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성 평등 내각'을 구성하겠다고 한 목소리로 약속했다. 특히 이재명 성남시장과 심상정 대표는 '차별 금지법' 제정을 약속해 여성 단체들의 환대를 받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네 야권 대선 주자들은 한국여성단체연합이 3.8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이날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연 한국여성대회 참석해 '성 평등 공약'을 발표하고 "단계적으로 남녀 동수 내각을 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철수 전 대표는 내각의 여성 비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30%로 시작해서 점차 50%로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여성가족부를 각각 '성평등부', '성평등 인권부'로 개편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야권 대선 주자들에게 '여성 대표성 확대', '차별 금지법 제정', '성별 임금 격차 해소', '낙태죄 폐지' 등을 요구했다. 대선 주자들은 이 가운데 '여성 대표성 확대'와 '성별 임금 격차 해소'에는 한 목소리로 동의했으나, '차별 금지법'을 두고는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네 주자 가운데 가장 먼저 "차별 금지법을 당연히 제정하겠다"고 공약해 청중의 환대를 받았다. 이 시장은 "'여성 정책'을 요즘에는 '성 평등 정책'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아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을 받고 "원래는 양성 평등을 얘기하다가 '양'자를 뺐다. 세상에는 양성에 속하지 않는 성들도 있지 않느냐"고 답하기도 했다.
곧이어 심상정 대표가 "여기 계신 네 분 중에 당선자가 나올 것 같은데, 성 소수자의 인권과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 이재명 시장님이 차별 금지법을 민주당 당론으로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고, 이재명 시장은 맞은 편에 앉은 문재인 전 대표를 가리키며 "저쪽에 얘기하세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보수 기독교계 인사를 만나 차별 금지법 제정에 사실상 반대한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관련 기사 : 문재인 '차별 금지법 반대'…보수 기독교계 눈치)
다만, 낙태죄 폐지에 대해서는 이재명 시장도 문재인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재명 시장은 "낙태 전면 허용은 좀 고려해봐야겠다"면서 "신체 결정권이라는 측면에서 완전 허용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이르렀는지 의문이어서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관련 기사 : 문재인 '페미니스트 대통령' 선언…오바마는 달랐다)
이날 행사에는 몇몇 참가자들이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깃발을 들며 "모두를 위한 포괄적 차별 금지법 약속하라", "성소수자 인권 없이는 성평등도 없습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제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씀 드렸는데, 제 마음이나 의지가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는 부족한 점이 많을 것이다. 성 평등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말씀 드렸는데, 제가 여성들의 마음과 아픔을 다 이해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부족한 부분들을 여성들이 함께 채워주신다면 정말로 그런 대통령이 되고, 그런 세상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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