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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공개' 설문, '反현병철' 직원 색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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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공개' 설문, '反현병철' 직원 색출용? "위원장 퇴진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라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현 인권위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인권위 내부에서도 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고민하고 있는 모양새이지만, 이와 같은 시기에 이례적으로 공개적인 설문이 실시된 것은 내부 단속부터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반발을 사고 있다.

인권단체 및 인권위에 따르면 손심길 인권위 사무총장은 지난 11일께 각 과별로 인권위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사실상 최근 파문에 대해 내부 직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아보겠다는 것.

방식도 문제다. 손 총장은 설문조사를 무기명으로 의견 수렴토록 한 게 아니라, 각 과 과장이 주재하는 공개회의에서 일선 직원들에게 의견을 밝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설문조사? 목적에 부합하기 어려운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인권위 내부 게시판에는 이러한 설문조사 의도에 의문을 품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직원은 "과장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위원장 퇴진 여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 있을까"라며 "설사 일부 용기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솔직한 의견을 밝혔다고 하더라도 과장이 그 의견을 그대로 보고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라고 설문조사 방식을 비판했다.

▲ 현병철 위원장. ⓒ연합뉴스

설문조사 결과가 어떻게 쓰일지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이 직원은 "총장의 선의를 믿고 의견을 제시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고 효용성도 빈약해 또 다른 논란을 부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직원은 "사정이 이렇기에 설사 총장 지시의 목적이 순수하더라도 그 방식은 목적에 부합하기 어려운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원은 "직원 수렴이라고 하나 과연 그런 방식으로 소통이 가능한지 모르겠다"며 "관리자 지시 하의 직원 의견 수렴이라니, 행여 밖에서 누가 알까 겁이 난다"고 비판했다. 이 직원은 "이 정도면 중학교 아이도 웃을 일"이라며 "정말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싶은 건가"라고 반문했다.

이 직원은 "설령 설문조사가 부정적 평가가 나왔다 한들 무엇을 어디다 쓸 것인가"라며 "직원들 평가에 따라 위원장이 사퇴하겠다는 건 아니지 않는가. 더 큰 상처가 남기 전에 빨리 철회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직원은 "정말 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제3의 신뢰 있는 기관의 설문조사를 통해 의견을 듣기 바란다"며 "인권위가 더 이상 나락으로 빠지지 않기를 간절히 원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내부를 단속시키기 위한 직원 입막음 용"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 배여진 씨는 "이번 설문조사는 사실상 내부를 단속시키기 위한 직원들 입막음 의도가 크다"며 "인권위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내부부터 단속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배 씨는 "두 명의 상임위원이 사퇴한 뒤 일부 직원들이 인권위 내부 게시판에 올린 성명서를 두고 당시 인권위에서는 수사의뢰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며 "그런 분위기 속에서 공개적으로 설문조사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현병철 위원장은 16일 '알려드립니다'라는 글을 통해 거듭 자진 사퇴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 위원장은 "위원회 업무를 수행하면서 오로지 인권이라는 기준을 토대로 흔들림 없이 업무를 추진하겠다"며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권단체들은 이날 "인권위원장을 자격에 맞는 사람으로 새로이 추천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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