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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엑소더스', 업무 사실상 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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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엑소더스', 업무 사실상 마비 전문·상담위원 집단사퇴…꿋꿋한 현병철·청와대
15일 국가인권위원회 전문위원·자문위원·상담위원 61명이 집단 사퇴하면서 인권위 업무 마비가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퇴 의사를 밝힌 61명에는 명진 전 봉은사 주지, 배은심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센터 활동가, 이호중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미영 서울가정문제상담소 소장 등이 포함돼 있다.

인권위에서 외부 인사로 위촉한 전문위원 등은 250여 명으로 이번에 사퇴한 인사는 4분의 1에 이른다. 14일 밤까지 57명이 사퇴의사를 밝혔지만 15일 4명이 추가로 사퇴했다. 한 전문위원에 따르면 연락이 가능한 70여 명에게만 사퇴 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사퇴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 인권위 외부 위원들이 위촉서를 반납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권위, 시민단체 등과 소통도 못하고 있다"

특히 113명 중 40여 명이 사퇴한 전문위원이 인권위에서의 역할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실무 타격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들 전문위원은 노동, 여성, 법조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시민단체 간부 및 대학교 교수, 변호사 등을 전문가들로 구성돼 인권위의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자유권전문위원인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그간 인권위에서는 판단 내리기 어려운 사안을 두고 위원들에게 서면으로 질의를 하던가 아니면 회의 안건을 만들어 자문을 구했다"며 전문위원의 역할을 설명했다.

김 국장은 "또한 인권 침해 현장을 직접 방문해 조사를 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역할도 해 왔다"며 "나 같은 경우는 구금 시설을 인권위 관계자들과 함께 방문해 같이 조사를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인권위 조직이 작기 때문에 전문위원 시스템을 통해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는 것.

명숙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는 "큰 줄기에서 외부 위원들의 존재는 인권위가 시민단체 등과 의사소통하면서 운영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라며 "하지만 이번 사퇴는 그것마저도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밝혔다.

또한 55명 중 14명이 사퇴한 상담위원은 주기적으로 인권위를 방문해, 인권 관련 민원 상담을 하고 있다.

인권위 업무 차질 불가피

인권위 관계자는 "오늘 소식을 접했다"며 "해촉 절차를 밟을지, 아님 유보할지도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인권위 설립 취지도 그렇고 인권 사항을 인권위 혼자 결정한다는 건 맞지 않다"며 "지속적으로 각계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릴레이 사퇴를 통해 진보 성향의 전문가들은 거의 다 빠져 나가 이대로 인권위가 운영된다면 '반쪽' 인권위를 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병철 위원장은 이번 사퇴 파문에도 별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인권단체 관계자는 "현병철 위원장이 여우같은 부분도 있어 지금의 사태가 조용해질 때까지 쥐 죽은 듯 지낼 수도 있다"며 "청와대에서 명령이 내려오기 전에는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청와대에서 현병철 위원장을 사퇴시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청와대는 1일 사퇴의사를 밝힌 상임위원 두 명을 불과 4일 만에 사퇴 처리했다. 사직서를 제출하면 통상 2주 정도 절차를 거쳐 면직 처리를 하는 것에 반해 이례적으로 빠르게 처리됐다.

릴레이 사퇴와 내부 직원들의 반발, 전임 인권위원들의 비판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청와대는 새 상임위원으로 보수 성향의 김영혜 변호사를 상임위원으로 내정했다. 사퇴 압력을 받는 현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인권단체 관계자는 "청와대가 하는 것처럼 현병철 위원장은 이번에 사퇴한 전문위원 자리를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채울 공산이 크다"며 "그런 걸 염려해 사퇴는 하지 않으려 했지만 더 이상 인권위에 미래가 없다고 판단해 사퇴를 결심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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