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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노동 5법', 실제론 기업 보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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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노동 5법', 실제론 기업 보호법" [토론회] 마구잡이식 해외 사례 짜깁기…"악의적인 선동"
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장그래운동본부 등 노동계와 시민 사회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노동 5법에 대한 시민·전문가 공청회'를 열었다. 새누리당이 지난 9월 발의한 근로기준법·기간제법·파견법·고용보험법·산재법 개정안 등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보자는 취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2일 진행할 공청회에서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지 않을 것을 우려, 일찌감치 장외 '맞대응'격 공청회를 연 것이기다.

이날 공청회에서 노동계와 법률 전문가들은 새누리당 노동 5법이 "겉으로는 노동법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업 보호 입법"에 불과한 이유를 하나씩 짚어 나갔다. 특히 '근로자를 위한 법'이라는 새누리당의 강변과는 달리, 이 법들은 그간 노동 시장에서 사용자의 이해만을 위해 '불법'적으로 행해지던 관행들을 법 테두리 안으로 밀어 넣어주는 '불법의 합법화' 법안이라는 지적이 이목을 끌었다.

또 새누리당은 '선진국도 다 노동 개혁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세계 각국의 노동 정책 중 입맛에 맞는 부분만 골라낸 "악의적인 왜곡"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나왔다. 이런 왜곡과 거짓 주장 끝에도 노동법들이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세계 경제 전반의 위축과 한국 경제의 근본적 문제가 낳은 경기 침체에 대한 책임마저 정부-여당이 노동계에 물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정부-여당으로선 노동5법이 되면 좋고, 안 돼도 '남 탓'을 할 포석이 되는 수지 좋은 장사란 지적이다.

[근로기준법 1] "장시간 노동·저임금 심화 → 일자리 축소"

'불법의 합법화' 법안이란 오명이 붙게 되는 대표적 법은 근로기준법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대표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정부-여당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통상임금 범위 명확화 △근로시간 단축(연장 근로 축소)을 뼈대로 한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를 정반대로 △통상임금 축소에 따른 임금 하락 △현행법 밖 연장근로 허용을 통한 근로시간 연장이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선 통상임금의 경우, 새누리당 개정안에 그 기준으로 급여의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라는 성격이 모두 포함된 것은 물론,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는 금품(제외 금품)은 시행령에서 정한다'는 문안이 신설되는 것이 가장 주요한 문제들로 꼽힌다. 통상임금은 수당 계산의 기준 임금(일반적으로 통상임금X1.5=연장 수당)이므로, 새누리당 법에 따라 이렇게 통상임금 기준이 까다로워지면 노동자들의 임금 소득 전체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탓에 서울지방변호사회 여연심 인권이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통상임금 개념이 이미 법에 정의돼 있는데 제외 금품을 시행령에 다시 정의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외려 새누리당 법은 "입법 과정에서 통상임금의 본질적 의미를 탈각할 우려가 존재한다"는 게 여 이사의 지적이다. 통상임금의 사전적 의미는 '소정 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금액'이라는 간단하고도 포괄적인 개념임에도, 새누리당의 근로기준법은 이런 통상임금의 범위를 여러 각도에서 어떻게든 깎아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 이사는 또 "제외 금품 기준만 명확하게 입법되면 '포함 금품' 기준이 무엇인지는 계속 논란이 될 수 있다"면서 "제외 금품이 시행령에 명시되면 사용자는 제외 금품을 인상함으로써 통상임금 인상은 억제하는 효과를 누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시행령에 '명절 상여금'이 제외 금품으로 포함될 경우, 사용자는 기본급이나 정기 상여금을 인상하는 것이 아닌 명절 상여금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제한적인 임금 인상에만 매달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근로기준법 2] "근로시간 단축이라고? 거짓말"

새누리당 근로기준법은 '장시간 노동'을 용인 및 조장한다는 점도 큰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새누리당 노동선진화 특위위원장인 이인제 의원이나 환노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자신들의 법안을 '근로시간 단축' 법안이라고 선전하지만 이는 '편집된 주장'이라는 게 노동계의 설명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법상 가능한 최대 근로시간을 1주 52시간으로 규정한다. 40시간에 노사가 합의할 경우 가능한 12시간으로 구성된 시간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자의적으로 법을 해석해 왔다. 그러다 보니 52시간에 더해 휴일근로 16시간(8시간+8시간)이 추가로 허용되는 기이한 사태가 벌어졌다. 법엔 52시간이라고 적혀 있으나, 노동 현장에선 68시간까지 일을 시키는 게 가능했던 배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이번에 내놓은 개정안은, 이런 비뚤어진 행정 해석을 바로 잡는 쪽으로 일단 설계되긴 했다.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대로, "1주일을 (기상천외한 5일이 아니라) 7일로 명시하여 휴일 근로를 연장 근로에 포함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는 하다.

