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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 커틀러 "反FTA 움직임이 협상 막아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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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 커틀러 "反FTA 움직임이 협상 막아선 안 돼" 개성공단, 반덤핑 등 한국 측 요구사항엔 '모르쇠'
웬디 커틀러 한미 FTA 협상 미국 측 수석대표는 12일 "한미FTA 반대 움직임이 우리의 노력과 (한미 양국이) 함께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내의 반(反) 한미 FTA 움직임에 주목하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커틀러 대표는 "(신속협상권한(TPA)의) 시한에 맞추려면 너무 촉박한 것 아니냐"는 일부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TPA가 연장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며 "시한을 맞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한국 측 김종훈 대표도 동의할 것이라고 거의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강봉균 '5대 요구사항' 제시…커틀러 " 내 임무는 미국 국익 대변"

커틀러 수석대표는 한미 FTA 저지를 위한 '국민 총궐기 대회'가 예정되어 있는 12일 열린우리당 강봉균 정책위의장 등 한미 FTA 특위 위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서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우리당은 여당으로서 한미 양국 간의 성공적인 협상을 뒷받침할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강 의장은 "국민들 가운데 두려운 마음으로 반대하는 분들도 많고 우리는 그 목소리를 경청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며 한미 FTA에 포함되어야 할 다섯 가지 사항을 꼽았다.

강 의장은 △WTO DDA 협상에서 10년 간 관세유예화한 것을 준용해 개방품목에서 쌀 제외 △미국이 싱가포르, 칠레, 호주와 체결한 FTA 수준으로 한국 전문직의 미국진출 쿼터 확대 △비자면제 협정의 조속한 타결 △반덤핑 규제 완화 △미-이스라엘 FTA에서 채택한 QIZ(Qualified Industrial Zone) 방식을 준용해 개성공단 제품도 한미 FTA에 포함 등을 요구조건으로 내세웠다.
QIZ 방식이란

'QIZ 방식'은 지난 1986년 체결된 미-이스라엘 FTA에 포함된 것으로 이스라엘 내부의 PLO 자치구역(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과 요르단 및 이집트의 특정지역에서 생산된 이스라엘 제품에 대해 원산지 예외규정을 적용해 이스라엘에서 생산된 제품과 동등하게 취급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FTA 체결 당사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특정지역에도 특혜관세를 부여하는 것으로, 이스라엘과 중동국가 사이의 '특수관계'에 대한 정치적 배려 차원으로 도입된 것이다.

한-싱가포르 FTA에도 이와 비슷하게 '개성공단 또는 한반도의 여타 공업지구에서 생산된 것으로 양해되는 제품이 한국영토를 거쳐 싱가포르에 수출되는 경우 원산지 상품으로 인정하여 특혜관세를 부여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한-EFTA(유럽자유무역연합) FTA에서도 '역외가공의 특례 형태로 국내산 자재 등의 투입비중이 60%이상인 경우 개성공단 생산 제품을 한국산과 동일하게 대우하여 특혜관세를 부여'하도록 되어 있다.

한국은 싱가포르, EFTA의 선례를 들어 개성공단 물품도 한미 FTA에 포함시키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 측은 이 문제는 '협상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지난 2월 협상개시 직후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협상기밀이어서 밝힐 수는 없지만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 2월 미 의회에 제출한 한미 FTA 관련 협상통보문에는 "FTA에 따른 특혜 세율이 한국산 재화에만 적용될 수 있도록 원산지 우회에 대한 방지 규정을 만든다"고 명기하고 있다. '원산지 우회'는 개성공단을 뜻한다는 것이 지배적 해석이다.


강봉균 의장이 이처럼 다섯 가지 요구사항을 열거했지만, 웬디 커틀러 대표는 이에 대해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고 그저 '잘 알았다', '이해하고 있다' 등으로 일관했다.

또한 커틀러 대표는 "한국 협상단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김종훈 수석대표부터 모두 다 열심히 하고 있고, 잘 훈련된 협상단이라 한국인들은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커틀러 "TPA 연장 가능성 거의 없다"… 조속타결 압박

커틀러 대표는 이어 "내 임무는 미국의 국익을 대변하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우리가 빈손으로 미국으로 돌아가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한미 FTA는 양국 국가, 시민, 지역, 그리고 전 세계에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커틀러 대표는 "TPA 시한에 맞추려다 보니 졸속협상의 우려가 있다. 시한을 늘려서라도 충분한 협상이 필요하다"는 신학용 의원의 지적에 대해 "지난 8년 간 미 의회로부터 TPA 시한을 연장받은 바 없고 앞으로도 시한연장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우회적으로 조속한 타결을 압박했다. 미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TPA 시한을 맞추려면 내년 3월 말까지 한미FTA 협상이 타결돼야 한다.

이에 앞서 송영길 의원은 호박죽, 전주비빔밥 등의 메뉴를 가리키며 "맛있는 한국산 쌀로 만들어진 음식"이라고 말했지만 커틀러 대표는 웃으면서도 "미국산 음식은 없느냐"고 받아쳤다.

커틀러 대표는 모두 인사말에서 "미국 의회와 마찬가지로 한국 국회도 한미 FTA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 의원들과 미국 협상단의 발언이 있은 후 커틀러 대표의 요구와 우리당의 동의 하에 간담회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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