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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희 마포갑, 오세훈 종로 출마 선언…'무대' 만신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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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안대희 마포갑, 오세훈 종로 출마 선언…'무대' 만신창이 '험지 출마' 요구 사실상 거부한 새누리 '간판급'들 …김문수도 "대구가 험지"
새누리당 내에서 '험지 출마' 요구를 받던 거물급 정치인들이 당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에 맞는 선택을 함으로써,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후보로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안대희 전 대법관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마포갑 지역구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역구의 현역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비노계 재선의원인 노웅래 의원이다.

안 전 대법관은 "부산의 어린 중학생이 서울로 전학 올 때의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중학생 안대희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 곳은 마포였고, 마포가 제 인생의 디딤발이 되었다"고 지역구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안 전 대법관은 부산 해운대 대신 서울의 '야당 의원 지역'에 출마해 달라는 데까지는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지만, 야당 중진급 현역의원들의 지역구가 아닌 마포갑을 고른 셈이다. 출마가 거론되던 다른 지역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운 곳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앞서 안 전 대법관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됐던 곳은 서울 광진갑(현역은 김한길·4선), 광진을(추미애·4선), 동작갑(전병헌·3선) 등이었다.

노웅래 의원도 이 지역구 재선인 만큼 만만한 상대는 아니라 해도, '안철수 신당'의 2인자가 된 김한길 의원이나 당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을 역임한 추미애·전병헌 의원에 비하면 정치적 지명도나 무게감에서 차이가 난다. 특히 노 의원은 김한길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더불어민주당 탈당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어서, 그의 탈당이 현실화될 경우 야권 표 분열에 따른 어부지리까지 노릴 수 있다. (☞관련 기사 : 안대희, 금배지에 눈 멀어 '간대희' 되나?)

안대희는 마포갑, 오세훈은 종로…'여기가 험지 맞나' 갸우뚱


같은날 오전,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종로 출마 입장을 굽히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은 당 안팎에서 구로을(박영선·3선), 노원병(안철수·초선) 등 여당으로서는 '험지 중 험지'인 지역에 나가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오 전 시장이 원래 살던 곳인 광진구 출마설도 있었다.

오 전 시장은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미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종로구에 출마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이른바 '험지 출마' 요청을 받고 지난 한 달여간 개인적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뇌의 시간을 보냈으나, 정작 '험지'가 어디인지도 결정되지 않은 채 종로 유권자들을 찾아뵙는 것도 송구스럽고 더 이상 결정을 미루는 것은 서울의 다른 지역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우리 당 예비후보들에게도 도리가 아니다"라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오 전 시장은 "정치 1번지라 불리는 종로는 무엇보다 우리 정치사에서 민심의 향방을 가늠하고 선거의 승패를 가름해 왔던 가장 상징적인 곳"이라며 "또한 종로는 야당 대표까지 지내신 5선의 정세균 의원이 다시 출사표를 던진 결코 만만치 않은 곳으로,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곳"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역대 선거에서의 전적을 보면, 종로가 구로나 노원보다는 상대적으로 해볼 만한 곳임에 틀림없다. 특히 박영선 의원의 지역구인 구로을은 지난 27년간 단 한 번도 새누리당 계열 정당의 당선자가 나오지 않은 곳인 반면 종로는 13·14대 총선에서 이종찬 의원(민정당-민자당)이 당선됐고, 이후에도 이명박(15대), 정인봉(16대), 박진(17·18대, 이상 한나라당) 등의 한나라당 출신 당선자가 나오는 등 '표밭' 자체가 나쁜 곳은 아니다.

19대 총선에서 정세균 의원이 전북의 4선 지역구를 버리고 종로에 출마한 것이 오히려 야당 입장에서의 '험지 출마'로 불렸을 정도였다. 정 의원은 15대 국회 재보선에서 당선된 노무현 당시 의원(후에 16대 대통령) 이후 종로에서 처음 나온 야당 당선자였다.

▲새누리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왼쪽)과 안대희 전 대법관이 17일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출마 지역구를 발표하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서울 종로, 안 전 대법관은 마포갑 지역구 출마를 최종 선언했다. ⓒ연합뉴스

김문수·김황식·정몽준도 기존 입장 불변…김무성 "안대희·오세훈 선택 존중"

안 전 대법관과 오 전 시장의 이같은 선택은, 이들이 '험지'에서 야당의 거물급 인사와 맞상대를 벌여 주기 바랐단 김무성 대표의 뜻과는 맞지 않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본인들의 최종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당의 공천 룰에 따른 투명하고 공정한 경선을 통해 공천이 이뤄질 것"이라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이들의 결정을 '응원'하거나 '지지', '성원', '환영'한 게 아니라 '존중'한다고 했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대표는 안 전 대법관이 마포갑을 선택해 야당 거물급과의 맞대결이 성사되지 않은 데 대해 '그래도 부산 해운대가 아닌 서울로 온 것에 의미가 있다'는 정도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오 전 시장에 대해서는 다른 '험지'를 선택하는 게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의 입장에서 보면, 당 대표로서 추진한 총선 전략의 첫 카드가 틀어지면서 향후 총선 국면에서의 지도력이나 대선 주자로서의 이미지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 일각에서 '수도권 차출론'이 있었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이날 "대구가 어디보다 더 험지"라며 대구 수성갑 지역구를 고수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김황식 전 총리와 정몽준 전 의원도 불출마 의사가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안 전 대법관과 오 전 시장의 지역구 선택이 확정되면서, 이 지역구에서 먼저 표밭을 닦고 있던 '선객(先客)'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일도 있었다. 종로구 국회의원 출신인 박진 전 의원은 "당이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던 오 전 시장이 갑자기 종로 출마를 선언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며 "오 전 시장의 종로 출마는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으며 오히려 당의 총선 승리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박 전 의원은 "오 전 시장은 번번이 당의 방침을 어겨 당과 당원에게 심각한 피해를 안겨줬다"며 "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 서울시장을 빼앗기고 지금의 박원순 시장에게 넘겨준 장본인"이라고 비난했다.

마포갑 지역구에서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강승규 전 의원은 "과연 안 전 대법관이 '영입 인사'냐. 이미 지난 18대 대선 당시 영입된 인물"이라며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됐지만 청문회도 해보지 못하고 자진 사퇴했다. 5개월만에 16억 원의 수임료를 챙긴 전관예우 의혹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노골적으로 안 전 대법관을 비난했다. 강 전 의원은 "마포갑이 험지냐"며 "마포갑은 18대 총선에서 당시 현역 노웅래 의원을 상대로 저 강승규가 1600여표 차로 승리했다"고 하기도 했다. 그는 향후 경선을 염두에 둔 듯 "안 후보가 마포갑 경선에서 인센티브를 받아야 할 영입 인사이냐"면서 "(마포갑은 험지가 아니라 100% 여론조사 지역이 아니므로) 당이 정한 상향식 경선 원칙인 국민 대 당원 비율 7:3이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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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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