문제는 이 법안으로 생길 "급격한 영향을 감안하여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적용한다"는 내용도 개정안에 함께 들어갔다는 점이다. 이는 "휴일에 한해 1주 8시간까지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법안에 구체화돼 있다. 종합하면, 68시간에서 16시간을 덜어내더니, 이 중 8시간은 다시 '특별 연장근로'라는 새 개념을 만들어가며 집어넣은 '뒷걸음질 법안'이다.

이로써 생기는 장시간 노동은 자연히 일자리 창출이 아닌,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여 이사는 "잘못된 행정 해석을 바로 잡아야 할 국회를 동원해 역으로 기존 법을 무력화한 행정 해석을 적극 옹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의 윤지영 활동가 또한 "52시간을 초과하던 불법 상황을 합법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윤 씨는 "이런 장시간 노동 용인은 노조가 없는 노동자와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에게 더욱 불리하다"면서 '민주노총이 정규직 밥그릇 지키기만 하고 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일 오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 5법 등 여야 쟁점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주문하는 모습. ⓒ연합뉴스
[기간제법] "비정규직 쓰기가 더 좋아지는데 어떻게 감소하나"

기간제법 개정안을 두고 정부-여당이 쏟아내는 주장은 더 억지스럽다.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은 35세 이상 노동자가 본인이 신청하면 최대 2년 근로 계약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흔히들 줄여 '2+2'라고 한다. 현행 최대 2년에 2년 연장이란 뜻이다. 정부-여당은 이 법으로 기간제 노동자들의 고용이 이전보다 안정되고, 숙련도가 높아져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본질적으로는 '2년 기간제를 도입하고 계약 만료 후엔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하면 비정규직이 대량으로 양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과거 참여정부의 논리 구조와 다를 게 없다. 2년이건 4년이건 계약 만료 후 정규직 전환 시기가 다가오면 사용자는 정규직 전환보다는 계약 만료, 즉 해고를 할 가능성이 더 크다. 같은 자리에 신규 기간제를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는데 굳이 정규직으로 전환할 '선한' 사용자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경험에서 나오는 의문'을 이 법은 해소하지 못한다.

정부-여당은 이 같은 노동계 반발에 세 가지 종류의 반박 근거를 댄다. 하나는 '기간제 당사자들이 이 법을 원한다'는 적극적 주장. (즉, 이 법으로 고용이 안정된다는 기존 주장의 되풀이). 또 다른 하나는 '단기 쪼개기 계약 방지 등 보완 대책을 법에 곁들였다'는 수세적 설명. 마지막 하나는 '고용 유연화를 해야 기업 생산성이 제고된다'는 솔직한 인정이다. 이 세 논리는 서로 모순적임에도 불구하고 각각 상황에 맞추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가운데 '기간제 당사자가 원한다'는 주장은 오직 한 종류의 자료로 뒷받침되고 있다. 질문지 설계 방식에 따라 결과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설문 조사'다. 가장 최근 언론 지면을 달군 조사는 노동경제학회가 한 것이었다. 노동부가 배포한 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기간제 노동자 612명 중 71%가 이 법의 연장에 찬성했다. 그러나 곧바로 문제점이 드러났다. 애초 이 조사에는 '최초 고용 2년 후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질문지에서 배제돼 있었다.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으면서 '2년 후 정규직 전환을 원한다'고 답할 여지는 없애 버린 셈이다.

'기업 활력 제고'를 앞세우며 '해외에서도 이런 구조 개혁을 했다'는 주장도 선동에 가깝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가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종합하면, 해외 많은 나라는 무분별한 기간제 사용을 방지하기 위한 각종 제한 장치들을 법 또는 제도로 두고 있다. 프랑스 스페인 핀란드 노르웨이 등은 기간제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제한한다. 업종에 상관없이, 이유를 묻지 않고 무작정 2년은 허용하고 보는 우리 법과는 딴판이다.

새누리당은 툭하면 영국 대처의 구조개혁을 내세우지만, 영국의 경우엔 최대 4년 이상 기간제로 일하면 법원이 해당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폴란드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은 반복 갱신을 제한한다. 김 교수는 "외국 사례로 기간 연장을 주장하려면, 최소한 반복 갱신 제한을 실직화하고 연장 사용에 대한 정규직 간주 조항을 강력히 하거나 사유제한을 계약 갱신 시에라도 적용해야 한다"면서 "외국 제도의 형식만 가져와 근거로 삼으려는 것은 곡학아세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 지하철 4호선 안산역 인근 풍경. 안산은 파견법으로 금지된 불법적인 중간 착취가 만연한 지역이다. 새누리당의 파견법은 이런 불법 파견의 '합법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2013년 9월 저녁 모습. ⓒ프레시안(최하얀)
[파견법] "중간착취 확대…일본·독일 말고 어디서 이랬나"

파견법 개정안은 노동계가 지적하는 '불법의 합법화' 법안이자,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해외 사례를 우격다짐으로 소개'하는 대표적 예다. 새누리당 법은 55세 이상 노동자의 경우는 전 업종에서, 그리고 고소득 전문직 약 400개 업종과 제조업 뿌리 산업에서의 파견을 전격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모두 지금까지는 애초 불법이거나 아주 제한적으로만 파견 사용이 가능했던 부분들이다.

