포함시킬 것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펜타곤이 이런 입장을 밝힌 이유는 중국과 러시아의 초음속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드보다 더 빠르고 멀리 날아가는 신형 사드가 필요하다는 데에 있다.

미국이 행정부 차원에서 신형 사드 개발 배치를 추진할지는 미지수이다. 또한 미국 의회가 승인해줄 것인지도 지켜봐야 한다. 신형 사드를 개발하더라도 한국에 배치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신형 사드 추진은 MD의 무서운 자기증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이 MD를 추진하자 중국과 러시아는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더 강력한 미사일을 개발하고, 미국은 또 이걸 요격하겠다고 더 강력한 MD를 추진하는 메커니즘을 확인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가 중국과 무관?

여기서 제기되는 질문은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MD가 과연 누구를 겨냥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 때문이라고 하지만,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보더라도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가령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로 펜타곤이 2010년에 작성한 <MD 보고서>에서는 중국을 "각별한 우려"라고 명시했다. 그런데 이 보고서는 미국이 2011년에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발표하기 전에 나온 것이다. 재균형 전략의 핵심은 중국의 거부 전략을 무력화해 미국이 동맹국과 함께 행동의 자유를 증진하는데 있다. 그리고 사드를 비롯한 MD는 이를 위한 핵심적 무기체계이다.

한국 땅에 사드가 들어온다면, 세계 최대 미군기지 가운데 하나이자 중국과 가장 가까운 평택 기지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미·중 간의 무력 충돌 시 핵심 관건 가운데 하나는 오산공군기지를 포함한 평택 기지가 대중국용으로 전환될 것인가의 여부에 있다. 중국이 평택 기지가 자신을 향한 발진기지가 되는 것을 억제하는 유력한 방법이 바로 동부 해안에 배치한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이다. 그런데 미국은 이미 패트리엇을 배치한 데 이어 사드 배치까지 검토하고 있다. MD를 장착한 이지스함도 수시로 들락거리고 있다. 이렇듯 미군의 MD 능력이 배가되면 미국의 대중국 군사적 개입력은 높아지고 중국의 대미 억제력은 약화될 수 있다. 중국은 바로 이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이 자신의 앞마당까지 진출하는 것에 대해 극도의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2010년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전을 거치면서 미국이 항모전단을 서해에 파견하면서 표면화됐다. 그 직후 중국은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신형 탄도미사일을 개발했다. 그런데 평택에 사드가 배치되면 서해에 진출하는 미국 항모 전단도 방어권에 포함될 수 있다.

사드가 중국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것은 미국의 외교적 압박 전략에서도 드러난다. 미국은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지 않으면, 미국은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MD 구축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중국에 경고해 왔다. 이는 거꾸로 사드가 중국과 무관하다면 성립할 수 없는 얘기이다. 중국이 한국 내 사드 배치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데에는 미국으로부터 이러한 입장을 줄곧 청취해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각도에서 보는 주권의 문제

1년 가까이 지속되어온 사드 논란을 통해 우리는 두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하나는 미국의 끈질긴 집착이다. 지난해 말 사드 배치를 사실상 철회했던 펜타곤은 올해 들어 다시 군불을 때고 있다. 북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반발해 또 다시 핵실험을 하거나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다면, 사드 배치 논의는 또 다시 급물살을 탈 공산이 크다.

또 하나는 중국의 일관되고도 강력한 반대이다. 미국은 작년 하반기부터 중국을 집중적으로 설득했지만 실패했다. 한국도 중국과 무관하다고 해명해왔지만, 중국은 국방장관까지 나서서 공개적으로 이를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반대를 한국의 주권 침해로 간주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그런데 한국의 주권 문제는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국 땅에 있는 미군이 한국의 주권 안에 있느냐는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쉽게 말해 한국이 주한미군이 대중국용으로 전환되는 것을 통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한미동맹에는 이러한 제도가 없다. 사전 승인은 고사하고 사전 협의 제도도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중 간의 무력 충돌 시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기지로 이용되면, 한국은 중국에게 국제법적으로 군사적 적대 행위를 하는 셈이 된다. 한국의 의사와 관계없이 한국이 중국의 안보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게 된다는 의미인 것이다.

사드가 품고 있는 문제의 본질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중차대한 문제를 감수하면서까지 사드 배치의 실효성이 과연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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