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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 "美기업에 정부제소권 보장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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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 "美기업에 정부제소권 보장하면 안된다" 노총회관 강연회…"국내 환경-노동 규제 훼손될 것"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 비서관이 또다시 입을 열었다. 그동안 정 전 비서관은 정부가 추진 중인 '한미 FTA 협상'에 대해 '졸속추진'이라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해 왔다. 이번에는 외교통상부가 한미 FTA 협정문 초안에 집어넣은 것으로 확인된 '투자자-정부 간 소송 제도(investor-state claims)'와 관련해 정부를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투자자-정부 간 소송 제도'는 지난 1994년 미국이 캐나다 및 멕시코와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제도로, 미국 기업들이 FTA를 체결한 상대방 국가의 공공정책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국내에서 이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일어난 것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한미 FTA 협상 목표 및 우리측 협정문 초안 주요내용'이란 제목의 보고서(대국회 보고서) 전문을 최근 <프레시안>이 단독 입수해 보도하면서부터다.
  
  <프레시안>은 지난 19일 '미국기업에 한국정부 제소권 보장'이란 제하의 기사에서 "투자자와 투자유치국 정부 사이에 투자관련 분쟁이 발생할 경우 국내 사법절차 또는 국제중재를 이용한 적법 분쟁해결 절차를 보장한다"는 대국회 보고서 내용 중 일부를 인용하면서 "정부는 이 제도를 협정문 초안에 삽입하고도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외교통상부는 반박자료를 내고 <프레시안>이 대외 비공개인 대국회 보고서를 공개한 것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히면서 "투자자-정부 간 소송 제도는 우리가 체결한 모든 FTA에 이미 포함된 내용"이라며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 있는 최근 FTA에 다수 포함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투자자-정부 간 분쟁해결 제도는 미국기업의 이윤 보장 장치"
  
  최근 10여일 간 멕시코를 둘러보고 돌아온 정태인 전 비서관은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회관에서 열린 '한미 FTA 바로알기'라는 강연회에서 "<프레시안>의 보도와 외교통상부 간 공방을 통해 한미 FTA의 우리측 초안에 '투자자-정부 간 소송제도'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앞으로 이 제도가 가져올 위험성에 대해 강한 우려감을 표시했다.
  
  정 전 비서관은 특히 이 제도가 최초로 도입된 미국, 캐나다, 멕시코 간 자유무역협정(NAFTA)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미친 영향을 사례로 들며 이 제도가 실제로 한미 FTA 협정에 반영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 효과를 설명했다.
  
  그는 먼저 이 제도에 대해 "NAFTA 협정에서 가장 큰 독소조항이었다"며 "미국기업에 제소를 당하면 정부는 미국의 영향력이 강한 분쟁조정 기구인 세계은행 산하의 '국제분쟁처리위원회'나 국제연합(UN) 산하 기구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 제도 도입에 따른 부정적 사례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인 '매탈클래드 사건'이다. 미국 기업인 메탈클래드(Metalclad)는 멕시코 정부가 '환경규제'로 영업을 방해했다며 멕시코 정부를 국제 분쟁조정 기구에 제소했고, 결국 1560만 달러의 배상금을 얻어냈다.
  
  또한 미국 기업인 에틸(Ethyl) 역시 캐나다 정부로부터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있다는 이유로 영업유예 처분을 받자 캐나다 정부를 제소했고, 결국 캐나다 정부는 배상금 명목으로 1300만 달러를 에틸에 지급했다.
  
  정 전 비서관은 "나프타 협정 체결 이후 10여 년 동안 메탈클래드 건과 같은 사례가 20여 건에 이른다"면서 "'투자자-정부 분쟁해결 제도는 사실상 미국기업의 이윤을 보장하는 안전장치였다는 것이 멕시코와 캐나다 사례에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FTA 협정에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국내의 수많은 환경 및 노동 관련 규제가 폐지될 운명에 처할 것"이라며 "최저임금제도 미국기업이 우리 정부를 제소하게 되면 없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 제도는 우리나라가 이미 체결한 한-일 양자투자협정(BIT), 한-칠레 및 한-싱가포르 FTA 등에 포함됐지만, 당시에는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캐나다, 미국, 멕시코 모두 실질임금 하락, 양극화 심화
  
  한편 정태인 전 비서관은 나프타 협정 체결 이후 미국, 캐나다, 멕시코 모두에서 실질임금이 하락하고 노동조건이 악화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정 전 비서관은 "우리 정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멕시코는 나프타 협정 체결 이후 수출도 늘고 경제도 성장한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멕시코 일반서민의 입장에서는 일자리 80만여 개가 창출된 것을 제외하고는 남는 것이 없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멕시코의 주요 산업지대인 '마킬라도라'에 가보면, 노동자들이 하루 12시간 노동에 월 30만 원 수준에 불과한 임금을 받고 있으며, 노동환경은 1980년대 우리의 구로공단 수준"이라며 "나프타가 가져온 과실은 대부분 가진 자들에게 돌아갔다"고 강조했다. .
  
  정 전 비서관은 "멕시코 내 중소기업들은 미국의 초일류 기업들과의 경쟁에 뒤져 대부분 몰락했고, 더욱 심각한 것은 멕시코 농업이 몰락한 것"이라며 "멕시코인들은 미국산 옥수수로 만든 음식을 주식으로 먹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멕시코뿐만 아니라 나프타 협정의 또다른 당사국인 미국이나 캐나다 역시 실질임금 하락 경향과 노동조건 악화 현상이 동일하게 관찰됐다"고 덧붙였다.
  
  "자유무역 옹호자, 같은 대학에서 같은 책 보고 공부했더라…"
  
  한편 정태인 전 비서관은 강연 말미에 멕시코 고위 관료들과 우리나라의 고위 관료들 간의 유사성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정 전 비서관은 "멕시코 고위 관료들은 하나같이 나프타 협정 체결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 정부의 고위 관료들이 한미 FTA를 옹호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공교롭게 멕시코 고위 관료와 우리 정부의 관료들이 미국의 같은 대학에서 같은 책을 보고 공부했다"며 "이미 세계적으로 (미국 편향적인) 관료층이 형성됐다고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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