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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낙동강에선 '죽음의 냄새'가 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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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지금 낙동강에선 '죽음의 냄새'가 나고 있다" [강은 강처럼 흐르게 하라·1] 흘러라, 낙동강아!
이번엔 '4대강 참사'다. 막무가내식 개발 정책으로 용산에서 5명의 철거민이 목숨을 잃은데 이어, 이번엔 4대강의 현장에 기대 살아온 숱한 생명들이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사그라지고 있다. 강가에서 오랜 세월 터를 잡아온 이름없는 풀과 벌레들부터, 이들의 죽음을 두고만 볼 순 없다며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인 수행자까지, 그렇게 꺼져가는 많은 '생명들' 앞에 개발의 삽날은 냉정할 뿐이다.

지난해 용산 참사에서 드러난 '개발 시대'의 잔혹성을 기록해 <프레시안>에 연재했던 문화예술인들이, 이번엔 4대강의 현장으로 나섰다. '작가선언 6.9'는 지난해 용산 참사 시국선언을 계기로 결성된 문화예술인들의 모임으로, 이번엔 '4대강 참사'의 현장에서 목도한 현실을 시와 글로, 그림으로 표현해 <프레시안> 지면에 연재할 예정이다. <편집자>


짐을 지고 고갯길을 오르는 사람들은 보통 땅만 보고 가기 마련이다. 고갯길이 끝날 때까지 다리는 저리고 숨이 가빠오는 가운데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찾기란 쉽지 않다. 만일 고갯길의 경사각이 높다면 발걸음을 멈추었을 때 미끄러질까 무서워 쉬지도 못한다. 대개 이런 경우에는 하늘을 보러 허리를 폈을 때 뒤로 넘어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러한 모습은 마치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경기 침체와 양극화가 겹치면서 대기업들은 승승장구 하지만, 이와 관계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잃고 삶에 끌려 다니게 된다. 살아남기에 급급한 나머지 우리 발끝만 보다 보니 사랑을 말하고 자연을 듣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눈은 점점 퇴화되어 가는 것만 같다.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위대함을 쓴 글이 지구를 2010바퀴는 족히 돌만큼 쌓였지만 여전히 우리는 자연을 보호해야 하는가, 개발해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위대함을 쓴 글이 지구를 2010바퀴는 족히 돌만큼 쌓였지만 여전히 우리는 자연을 보호해야 하는가, 개발해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최항영

대운하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 이런저런 얘기 끝에 대운하가 과연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있을지, 지인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글쟁이가 높은 어르신들이 하시는 일들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지만, 22조 원이나 되는 '세금'이 들어간다는데, 만일 잘못되면 나라가 빚더미에 앉고 환경이 파괴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정도의 상식은 있다. 내가 물어본 이유는 타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알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내가 듣고 본 내용은 정부에서 이 사업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의문스러울 정도로 엉성한 것이었다. 강에서 스크류가 돌면 물이 정화되고 골재를 채취해서 공사비를 충당하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물류비가 줄어들고, 관광산업이 발달되고 하는 등의 이야기들을 그대로 믿으라고 하는 것은 정부가 나를, 아니 대한민국 국민을 미취학 아동으로 보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허무맹랑한 소리였다. 환경 문제나 골재비 이야기는 반박할 가치조차 없고 반나절이면 차나 기차로 갈 거리를 3일 걸려 배에 짐을 싣고 내려서 다시 차로 운반하면 물류비가 줄어들어 이익이라는 말과 3일 동안 배를 타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배로만 관광을 할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는 창의력은 정말 칭찬해 주고 싶을 정도였다.

대운하 이야기를 꺼낸 것은 지금의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의 전초 단계이기 때문이다. 친환경 녹색사업이라는 미명하에, 4대강 정비를 한다면서 하는 일은 물길을 직선화하고 강바닥을 준설하고 보를 세워 물을 가둔다. 그런데 운하는 직선일수록 효율적이고 바닥은 깊을수록 좋고, 물을 가두어야 한다. 대운하와 4대강 정비는 결국 똑같은 방식이라는 것이다.

환경을 위한다면서 운하 만들기 전초단계의 일을 하는 데 속보이는 거짓말에 속아주는 것은 시장에서 시금치 값을 흥정할 때에나 인정상 해주는 것이지, 22조 원짜리 콘크리트 사업에서는 아니다.

▲ 낙단보 공사 현장의 모습. ⓒ김흥구

4대강 사업은 환경영향평가도 제대로 받지 않고 급하게 추진하다 이번 장마 때 더 큰 피해를 냈다. 낙동강,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하천이자 경상도의 젖줄인 낙동강은 이번 홍수로 인해 함안보가 물에 잠기고 온갖 오염 물질이 섞인 준설토가 떠내려가면서 4대강 사업이 얼마나 비상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알려주었다.

황지연못에서 시작하여 하회마을에서 방향을 바꾸고 남도의 구석구석에서 물길을 주고받으며 바다로 달려 나가는 아름다운 낙동강은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한 졸속공사로 더욱 큰 재앙을 맞았다. 더구나 언론에서는 장맛비가 오기 전에 이미 이러한 일들을 예상하고 대책을 촉구했지만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이 더 실망스럽다.

지금 정부는 자신들만 믿고 따르라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창의적인 대운하 시나리오와 낙동강은 내 고개를 쳐들게 만들었다. 내 일이 힘들다고 발끝만 보고 가다가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게 될 것이 뻔했다. 때로는 고개를 들어 멀리 보고 걸어갈 길을 고민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내가 둘러본 낙동강은 바로 그런 존재이다. 물길을 따라 숨을 고르고, 마을을 굽이쳐 흐르는 곳에서 삶의 터전을 지켜주는 존재, 자연은 우리가 섬기고 아껴야 할 존재이지 굴복시켜야 할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지금 낙동강에서는 죽음의 냄새가 나고 있다. 죽은 모래 밭 위로 물고기 떼가 봉분을 만들고 아름다운 녹지가 모두 사라지고 있다. 주변 밭은 포클레인으로 허물어지고 평생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울음소리가 처절하게 들린다.

▲ 지금 낙동강에서는 죽음의 냄새가 나고 있다. 죽은 모래 밭 위로 물고기 떼가 봉분을 만들고 아름다운 녹지가 모두 사라지고 있다. 주변 밭은 포클레인으로 허물어지고 평생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울음소리가 처절하게 들린다. ⓒ김흥구

당신은 유년 시절 맨발로 물의 촉감을 느끼던 때가 기억나지 않는가? 우리가 고개를 숙이고 앞만 보고 걷는 동안, 우리가 침묵하고 있는 동안, 낙동강은 낙태를 당한 여자처럼 피를 흘리고 있다. 강을 살린다면서 포클레인으로 메스를 들이대는 사고방식으로는 결코 강을 살릴 수 없다.

나는 낙동강이 살아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것은 정부가 바라는 방법과는 다르다. 정부의 방식이 틀렸음은 낙동강이 이미 증명했다. 우리들이 고민해야 할 것은 우리가 어떻게 낙동강과 공존할 것인가? 이다. 인간은 강을 통해 성장했다. 그러나 그 결과 강은 죽어가게 되었다.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 4대강 사업이 끝나면, 우리 후손들은 결국 죽은 강물 곁에서 초혼 의식을 치를 수밖에 없다. 강은 현 세대만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것이기도 하다. 공동체를 생각하고 그 공동체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4대강 사업을 다시 재고해야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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