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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빅텐트' 소멸…다음 수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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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빅텐트' 소멸…다음 수순은? 선택지 좁아진 潘, '정치 좌표' 설정 '실기' 위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분권형 개헌을 고리로 한 제3 지대 연합을 본격적으로 꾀하는 모습이다. 31일 반 전 사무총장은 기자 간담회를 자청해 각 정당과 정파의 지도자들로 구성된 개헌 추진 협의체를 제안했다. 반기문 표 '개헌 연대'의 밑그림이다.

그러나 답보 상태의 낮은 지지율과 모호한 정체성 논란으로 좀체 반 전 총장으로는 구심력이 생기지 않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배제한 정치권 제 세력의 합종연횡을 추동하기에는 시간도, 동력도 부족해 보인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빅텐트' 구상은 사실상 소멸된 셈이다.

좌표 설정 못 하는 반기문…이러다 실기할 수도

이번 설 연휴는 기존 대선 시계대로면 추석 연휴와도 같은 시점이었다. 연휴를 끝으로 이제 각 후보는 단일화나 선거 연대, 정책 공약 발표 등을 진행하며 반전 기류를 만들거나 대세 굳히기에 나서게 된다.

반 전 총장 역시 설 연휴 끝에는 무소속 출마, 신당 창당, 기존 정당 입당 등 여러 선택지 중 '좌표'를 설정할 것으로 전망됐다. 좌표 설정을 더 늦출 수도, 늦춰서도 안 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도 "입당이나 창당 여부에 대해서는 이른 시일 내에 결단을 내리고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새로울 것이 있다면 대선 전 개헌을 위한 '개헌 추진 협의체'를 정치권에 제안한 정도다.

"수명을 다한 5년 단임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기하고 분권과 협치가 가능한 새로운 권력 제도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총·대선 시기 불일치에 따른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는 말도 했으나 이미 했던 발언이다.

그런 까닭에 반 전 총장의 이날 간담회는 '김빠진 탄산 음료'에 빗대어졌다. 간담회 전 바른정당 입당행을 선언할 것이라는 섣부른 설이 돌았던 것이 무색하게도 간담회 내용은 기존의 메시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귀국 후 약 20일간 전국 현장 순회, 정치 인사 연쇄 회동 등을 거쳤음에도 아직 '뾰족한 수'를 반 전 총장이 도출하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현재까지 김종인 전 대표, 정의화 전 의장, 김형오 전 의장, 손학규 전 대표, 김무성 전 대표, 박지원 대표 등 여야를 교차하며 '노크'를 해봤지만 딱 떨어지는 그림이 나오지 않은 모습이다.

각 당이 내부 경선 룰 마련에 착수했고, 새누리당 안에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출마론이 힘을 얻고 있으며, 반 전 총장 자신의 지지율은 반등은커녕 하락세를 그려온 만큼 이대로면 '좌표 설정'에 실기할 수 있다.

범 보수 텐트냐 바른정당이냐…곳곳에 '암초'

반 전 총장이 '선택지'를 좁히지 못 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그의 선택지는 이미 상당히 줄어들어 있다. 당초 반 전 총장은 신당 창당, 무소속출마, 바른정당 또는 국민의당 입당이란 선택지들 중 한 쪽을 택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신당 창당은 그 자신이 밝혔듯 반 전 총장에겐 없는 기존 정치권 자원과 인력이 대규모로 투입되어야 가능한 선택지다.

시기상 이미 늦기도 했다. 새누리당 탈당파가 바른정당을 창당하는 데도 시·도당 설립부터 중앙당 창당대회까지 1달가량이 소요됐다. 기존 대선 전례를 비추어서도 추석 이후에는 주로 무소속 후보와 기존 정당 후보의 단일화 시도만 있었다.

