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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반대하면 반미주의 아니면 쇄국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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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FTA 반대하면 반미주의 아니면 쇄국주의"

한미FTA '찬양'과 '엄포'로 점철된 '국회 FTA포럼' 세미나

23일 '국회 FTA포럼'이 주최한 '한미 FTA협상 점검과 향후 대응전략' 세미나는 한미 FTA 체결을 지원하기 위한 대대적인 여론몰이로 비쳐졌다.
  
  한덕수 경제부총리,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김종훈 협상수석대표 등 FTA관련 정부 인사 '빅3'와 임채정 국회의장까지 참석하는 등 이날 세미나는 성황리에 진행됐지만, 일부 여야의원들을 제외하고는 무조건적인 FTA 찬양론 일색이었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무조건적 반미주의자가 아니면 대원군식 쇄국주의자다"라거나 "이제 와서 FTA 찬반을 말해봐야 소용없다"는 식의 발언이 주를 이뤘다.
  
  한덕수 "FTA는 21세기 신 실크로드…대응 안하면 통상 고아로 전락"
  
  포럼 대표인 김명자 의원의 모두 발언은 이 모임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김 의원은 "우리의 주요 교역국들은 FTA 체결에 앞장서고 있어 우리를 긴장케 한다"며 "대외개방의 불가피성과 그 긍정적 효과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조성하는 대내 협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의원은 "정부부처와 협상팀에 힘을 실어주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도 중요하다"며 "반대의 목소리에 현실적 문제가 묻혀버리면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될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덕수 부총리도 화려한 수사를 동원해 FTA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 부총리는 "FTA는 상품은 물론 투자와 서비스까지 실어 나르는 21세기 신 실크로드로서 세계사적 흐름이자 화두가 되어 가고 있다"며 "우리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세계교역질서에서 통상의 고아로 전락해서 국가간 경쟁에서 낙오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 FTA 협상 추진에 있어 안보적 효과를 고려할 이유는 없다"고 말한 바 있지만 이날 한 부총리는 "지난 2월 협상개시 당시 성공적 한미 FTA 협상은 양국 모두의 평화와 안전을 증진시킬 것이란 공감대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다만 한 부총리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로 인한 멕시코의 경험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 인정했다. 한 부총리는 "멕시코는 FTA를 통해 투자와 무역을 획기적으로 늘였지만 국내 구조조정이 미흡해 FTA의 순기능을 제대로 못 살렸다는 교훈이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워싱턴 미국 워싱턴 D.C에서 진행된 1차협상 경과를 설명하며 "전반적으로 우호적이고 건설적인 분위기 속에서 협상이 진행됐다"며 "미국 측이 이번 협상을 성공적으로 타결하고 싶어하는 의지를 곳곳에서 읽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협상 오프닝에서 내가 협상장 밖에 있는 우리 원정 시위대를 가리키면서 '저 분들이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우리(한미협상단)가 양국의 균형점을 잡는 좋은 협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미국의 반덤핑규제 완화, 한국의 약제비 절감 정책 등에서 양국의 의견이 부딪혀 쟁점을 형성했다고 설명한 김 대표는 "내가 미국 측에다가 '미국에는 없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국민건강보험 제도를 훼손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며 '무용담'을 늘어놓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어 "노동과 환경기준이 저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지만 이 기준이 저해되면 안 된다는 것을 양국 정부가 공히 천명하고 있다"며 "오히려 미국이 노동기준을 엄격하게 제시하는데 우리는 좀 약하게 준비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서비스업 강하게 압박 안 해서 실망"?
  
