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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사드 전략적 모호성'을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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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사드 전략적 모호성'을 비판한다 [정욱식 칼럼] '전략적 모호성' 접고 '사드 재검토' 공약하라

박근혜 탄핵 인용시 조기 대선은 '사드 대선'으로 가는 게 불가피해졌다. 궤멸 위기에 처한 이 땅의 냉전 기득권 세력은 사드를 동아줄로 삼는 데에 놀라울 정도의 순발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최대한 사드 배치를 서둘러 성주에서 물리적 충돌 장면도 불사하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사드라는 블랙홀로 다른 이슈를 집어삼키게 하고, 사드 배치를 반대하거나 재검토하자는 야권의 대선 후보를 공격하는 소재로 삼을 것이다.

그런데도 제1당이자 수권 정당을 자임하는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는 '국회 동의' 타령만 하고 있다. 사드가 대한민국 국익을 요격할 위기에 처했는데,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알쏭달쏭한 표현 뒤에 안주하려고 한다.

국회 동의는 당연히 필요한 절차였지만, 비현실적인 요구라는 점도 분명해졌다. 정부가 사드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는 한, 공허한 외침에 머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물론이고 그 권한 대행 체제는 국회 동의 및 차기 정부로의 이양 요구를 일축하면서 오히려 사드 배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민주당 및 대선 후보들의 대응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이미 '발등에 떨어진 불'인데 '나한테 넘기면 잘 풀겠다'고 말하는 것은 무능하고도 무책임한 태도이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볼 때, 민주당과 대선 후보가 사드를 지금 당장 멈춰 세울 수 있는 뾰족한 수는 없다. 하지만 이게 변명의 근거는 될 수 없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겠다는 약속을 지금까지 지키지 않았다. 야 3당이 사드 특위를 구성하겠다는 약속도 민주당의 소극적인 태도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만약 이러한 약속을 지켰다면, 사드 양상도 달라졌을 것이다.

문재인 후보의 사드 입장도 비판받을 소지가 크다. 그는 3월 7일 방송된 채널A의 <외부자들>에 출연해 "탄핵 정국에서 사드(배치)를 강행하면 문제를 풀 길이 없다"며 현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다음 정부로 넘겨준다면 외교적 노력을 통해, 국회 비준 동의 과정을 거쳐 충분히 안보도 지키고 국익도 지켜내는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복안도 있고 자신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러한 발언에는 중대한 문제가 있다. 현 정부와 보수세력이 사드를 앞세워 문 후보에게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 후보가 "탄핵 정국에서 사드(배치)를 강행하면 문제를 풀 길이 없다"고 말하면, 대선 이전에 사드 배치를 완료하겠다는 현 정권의 의도에 말려드는 꼴이 되고 만다. 더구나 후술하겠지만, 사드 배치가 완료되어도 차기 정부가 문제를 풀 길이 없는 것도 아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외교적 노력을 통해, 국회 비준 동의 과정을 거쳐 충분히 안보도 지키고 국익도 지켜내겠다"는 발언에 담겨 있다. 맥락상 이 발언은 본인 집권시에도 사드 배치를 추진하되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은 외교적 노력으로 풀고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쳐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국회 비준 동의는 차기 정부도 사드 배치에 찬성할 때 성립할 수 있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온 사드는 국익을 훼손하고 차기 정부가 추진하는 사드는 국익을 수호할 수 있다는 식의 인식은 현실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 문제를 전략적 이익, 즉 미국과의 핵 균형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이는 사드 배치 움직임에 맞서 러시아 일각에서 미국과의 핵군축 협정 파기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미-중-러 3자 간의 전략적 관계에서 제3자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이 이들 나라를 외교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이 이들 나라를 상대로 외교적으로 양해를 구하려고 해도, 국회 동의를 밟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해도 중국과 러시아의 한국에 대한 태도는 본질적으로 달라지는 않게 된다. 한마디로 사드 대란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사드 부지 제공이 완료되고 사드 시스템의 일부가 한국에 들어온 만큼, 레이더와 작전병을 포함한 포대 전체가 4월 내에 배치 완료될 것이라는 소식도 들리는 만큼, 이제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냐는 체념론이 확산될 수는 있다.

하지만 결코 끝난 것이 아니다. 사드 부지 주변에서 주민들이 물리적인 저항에 나서면(실제로 많은 주민들은 이런 결의를 다지고 있다), 사드 포대를 해발 680m 산 정상에 갖다 놓는 것 자체가 쉽지 않게 된다. 설사 배치가 완료되어도 이를 되돌릴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다. 한미행정협정(SOFA)이 바로 그것이다.

이 협정 2조 3항에는 "어느 일방 정부의 요청이 있을 때에는 시설과 구역에 관한 협정을 재검토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즉, 사드 배치가 완료되어도 차기 한국 정부가 재검토를 요구할 수 있고 미국도 이에 응해야 하는 법적 근거가 있는 것이다. 야당과 대선 후보는 바로 이점을 주목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SOFA 규정에 따라 미국에 재검토를 요구하겠다는 공약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단언컨대, 차기 한국 정부가 중국과 러시아의 외교적 양해를 구하는 것보다 미국을 상대로 재검토에 착수하는 것이 훨씬 쉽고도 이롭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 문제를 '핵심이익'의 침해로 간주하고 있는 반면에, 미국에게 사드 배치는 결코 핵심이익의 범주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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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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