국민의당 입당을 통한 '뉴 DJP' 연합도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전날 반 전 총장을 만난 박지원 대표는 반 전 총장의 '태도'와 '지지율'을 동시에 문제 삼았다. 진보·개혁 노선과는 동떨어진 언행이 반복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은 물론, 현재 상태의 지지율로는 "함께할 수 없다"고 그는 못 박았다. (☞ 관련 기사 : 김무성 이어 박지원 만난 潘, '삐걱삐걱' 빅텐트 시도)

이런 가운데 반 전 사무총장은 이날 간담회에서도 "촛불 집회가 변질된 면도 있다"고 말했다. 캠프 핵심 보직에는 무상급식 반대에 정치 생명을 걸었던 오세훈 바른정당 최고위원과 박근혜 정부 탄생에 기여한 권영세 전 주중대사가 내정됐다고도 한다.

뉴DJP 연합이 바로 서기 위한 삼각대 중 한 축인 호남 및 국민의당 세력과는 연대 불가능한 그림을 제 손으로 계속 그려나가고 있는 셈이다.

무소속으로 완주? 바른정당 입당?…어디로 가나 '암초'

따라서 남은 선택지는 무소속 상태에서 범 보수 진영을 아우르는 텐트를 치거나, 바른정당에 입당하는 두 가지다.

무소속 상태에서의 제3 지대 빅텐트 구성 추진은 반 전 총장이 현재 가진 자원과 인력풀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선택지라는 데 의미가 있다. 기존 정치권에 자신을 완전히 '의탁'하지 않고 자신을 구심점으로 한 대권 레이스를 구축할 수만 있다면 가장 안정적인 완주 발판을 확보하게 된다.

문제는 이를 가능케 하는 유일한 마중물로 제시된 '개헌'이 실제로 폭발력이 있긴 하냐는 점이다.

정치권 주요 인사들이 앞다투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원인으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지목하며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기실 현재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개헌은 대선을 앞둔 합종연횡의 '매개'로서 활용되고 있다. 개헌의 실제 필요성과는 별개로 개헌이 '소비'되는 방식이 이미 그 중요성과 폭발력을 떨어뜨린 모양새다.

허성무 새미래정책연구소 소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개헌 이슈가 "현재는 권력 나눠먹기 형태로, 국면 전환용 전략용으로 오염이 됐다"고 말했다. 개헌이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 있는 독보적인 대선 주자가 있는 것이 아니고 누구나 다 '개헌'을 외치는 상황인 만큼 반 전 총장이 개헌을 '대표'해야 한다는 명분도 부족하다.

게다가 개헌 연대는 사실 '반문 연대'를 뜻한다. 1등 주자를 제외한 나머지 주자들의 세력 연대라는 정치공학적 판단에만 기초하면 의미 있는 선거 전술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정치 공학이 가능하려면 반 전 총장이 제시한 협의체에 들어 올 세력들 간 '화학적 결합'이 필수 조건이다. 여기에는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손학규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의 간담회 후 "개헌이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국정 농단 세력인 새누리당을 제외하지 않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당 박 대표도 반 전 총장 주도의 개헌 연대에는 회의적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개헌만을 고리로 한 정치 연대는 원칙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화학적 결합이 불가한 집단을 제외하면 결국 새누리당에 아직 적을 두고 있는 정진석 전 원내대표, 바른정당의 김무성 고문과 친이계 일부,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만 남는다. 이들로 구성된 '개헌추진협의체'는 유승민 의원을 제외환 범 보수 진영 연합체 성격에 불과하다.

한편, 바른정당 입당 후 당내 경선을 거쳐 후보로 자리매김한다면 '보수 단일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흔히들 52대 48의 싸움으로 빗대는 대선에서 보수 진영의 세를 자신에게 몽땅 모으는 가장 안정적인 선택지인 셈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새누리당 내 '반기문 파'가 신속히 바른정당으로 이동해 반 전 총장의 대권 행보를 후방 지원하고, 동시에 황교안 권한 대행 추대론 불씨가 꺼져야 한다는 조건이 있기는 하다.

문제는 당내 경선에서 확실한 우위를 차지할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리스크'다. 자칫하면 경선 흥행을 위해 불쏘시개로 쓰이고 만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지적은 캠프 내에서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여권에서 멀어진 민심을 다시 보수 진영으로 끌어당길 만한 마땅한 유인이 없다는 점도 마지막까지 반 전 총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애초 이런 이유로 반 전 총장은 자신의 정체성을 '진보적 보수주의자'와 같은 애매한 표현으로 설명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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