  국가경연전략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무역협회를 대표해 나온 세 명의 발제자는 한미 FTA찬양에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협상전략을 수행해야 할 사람들이 갈등조정에 힘을 뺐기고 있다"며 "정치권이 그런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회는 그릇된 정보를 솎아내고 국민을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양수길 원장은 "최근 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FTA에 관해 발언한 것에는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며 "김 의장의 발언은 FTA반대론자들의 핵심논거와 맞닿은 것이라 편향적 의견이 수렴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양 원장은 "FTA가 결과적으로 잘 될 수도 있고 못 될 수도 있으니 반대한다, 찬성한다 모두 의미가 없는 것"이라면서도 "반대하는 사람들을 보면 무조건적 반미주의와 무조건적으로 개방은 싫다는 식의 대원군식 쇄국주의 입장이다"고 매도했다.
  
  양 원장은 "미국식 FTA는 가장 높은 수준의 것이라 우리 관행과 제도를 많이 바꿀 것"이라며 "농업이 걱정이지만 미국이 그리 잔인하게 할 것 같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서비스업이야 말로 개방 개혁이 필요한데 미국이 강하게 압박을 안 하는 것 같아 실망이다"며 "미국이 '아마 저 나라에 우리 서비스업이 들어가서 돈을 벌 건덕지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양 원장은 "개성공단 같은 예민한 문제를 자꾸 고집하면 한미 FTA자체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채욱 한미 FTA연구단장은 "협상전략을 수행해야 할 사람들이 국내 이해관계집단의 갈등 조정하는데 힘을 뺏기고 있다"며 "정부종합청사 앞에 가보면 사람들이 데모하고 그래서 안에서는 회의도 제대로 못한다"고 주장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한미 FTA에 관한 일련의 정부발주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이 협정의 기대효과와 관련된 수치들을 조작하고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채 단장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국회가 통상정책에 참여하는 시스템이 개선되어야 한다"며 "미국식으로 하려면 국회 역량이 제고되어야 하는데 현재 능력이 되는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현오석 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은 "제조업체는 대체로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피해업종을 위한 기금 출연 등 보상요구를 우려해 예상 혜택을 축소하고 지지표명을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며 "피해산업 보상 또는 지원 과정에서 수혜업체에 부담을 지우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정부의 확고한 입장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근본문제 제기한 여야 경제통 "왜 미국과 FTA 해야 하나?"
  
  정부 고위급 인사들과 경제외곽단체 인사들이 'FTA 만능론' 설파에 여념이 없었지만 의원들은 상대적으로 균형잡힌 자세를 취했다. 지정 토론자로 나선 우리당 이상경 의원은 "FTA 반대를 쇄국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며 "(한미 FTA 체결로) 양극화 해소 주장에 설득력이 있는지 의문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수 차례 걸쳐 "한미 FTA를 통해 양극화를 해소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일부 학자나 기관이 '무조건 FTA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이를 따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미국의 커트 통 공사가 우리 협상팀을 칭찬하길래 그러면 미국은 어떻게 준비를 했냐고 묻자 '의회와 사전협의를 했고 다양한 이해집단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답하더라"고 한국 정부의 폐쇄적 태도를 간접적으로 질타했다.
  
  이 의원은 "민노당과 내가 법안을 하나 발의한 것(통상절차법)을 제외하고는 우리 국회가 한 것이 없다"며 "통상절차법도 빨리 통과되고 특위도 조속히 설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막연히 국민의 동의를 구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특위에서 관련정보들이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도 "왜 미국과 FTA를 체결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하느냐 마느냐, 하면 언제 하느냐, 왜 미국이 먼저냐는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근본적 재검토를 주문했다.
  
  이 의원은 "한칠레 FTA와 한미 FTA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협상에서 유리한 것을 얻어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섬유, 자동차, 제약, 금융 등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이미 경쟁력이 있는 부분은 추가 효과가 회의적이고 경쟁력이 약한 부분은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빨리 가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바른 조건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TPA에 얽매이면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TPA는 미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신속무역협상권으로서 내년 7월 만료된다. 정부와 FTA 조속 체결을 주장하는 사람들 일각에서는 내년 7월이 지나면 미 의회가 시시콜콜 따지고 들 것이기 때문에 그 이전에 협상을 완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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