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애'도 다시 한 번…추미애 "반드시 정권 교체"

더불어민주당이 27일 새 당 대표로 추미애 후보를 선출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 '친박근혜계'이자 호남 출신인 이정현 지도부가 들어선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에는 '친문재인계(친문)'의 지원을 받은 대구 출신의 추미애 지도부가 들어서게 됐다.

추미애 신임 당대표는 27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총 득표율 54.03%를 받아 선출됐다. 과반 이상의 지지로, 안정적인 당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걸 후보는 23.89%를 받아 2위를 차지했고, 김상곤 후보는 22.08%를 받아 3위를 차지했다.

이번 선거는 대의원 현장 투표 45%, 권리 당원 ARS 투표 30%, 국민과 일반 당원 여론조사 25%로 결정됐다. 추미애 후보는 현장 대의원 투표(51.53%)와 권리 당원 투표(61.66%), 당원 여론 조사(55.15%), 국민 여론조사(45.52%)에서 모두 압도적인 표를 받았다.

추미애 신임 당 대표는 당선 직후 "오늘 저에게 모아주신 한 표, 한 표가 분열을 치유하고 강력하게 통합하라, 강력한 통합으로 강한 야당을 만들어내라, 공정한 대선 경선으로 승리하는 후보를 만들어내라. 그래서 2017년 반드시 정권 교체하라는 명령으로 알고 받들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추미애 대표는 또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이 가라는 길을 외면하고 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단호히 맞서겠다. 어떤 고난과 탄압이 있더라도 그 길을 가야 '선명하고 강한 야당'이 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해 김종인 대표 체제 이후 노선 변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박근혜 정부가 하지 못했던 경제 민주화를 우리 당이 앞장서 해내겠다"며 "내년 대선 경선은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이라고 덧붙였다.

부분별 최고위원을 보면, 먼저 여성위원장에는 문재인 전 대표의 영입 인사인 양향자 후보가 문재인 전 대표 시절 대변인이었던 유은혜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유은혜 후보는 현장 대의원 투표에서 52.38% 대 47.68%로 이겼지만, 권리 당원 전화 투표에서 33.46% 대 66.54%로 크게 지면서 고배를 마셨다. 청년위원장으로는 현역 의원인 김병관 후보가 장경태 후보와 재수생인 이동학 후보를 꺾었고, 노인위원장은 송현섭 후보가 제정호 후보를 제쳤다.

권역별 최고위원으로는 김영주 의원(서울, 제주), 최인호 의원(영남), 전해철 의원(경기, 인천), 김춘진 전 의원(호남), 심기준 강원도당위원장(충청, 강원)이 호선됐다. 다섯 명 모두 주류계로 분류된다.

추미애 당 대표를 포함해 주류의 지원을 받는 후보들이 당 지도부를 차지하면서, 2017년 대선 경선 과정이 문재인 전 대표에게 유리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전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대선 잠룡들 사이에서 원심력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당을 통합하는 것도 추미애 지도부에게 주어진 과제로 꼽힐 것으로 보인다.

판사 출신인 추미애 당 대표는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한 후 서울 광진구을 지역에서 5선을 지냈다. 2002년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대북 송금 사건에 특별검사제를 수용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칼을 겨누자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갈라서 열린우리당 창당에 반대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에서 찬성표를 던졌다가 17대 총선에서 역풍을 맞자, 사죄의 의미로 삼보일배를 했다. 2009년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지낼 당시 야당 환노위원들의 반대 속에 복수 노조 교섭 창구 단일화, 타임오프 도입을 골자로 하는 '노동법 개정안'을 한나라당과 함께 통과시켜 비판받기도 했다. 2015년에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전 대표 지도부에서 최고위원으로 활동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노동법 통과' 이력은 추미애 후보에게 약점으로 꼽혔지만, 주류 당원들 사이에서는 약세인 김상곤 후보에게 표를 주면 비주류인 이종걸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될 수 있다는 우려가 추미애 후보에 대한 몰표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로 임기를 마무리하는 김종인 대표는 전당대회 인사말에서 "지난 총선의 함의는 양극화와 불평등만 야기하는 낡은 경제에서 벗어나 경제 성과의 과실을 국민 모두가 고루 나눌 수 있는 새로운 경제 틀을 짜라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집권의 길이 있다"며 "종래의 낡은 정당 문화를 버리고, 국민의 민의를 수용하는 새로운 정당으로 변모할 때, 국민이 희망하는 집권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당대회에 참석해 한 표를 행사한 문재인 전 대표는 "오늘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콘서트가 있어서 투표를 먼저 하고 결과를 미처 보지 못한 채 먼저 내려간다. 당 대표부터 청년최고위원까지 모두 자랑스럽다. 아주 경쟁이 치열했지만, 앞으로 전당대회가 끝나면 다시 하나가 되고 또 함께 힘을 모아서 정권 교체를 꼭 해내리라는 자신과 희망이 생겼다. 새 지도부가 당을 잘 통합해서 대선 승리까지 잘 이끌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