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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문재인·김상곤에 맹공 "해당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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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안철수, 문재인·김상곤에 맹공 "해당행위" "文, 대선 TV토론 때 이정희 놔두듯 김상곤 실언 놔둬"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문재인 대표와 '김상곤 혁신위원회'에 대해 재차 날선 비판을 가했다. 국정감사와 '고영주 파동',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 등을 놓고 잠시 '휴전'에 들어갔던 새정치연합 내의 주류-비주류 간 갈등이 재점화될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안 전 대표가 선공에 나선 모양새다.

안 전 대표는 8일 일부 기자들과 점심을 들며 "너무나 실망스럽다. 혁신위가 해당(害黨) 행위를 했다"며 "굉장히 심각하게 당의 경쟁력을 훼손했다"고 '김상곤 혁신위'를 맹비난했다. 안 전 대표는 "지금이 선거 전략을 얘기할 때냐"며 "당이 바뀌어야 선거 전략도 있는 것인데, 당은 하나도 안 바뀌었는데 그냥 선거로 몰고 간 것"이라고 했다. 혁신위가 전현직 대표 등에 대해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요구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안 전 대표는 이어 "정치인 개개인의 결단은 (유권자들을) 깜짝 놀라게 해야 감동이 있는 것이지, 그렇게 미리 앞서서 등을 떠미는 것이 어디 있나"라며 "(이는) 정치인 개인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라고 거듭 비판했다. "수도권 의원들도 내년 선거에서 보면 매우 심각한데, 수도권이나 충청권은 놔두고 다 이긴 것처럼(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지난달 23일 혁신위는 문재인 대표에게 "불출마를 철회하고, 부산 지역에 출마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이해찬, 문희상, 정세균, 김한길, 안철수(선수 순) 전 대표들에게도 '백의종군'을 요구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김상곤 "문재인, 부산에 나와라…희생 필요")


문재인 대표에 대한 비판도 거침없었다. 안 전 대표는 "혁신은 대표가 하는 것이고, 혁신이 성공하는 경우는 대표가 의지와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실행할 때"라면서 "문 대표도 '혁신하겠다'고 해서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에게 표를 받은 것 아니냐"고 혁신위 구성 자체를 비판했다. 안 전 대표는 이어 "문 대표가 맡아서 혁신을 하든지 대표를 그만뒀어야 한다"며 "혁신은 남한테 맡기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특히 자신이 혁신위를 비판했을 때 김상곤 위원장이 "성급하고 무례하다"고 맞받은 것(☞관련 기사 :김상곤, 안철수 겨냥 "前대표가 성급하게…")에 대해, "김 위원장은 '무례하다'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점이 고민이었다'고 감싸안았어야 하고, 김 위원장이 실언을 했을 때 문 대표도 '가만히 있으라. 그렇지 않아도 나도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국면을 전환시킬 기회가 오랫동안 있었는데 그냥 놔뒀다. 대선 TV토론 때 이정희 전 후보를 놔둔 것처럼 그냥 놔뒀고, 그러니 본인이 몰려서 재신임(국면)까지 간 것이다. 국면 관리를 잘못했다"고 둘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제가 9월 초에 '혁신이 실패했다'고 얘기했는데, 그 다음에 혁신위나 문 대표가 (이를) 받아서 '아, 우리도 지금 열심히 노력했지만 국민들이 관심이 없고 참 걱정됐는데 문제 제기를 잘 했다.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 보자'고 했으면 역동적 에너지로 바뀌었을 것이다. 그러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을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제가 던진 부패 척결 방안이나, (혁신의) 3가지 원칙과 5가지 실행과제에 대해 문 대표가 지금 답을 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그 많은 권한을 정치인에게 주는데, 최소한 그 수준은 돼야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정도는 해야 외부에 나간 사람들도 부를 수 있지, 안 변한 당에 들어올 명분이 없다. 통합과 혁신이 중요하지만 우선순위는 혁신이 먼저"라고 야권 통합 논의로 말을 이었다.

그는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주장한 '통합전대론'에 대해 "하나도 안 바뀐 상태에서 들어오라는 것은 실현 불가능하다. 당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들어오든 말든…(할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문 대표부터 모든 이들이 통합에만 시선이 가 있다"며 "혁신하지 않고 통합만 말하면 '봉합'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주류 일각의 야권 통합 논의에 대해서도 비판적 의견을 밝혔다.

새정치 내부 갈등 양상은?


