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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대추리는 고립된 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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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대추리는 고립된 섬이었다" 평택 범국민대회, 경찰에 꽁꽁 막혀
14일 평택 대추리에서 대규모 범국민대회를 열어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투쟁의 기세를 높이려고 했던 '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의 계획은 경찰의 원천봉쇄에 막혀 수포로 돌아갔다.

평택 대추리로 가는 모든 길목 차단돼

경찰은 이날 182개 중대 1만8000여 명의 병력을 동원해 평택 대추리로 진입하는 주요 길목을 막아 범대위 측의 '범국민대회'를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13일 밤 서울 홍익대에서 노숙을 하며 이날 범국민대회 참여를 준비했던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과 민주노총 조합원 2000여 명은 이날 오전 8시께 전세버스 20여 대에 나눠타고 평택으로 향했다. 이들은 일단 충남 아산시 둔포면 사무소에서 하차한 뒤 경찰의 봉쇄망을 피해 농로를 따라 평택시 팽성읍 노양리 계성초등학교에 집결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하지만 대추리로 들어가는 길목인 본정리의 '본정농협' 앞에서 이미 대기하고 있던 경찰과 맞닥뜨렸다. 이들은 대추리 진입을 수 차례 시도했으나 경찰의 저지선을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민주노총 조합원 20여 명이 현장에서 연행됐다.

이처럼 대추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범국민대회'는 경찰의 원천봉쇄에 가로막혀 정상적인 진행이 불가능했다. 범대위는 '범국민대회'를 대추리 안과 밖에서 각각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임종인 우리당 의원 "경찰이 평택을 불법점거하고 있다"
▲ 14일 경기도 평택시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로 들어가는 길목인 본정1리에서 대추리로 진입하려는 시위대와 이들을 막으려는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먼저 대추리 안 평화공원에서 열린 '범국민대회'는 이날 오전 11시께부터 시작됐다. '대추리 범국민대회'는 범국민대회란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조촐하게 진행됐다. 대추리 주민들과 이미 전날 들어온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100여 명만 참석했다.

이 때문에 '대추리 범국민대회'에서는 경찰의 원천봉쇄를 규탄하는 발언이 많이 나왔다. 천신만고 끝에 '대추리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민주노동당의 단병호·천영세·현애자 의원과 열린우리당의 임종인 의원도 경찰의 원천봉쇄를 강하게 비난했다.

특히 임종인 의원은 "여기까지 오는데 7번의 검문을 거쳐야 했다"며 "모든 국민이 신체 이동의 자유가 있는데 이런 식으로 막는 것은 경찰이 평택을 불법점거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경찰의 원천봉쇄를 강하게 비판했다.천영세 의원 역시 "경찰의 진입 저지 때문에 평택 시내에서 여기까지 1시간 반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대추리 범국민대회'를 마친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에 막혀 대추리에 들어오지 못한 '도두리' 주민을 만나기 위해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도두리'까지 가기 위한 평화행진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평화행진' 역시 경찰에 가로막혔다. 한마디로 대추리는 경찰에 의해 완전히 고립된 섬이었다.

대추리 진입 무산되자 본정리에서 '범국민대회'

한편 대추리로 들어가는 관문인 본정리에서는 '범국민대회' 참여를 위한 집회 참가자들의 진입 노력이 하루종일 이어졌다.

정오께 한총련 소속 대학생 일부가 대추리 진입을 허용할 것을 요구하며 본정리에서 연좌농성과 함께 즉석 집회를 열었다. 경찰의 봉쇄망을 피해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를 돌아 온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이집회에서 결합했다.

결국 범대위는 오후 2시께부터 대추리 진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본정리 집회'를 '범국민대회'로 이름을 바꿔 진행했다.

'본정리 범국민대회'에는 불과 3000여 명만 참여한 가운데 진행돼, 상당수의 집회 참가자들이 대추리는 물론 본정리까지도 진입하기가 여의치 않았음을 실감케 했다.

집회가 열리고 있는 동안 경찰은 헬리콥터를 동원해 "불법집회를 해산하지 않을 시 엄중처벌하겠다"라는 경고방송을 하는 한편 "철조망 등 군사시설에 접근할 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 적힌 손바닥만한 크기의 군 명의로 된 전단지도 살포했다.

'본정리 범국민대회'는 오후 5시께 마무리됐다. 집회 참가자 중 상당수는 대추리로 진입하기를 포기한 채 서울로 발길을 돌렸다. 범대위 측은 "유혈사태를 피하기 위해 평화적으로 집회를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밤에는 '황새울 영화제'

하지만 범대위 등은 대추리에서 이날 저녁 예정대로 '황새울 영화제'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 영화제에서는 대추리 주민들의 미군기지 이전 반대활동 등을 담은 다큐멘터리 '대추리 전쟁(정일건 감독, 푸른영상)'을 상영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날 오후 상황으로 보면, 이 영화제가 개최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하루 전인 13일 대추리에 들어간 영화 스탭도 일부 있기는 하지만, 영화제에 공연을 하는 데 필요한 관계자들이 14일 오후 2시까지도 경찰에 막혀 대추리에 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오후 1시께 범대위의 집회에 맞서 평택지역의 상인 및 일부 주민들이 맞불집회를 열기도 했다. 특히 안정리 K-6 미군기지 정문 앞에서 폭력시위 규탄대회를 벌이던 평택시민 30여 명은 범대위의 집회 장소로 가는 길을 묻는 차량에 대고 '너희 운동권이지'라며 욕설을 퍼부으며 계란을 던지거나 나무막대로 가격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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