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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철수? 지난 7년간 대체 뭘 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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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철수? 지난 7년간 대체 뭘 했길래?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GM대우 철수해도 독자생존 가능하다더니...
"GM대우가 독자적으로 장기적으로 잘 발전해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되겠다, 그게 협상의 제1의 목표였습니다. (…) 만일의 경우에 GM이 GM대우를 떠나더라도 GM이 여기에 기술적 기반도 갖고 있고 생산시설도 여기에 있으니까 GM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만들어 놓자는 게 CSA(비용분담협정) 개정의 목표입니다.

여러 해에 걸친 계획이기 때문에 해마다 저희들이 리뷰(review)를 해서 계획 이행에 문제가 있다면 GM과 저희가 협의를 해서 점검을 하고 필요하다면 치유방안까지 서로 협의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 상호간에 윈-윈이 되는 결과를 초래했고, 저희도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상당히 만족합니다. GM은 3일날 Agreement(합의서)에 사인을 했는데 GM도 표정이 상당히 좋았어요."

2010년 12월 8일,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이다. 당시 산업은행 김영기 수석부행장이 기자 브리핑에 직접 나와서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했던 얘기이다. 이렇게 해서 산업은행과 GM 사이에 무려 1년 넘게 진행된 협상을 통해 'GM대우 장기발전 기본합의서'가 탄생했다.

글로벌 GM이라는 만만치 않은 자본을 상대로 "이번 협상 결과에 상당히 만족"한다는 표현까지 한 걸 보면 실제로 흡족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당시 언론들의 반응을 보더라도 마찬가지이다.




7년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런데 최근에 나오는 산업은행과 GM 관련 뉴스는 사뭇 다르다. 산업은행 스스로 GM 철수 또는 공장 폐쇄 시 막을 수단이 없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얘기가 언론에 대서특필 되고 있다. 자신만만하게 “GM이 설사 철수하더라도 독자적 기업으로 살아남을 합의를 끌어냈다”며 자화자찬 하던 게 7년 전인데 말이다.




7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사실 수많은 사건들이 벌어졌다. 장기발전 합의서가 체결된지 꼭 2년 만인 2012년 12월, 느닷없이 군산공장에서 쉐보레 크루즈 생산을 하지 않겠다는 통보가 있었고, 다음해인 2013년 12월에는 아무런 예고 없이 쉐보레 유럽을 철수한다는 선언이 이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러시아 사업도 철수하기에 이른다.

쉐보레 유럽과 러시아 사업 모두 한국GM의 자회사가 영위해온 것이었다. 이 모든 철수 선언은 글로벌 GM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으로 이뤄지게 된다. 인위적 구조조정은 하지 않는다더니 거의 매년 사무직에 대한 희망퇴직이 강행되었고, 생산물량 축소에 따라 군산공장 1000명을 포함해 상당수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한국GM의 생산물량은 2010년과 비교했을 때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공장가동률도 심각한 수준에 처했다. 그러다보니 때만 되면 ‘GM의 한국 철수설’이 언론에 회자되고 있지 않은가. 지난 7년 동안 이토록 많은 일들이 벌어졌는데 그때에는 뭘 하다가 이제 와서 GM이 철수하더라도 이를 견제할 장치가 없다는 변명을 늘어놓는 걸까? 게다가 7년 전에는 “GM이 철수하더라도 독자생존 가능하도록 협상을 벌였다”고 주장해놓고 말이다.

베일에 숨어 있는 주주 간 계약서와 장기발전 합의서

GM은 2002년에 대우자동차를 인수할 때 산업은행(한국 정부)과 ‘주주 간 계약서’란 것을 체결한다. 2010년 당시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이 설명한 것처럼, 생산‧수출‧라이센싱 등 거의 모든 업무에 대한 계약이 체결된다. 아울러 산업은행이 한국GM 주식의 28% 지분을 취득하면서 이른바 비토권(소수주주권)을 갖게 된 것도 이 ‘주주 간 계약서’에 따른 것이다.

그러다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가 벌어지고 GM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산업은행은 다시 ‘주주 간 계약서’에 입각해 글로벌 GM과 협상을 벌였고 2010년 12월에 ‘GM대우 장기발전 합의서’를 체결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매우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2개의 협약(주주 간 계약서, GM대우 장기발전 합의서) 모두 완전히 베일에 싸여 비공개 상태로 놓여 있다는 것이다.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만 언론에 공개해왔기 때문에 과연 2개의 협약에 어떤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산업은행은 협약 내용을 매번 극비에 붙여왔다.

그런데 문제의 보고서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과정은 정말 우습기 짝이 없다. 국회 정무위 소속인 지상욱 의원(바른정당)이 산업은행 관계자를 불러 한국GM 관련 보고를 받는 과정에 ‘한국지엠 사후관리 현황’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전달받았다는 것이다.

보고서 표지에는 언론에 유출되어선 안 된다는 문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대외비 문서를 산업은행 관계자가 야당 의원에게 전달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들은 진실로 이 보고서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 것이라 믿었을까? 그동안 GM 문제라면 모든 것을 극비에 붙여왔던 산업은행이 대외비 문서를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한다니?

아니나 다를까. 언론에 보도된 문제의 보고서 내용을 보면, 온통 산업은행의 자기변명으로 가득 차 있다.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이 방법 저 방법 다 써봤지만 GM의 비협조로 번번이 무산되었다.

▲ 한국GM 차량을 애용하자는 내용의 플래카드. ⓒ오민규

“GM이 철수해도 독자생존 가능하다”고 했던 내용 공개해야

중요한 의문점이 하나 있다. 2010년 산업은행 김영기 수석부행장이 언론에 호언장담한 것처럼, GM이 철수해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놓았다면, 대체 왜 산업은행은 GM의 철수를 견제할 장치가 없다며 우려를 표명하는 것일까? GM이 철수해도 독자생존이 가능하도록 협약을 체결했다면 걱정할 게 대체 뭐란 말인가.

산업은행이 해야 할 일은 구실과 핑계로 가득 찬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 아니다. 한국GM과 연관된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위기에 빠진 상황 아닌가. 지금이라도 2002년 주주 간 계약서, 2010년 GM대우 장기발전 합의서 내용 일체를 공개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상황이다. 문제의 보고서에 적시된 것처럼 2002년에 GM과 산업은행이 체결한 ‘주주 간 계약’의 유효기간은 15년, 즉 오는 10월 16일이면 만료시점이 된다. 그 시점이 되면 산업은행이 보유한 현재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17%의 지분에도 불구하고 비토권을 상실하게 된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지금 당장 협약의 내용을 모조리 공개하고, GM을 상대로 당당하게 협상을 벌여야 한다. 2010년에 산업은행은 정말 당당하게 협상하고 발표하지 않았는가.

"저희도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상당히 만족합니다. GM도 표정이 상당히 좋았어요."

다행히 당시 산업은행 김영기 수석부행장이 진행한 기자 브리핑의 동영상 일부가 남아 있다. 이 동영상에서 얘기했던 내용이 거짓이 아니라면, 지금이야말로 ‘방법’을 찾아야 할 때이다. 하려고 하는 자는 방법을 찾고, 회피하려는 자는 구실을 찾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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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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