국감 기간 동안 표면화되지는 않고 있었지만, 새정치연합 내부의 갈등은 여전히 복잡한 양상을 띤 채 잠복해 있다. 문 대표와 김상곤 혁신위를 지지하는 주류 그룹은,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을 실천에 옮기는 한편 총선 준비 작업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 대표 측이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위원장에 조은 동국대 명예교수를 사실상 내정하고 확정 절차를 서두르고 있는 것도 이런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비주류의 입장은 나뉜다. 정세균·박지원 의원 등은 총선 준비를 하기는 하되, 문 대표가 중심이 돼서는 안 된다며 당내 계파 수장들이 참여하는 선대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또 박영선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등이 참여하는 '통합행동' 등 일각에서는 천정배 의원 등 당 외부의 신당 추진 세력까지 아우르는 '통합 전당대회'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합 전대론'은 문 대표 재신임 국면에서 제기된 '조기 전대론'과 마찬가지로 문 대표의 사퇴를 전제로 한다.

비주류에 속하는 안 전 대표는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을 실천에 옮기는' 수준을 넘어, 혁신위의 혁신은 실패했으며 연말까지는 또다른 혁신 작업에 당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20일 자신이 제시한 3대 혁신 방향(△부패 척결 △낡은 진보 청산 △유능한 인재 영입)의 하나로 부패 척결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다음 주 초반께 '낡은 진보 청산' 방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관련 기사 : 안철수, '반부패' 내세워 문재인과 선 긋기)


안 전 대표는 이날 오찬 간담회에서도 "낡은 정치를 바꿔야 할 임무가 저에게 있다"며 "그래서 부패 척결을 얘기했다. 왜냐하면 혁신위에서 못 한 부분들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는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 과제)는 대부분 공천안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며 "당을 바꾸는 일을 해야 하고, 토론회도 하면서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총선 준비 일정에 대해서는 "내년 1월부터 들어가도 충분하다"며 "지금이 10월인데 뭐가 급한가. 저는 3개월은 혁신해야 한다고 본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올해는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며 "그러면 문 대표도 안정될 것이고, (당) 지지율도 오를 것"이락고 했다.

당내 비주류의 좌장 격인 김한길 전 대표는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같은 비주류의 입장을 종합한 듯한 "'진짜 혁신'과 '야권 통합'이 국민의 명령"이라는 글을 올렸다. 김 전 대표의 글에서 "당 지도부가 내세운 혁신위의 결론은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구하지 못했다"거나 "혁신의 이름으로 또다시 패권정치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받고 있다", "혁신위는 '뺄셈의 정치'를 시도하고 있다"는 부분은 안 전 대표의 입장과 매우 유사하다. 또 같은 글에 나오는 "당 밖의 우리편까지 모두 하나로 통합해서 승리의 길로 매진해야 한다", "당내 화합은 물론, 당 밖에서 세력화를 도모하는 분들의 충정을 살피면서 모두가 하나로 뭉칠 수 있는 통합의 길을 찾아나서야 한다"는 부분은 박영선 의원 등의 입장과 궤를 같이한다.

국정감사가 끝나면, 당장 다음 주부터 이같은 주류 측과 비주류 측의 의견 대립은 본격화할 태세다. 12일에는 김 대표와 가까운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 주관으로 당 혁신방안 관련 토론회가 열리고, 김한길·박영선·박지원·안철수·이종걸 등 비주류 주요 인사들이 전원 참석한다. 안 전 대표도 이즈음 '낡은 진보 청산' 방안을 발표한다. 공평위원장 인선을 두고 11~12일 최고위원회에서도 격론이 예상된다.

安 "노회찬과 붙어도 부담 없다…대선? 아무 생각 없다"

한편 이날 오찬 간담회에서 안 전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와 서울 노원병에서 맞붙는다면 부담을 느끼지 않겠냐는 질문을 받고 "전혀"라며 "누구든 출마하는 것은 자유"라고 답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나 2013년 신당 창당 준비 당시 자신을 도왔던 인사들이 총선에 출마할 예정인 데 대해 "제 선거도 치르지만 그 분들도 당선될 수 있도록 최대한 역할을 하겠다"며 "선거운동도 직접 지원하겠다"고 했다.

차기 대선 구도에 대해서는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대선 행보를 하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는다"며 "지금은 총선을 잘 치르는 게 현안이고, 멀리 바라보면 안 된다. 저도 실제로 아무 생각이 없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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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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