파견 허용 업종의 확대로 정부-여당은 '일자리 창출'을 노린다지만, 이 전에 근본적인 문제를 먼저 짚어볼 필요가 있다. 파견이라는 직종 자체가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한 '중간착취'를 허용하는 제도라는 점이다.

여 이사는 "파견은 과거 농업에서 마름이 행한 '중간 삥 듣기'처럼 산업 노동 내에서의 '삥 듣기'가 법률로 보호받고 있는 것"이라면서 "오늘날에 헌법 121조는 '농지의 소작제도 금지'를 명시했는데, 이것을 두고 '소작인을 부리고자 하는 국민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짚었다. 제도 자체가 법률 체계 내에서 모순이란 설명이다.

새누리당의 '선진국은 제조업 파견도 폭넓게 허용한다'란 주장에도 문제가 많다. 김 교수는 "제조업 파견 허용 확대는 세계적 추세가 아니라 일본과 독일에서만 이루어진 변화"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독일은 강력한 금속노조가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산별 교섭을 한다. 이러다 보니 파견은 매우 제한적으로 활용된다는 게 학자들의 설명이다. 또 "일본은 제조업 파견이 허용되며 비정규직 비율이 급증해 현재 40%를 넘는 급등세를 보여 고용 불안 문제가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55세라 연령 기준을 두고 고령자 파견을 확대하는 사례는 찾기도 어렵다. 연령 기준 예외 자체가 잘 없다"면서 "허용 국가는 노르웨이와 스페인 정도인데, 그곳도 청년 훈련생 중심"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 "전문직 고소득자 파견 사례는 더 찾기 어렵다"면서 "소득 규정은 '신창조물'에 가깝다"고도 비판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장그래운동본부의 윤지영 씨는 새누리당의 노동 5법은 노동자를 위한 법이 아니라 "기업의 통제력과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한 기업 보호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윤 씨는 "기업 소득 증대가 가계 소득 증대로 제대로 연결되고 있지 않은 상황인 만큼, 이런 기업 보호 입법을 민생 입법이라고 볼 수도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실패, 노동계에 물을 건가"

새누리당의 노동 5법 개정 시도는 종국엔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를 노동계에 전가하는 도구로 활용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으로 관통되는데, 이 계획은 이미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판단을 전제한 지적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공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동향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시간적으로 보면 노동개혁을 비롯한 박근혜 정부의 4대 구조개혁은 3개년 계획 이후에 나온 것"이라면서 "2016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보면 4대 개혁의 성공이 3개년 계획 성공의 전제 조건이라고 서술돼 있다"고 우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그러나 고용률 70% 달성, 잠재성장률 4% 회복, 국민소득 4만 달러라는 수치는 정부 발표를 봐도 내년 말까지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한 게 매우 분명해 보인다"면서 "고용률은 60% 중반에 정체 중이고, 경제성장률도 올해 다시 2%대로 주저앉았다. 뿐만 아니라 가계부채 정부부채 청년-여성 고용 등의 상태는 악화일로에 있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이 모든 것이 결국 정부가 쓸 돈이 부족하다는 것과 관련된다"면서 이렇게 보면 "정부는 3개년 계획의 실패 책임을 4대 개혁의 실패, 그중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동 개혁이 자신들이 원하는 수준과 방향, 일정대로 되지 않은 것에 돌리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소위 '노동 개혁'이 실패하더라도 정부는 이미 '할 말이 있다'는 얘기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 자본주의 문제는 계속된 경제위기 속에서 이미 간도 쓸개도 다 빼준 노동자들을 더 쥐어짜서는 풀릴 것 같지가 않다"면서 "이제까지는 과거 고성장 시기 노동자 서민이 쌓아놓은 것들을 갉아먹는 성장, 과거에 의존하는 성장이었다면, 그러한 자원이 소진되어가고 있는 지금은 미래에 자연스럽게 우리 경제 성장에 기여할 것들을 빼 와서 현재 성장에 써버리는, 즉 '미래세대로부터 가불해오는' 성장"이라고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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