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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퇴임 후 중도 세력 '빅텐트' 펼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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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의화 "퇴임 후 중도 세력 '빅텐트' 펼치겠다" "국감 폐지하고 정책 청문회하자…거부권 행사 지양해야"

정의화 국회의장이 19대 국회 후반기 의장직에서 퇴임하며 삼권분립과 협치, 연대, 소통을 정치권에 강조했다. 정 의장은 25일 국회에서 한 퇴임 기자 회견에서 이 같은 정신을 강조하며 얼마 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국회법(상시 청문회법)에 대해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거듭 밝혔다. "퇴임 후에도 정파를 넘어서는 중도 세력의 '빅 텐트'를 펼쳐 새로운 정치 질서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되겠다"는 말도 그는 남겼다.

"행정부로 가면 국회 통법부로 여겨 의아"

정 의장의 이날 회견에서 역시나 강조된 것은 삼권분립이었다. 새누리당은 청와대가 주문하는 대통령 관심 법안의 국회 통과에만 혈안이 되어 있고, 이 과정에서 여야가 극단으로 대립하는 일이 반복되어 왔음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모습이다. 정 의장은 때마다 여야의 지도부와 회동해 중재에 나서곤 했지만, ‘거수기’ 역할을 하는 데에만 급급한 새누리당은 끝내 유연한 태도를 보이지 못한 일이 많았다.

정 의장은 이날 "집무실에 '참을 인(忍)'자를 써서 걸어놓고, 어떻게든 소통과 타협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고자 했다"면서 "초선 의원 때부터 참으로 의아하게 생각한 것이 있다. 의회주의를 그렇게 강조하던 의원들이 행정부로 가면 국회를 필요에 따라 거수기나 통법부로 여기곤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을 지낸 인사가 장관이나 청와대 소속 고위직 공무원으로 기용된 경우는 많지만, 해석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비판한 것으로도 충분히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정 의장은 이어 "삼권이 서로를 존중하고 예를 갖추는 가운데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함께 노력하라는 것이 자유 민주주의의 기본 구조"라면서 "입법부 수장으로서 우리 국회가 삼권분립의 튼튼한 토대 위에 반듯하게 나아가고 상생의 정치, 합의의 정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헌법과 법률에 따라 주어진 소임을 다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그러나 "민생과 경제를 살리기 위한 법안들을 제때 처리하지 못한 점, 정쟁의 구도를 끊어내기 위한 정치 개혁을 이루지 못한 점, 국가 미래를 위한 중장기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남북 국회 회담을 성사시키지 못한 점 등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한국 경제를 책임지던 여러 산업 분야에 동시다발적으로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라면서 "그런데도 정치권은 지역과 이념의 기득권 질서에 안주하며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무능과 나태 속에 빠져있다. 날이 갈수록 권력자를 바라보는 정치, 당리당략과 사리사욕에 사로잡힌 정치가 되어가는 것 같아 참으로 답답하다"고도 했다.

"정치권·행정부의 권위주의 인식부터 바꾸어야"

그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방향으로는 '협치'를 제시하며 논란이 되고 있는 '상시 청문회법'’에 대한 입장을 밝혀 나갔다.

정 의장은 "우선, 아직도 권위주의 시절에 살고 있는 정치권 일부와 구시대적 행정 편의주의에 젖어있는 일부 공직 사회의 인식부터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면서 "국회 운영 제도 개선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 중 상임위 청문회 활성화 부분을 두고 일부에서 '행정부 마비법'이라는 비판이 있다고 들었다. 그것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을 대신해 국정을 감사하고, 특정한 국정 사안을 조사하는 것은 헌법 61조에 규정되어 있는 국회의 당연한 책무"라면서 "정책적으로 현안 조사가 필요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책과 대안을 마련하여 국민들의 걱정을 하루속히 풀어드려야 할 의무가 국회에 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또 "행정부가 국민의 편에 서서 올바르게 일하라고 만든 법을, '귀찮다'고 '바쁘다'는 이유로 반발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했고 "과거의 일부 청문회에서 나타났던 부정적 측면만 강조하며 정책 청문회 활성화 자체에 반대하는 것 또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다.'는 식의 회피성 주장일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회 운영에 관계된 일은 국회에 맡겨두는 것이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면서 "거부권을 행사를 가능한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밝혔다.

세계적으로 사례가 드문 국정 감사를 폐지하고 미국처럼 정책 청문회를 상시화하자는 중재안도 내놨다. 정 의장은 "20대 국회에서는 국감을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서 올해부터는 국감을 하지 않아도 되게끔" 하자면서, 국감은 1년에 한 번 하다보니 "상임위에서 일어났던 얘기를 (국감에서) 재탕삼탕하거나, 어떨 때는 정치인들이 정치적인 제스처를 언론에 노출하는 장으로 서기도 하고 잘못된 것이 많았다"고 진단했다.

▲ 정의화 국회의장. ⓒ연합뉴스


"국회의원 떠나지만 정치는 떠나지 않을 것"


정 의장은 이날 "제가 국회의원은 떠나지만 정치는 떠나지 않을 것이다"라고도 말했다. 26일 출범 예정인 싱크탱크 '새한국의 비전'을 발판 삼아 정치 활동을 계속할 뜻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그는 "우리 사회의 훌륭한 분들과 손을 잡고, 우리나라 정치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 있는 '빅 텐트'를 함께 펼치겠다"고도 말했다.

정 의장은 "20년 간 국민 여망 속에서 많은 국가의 녹을 받은 사람으로서 지금 이런 정치 모습을 보고 그냥 떠난다는 게 죄책감이 생겨서 당분간 정치는 어떤 방법이든 계속하려고 한다"면서 "퇴임 후에도 정파를 넘어서는 중도세력의 '빅 텐트'를 펼쳐 새로운 정치 질서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되겠다"고 했다.

대권 도전설에 계속해서 흘러 나오는 것과 관련해서는 정 의장은 공자의 '지불가만(志不可滿)'을 언급하며 "뜻을 가득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족함을 뛰어넘어 다 채우려고 하면 패가망신한다. 저는 여러 가지 부족하기 때문에 '지불가만'이라는 말로 대체하겠다"고 말했다.

정 의장이 만들 정치 결사체에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뜻을 같이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는 "손학규는 훌륭한 선배인데, 그것이 꼭 정치를 하나의 당으로 묶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는 답을 내놨다.

"박근혜 대통령, 소통 부족…탕평 인사 했어야"


이 외에도 정 의장은 "역사가 바뀌고 시대의 요구가 바뀌면 헌법을 그에 맞게 바꾸어내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면서 20대 국회가 시작되면 "개헌 논의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도 조언했다.

그는 또 "현행 소선거구 제도는 다수의 사표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고질적인 지역 구도를 깨기 어려운 심각한 단점이 있다"면서 "선거제도 또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20대 국회에서는 중대선거구제, 권역별비례대표제 등 근원적 선거 제도 개혁을 이뤄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을 꼽아달라는 취재진 질문에는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조금 더 탕평 인사 됐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과 함께 "소통에 미흡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상당히 조기에 개성공단을 철수하지 않았나. 저는 그것이 아쉬웠다"면서 "견디다가 도저히 안 될 때까지 버텨보고 국제적으로 우리가 철수하지 않으면 정말 명분이 서지 않는다는 시점까지 기다렸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한 번 닫기는 쉬워도 열기는 어렵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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