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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동풍' 현병철, "독립과 신뢰 소홀함 없다" '마이 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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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동풍' 현병철, "독립과 신뢰 소홀함 없다" '마이 웨이' 인권위원 2명 회의 전 퇴장…전직 인권위원들 사퇴 촉구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사퇴 사태에 대해 현병철 위원장이 공개 석상에서 입장을 표명했다. "독립성과 신뢰성에 소홀함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들은 장향숙 상임위원과 장주영 비상임위원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8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현병철 위원장은 안건을 상정하기 전 "그간 위원장을 하면서 인권위의 독립성과 국민의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지금까지 그런 점에서 소홀함이 없었다는 게 나의 소신"이라고 최근의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업무를 시행하면서 단 한 번도 어떤 기관이나 인사에게 부탁을 들어본 적도 없다"며 "모든 업무는 스스로 판단하고, 위원들의 의견을 통해 결정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다만 "하지만 두 명의 상임위원들이 사퇴를 하고 난 뒤 고민을 많이 했다"며 "조직의 수장으로 그 가부를 떠나 이런 파장을 일으킨 점을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 8일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에 참석한 현병철 위원장이 발언을 하는 동안 장향숙 상임위원이 경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 위원장의 발언이 끝나자 장향숙 상임위원과 장주영 비상임위원은 반발하며 퇴장했다. 장향숙 위원은 민주당 추천 몫으로 상임위원이 됐고, 장주영 위원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다. 역시 현 위원장에 대해 비판적인 조국 비상임위원(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학회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 했다.

퇴장하기에 앞서 장향숙 위원은 "두 명의 상임위원들이 속이 좁아 오해를 해서 불쑥 인권위를 떠난 게 아니다"라며 "두 상임위원 사퇴의 핵심은 독립과 합의라는 인권위의 원칙을 무시하고 위원장 독단으로 인권위를 이끌어온 것에 있다"고 현 위원장을 직접 비판했다. 그는 "인권위 국정감사 이후면 이 문제가 조용해질 거라 생각해서 버티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9일 국회의 인권위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다.

장주영 위원도 "위원장은 지금의 사태를 책임지지 않고 부덕의 소치라고만 말한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위원장은 인권위가 독립성을 가지고 일을 해왔다고 하지만 그간 권력에 비판적인 사안들은 철저히 배제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비상사태를 수습하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며 "더 이상 안건을 심의할 필요도 없다"고 말하며 장향주 위원과 동반 퇴장했다.

17분 만에 회의 종료

두 위원이 퇴장했지만 전원위원회는 현 위원장 포함 6명의 비상임위원들만 참석한 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장향숙 위원이 상정한 '야간 옥외집회를 제한하는 집시법 개정안 처리에 대한 의견표명' 안건은 장 위원이 퇴장함에 따라 추후 재상정하기로 결정하고, '장애인 활동보조지원사업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검토' 안건도 수정의결하기로 결정하면서 17분 만에 회의를 종료했다.

방청석에 앉아 있던 명숙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는 "인권위원들이 안건에 대한 의견도 표명하지 않고 어떻게 이렇게 졸속적으로 안건을 처리할 수 있느냐"며 항의했지만 현 위원장은 "회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며 이를 외면했다.

명숙 활동가는 "인권위 위원들이 인권의 '인'자도 몰라 아무런 의견도 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럴거면 회의는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인권위는 이날 상임위원 사퇴에 따라 해당 상임위 안건을 전원위원회에서 논의키로 하는 임시운영 방안을 결정하기도 했다.

前 인권위원들 "현 위원장, 책임 있는 처신 취해야"…사실상 사퇴 요구

현병철 위원장이 전 방위적 사퇴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사퇴한 두 명 상임위원에 이어 인권단체가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점거 농성에 들어간 것에 이어 이번엔 인권위 전임 위원들이 현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창국, 최영도 등 전 국가인권위원장 2명과 김만흠, 박경서, 유시춘, 최경숙 등 13명의 전 위원 등 총 15명의 전임 위원 및 위원장은 8일 서울 중구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떠한 형태로든 입장을 밝히고 책임 있는 처신을 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설립된 이후 위원장을 포함해 총 23명의 위원이 인권위를 거쳐 갔다. 이번 기자회견에 명단을 올린 위원들은 김창국, 최영도, 김만흠, 박경서, 유시춘, 윤기원, 원형은, 이해학, 이홍록, 정강자, 정인섭, 정재근, 최경숙, 최금숙, 최영애 등 총 15명으로 과반수가 넘는 숫자다.

전직 위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 위원장에게 책임 있는 처신을 요구했지만 사실상 사퇴를 촉구한 것과 다름없다. 이날 최영애 전 위원은 '책임 있는 처신'을 두고 "사퇴를 포함해서 많은 걸 포함한다"며 "힘들게 만들어진 인권위가 제대로 서기 위해서는 위원장의 지도력과 인권의식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 위원들도 입을 모아 현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만흠 전 위원은 "현재 인권위 관련해 야당과 시민단체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에서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며 당사자인 현 위원장이 현명한 판단을 할 거라 생각한다"고 압박했다.

윤기원 전 위원은 "현 위원장은 전직 위원들이 이렇게 하는 마음을 잘 헤아려야 한다"며 "이 기회를 놓치면 위원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본인 개인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0월 임기를 마친 최경숙 전 위원은 "전임 위원들이 이 자리에 함께 모인 건 인권위의 위기 때문만이 아닌 한국 인권의 위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수장에 따라 인권의 지표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잘 알기에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 의견을 표명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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