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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가 기능 못하면 제일 좋은 게 정부, 편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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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가 기능 못하면 제일 좋은 게 정부, 편하니까!" [인터뷰] 박찬운 교수 "본질은 좌우대립이 아니라 현병철 비전문성"
"국가인권위원회 상황이 집권 여당과 청와대 지지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 한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 갈 것이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논란이 되고 있는 인권위 사태를 이와 같이 평가했다. 인권위가 상임위원 2명, 비상임위원 1명 사퇴와 전문위원 대거 사퇴 파문을 겪고 있지만 별로 여론의 반향이 없다고 판단한 청와대와 여당이 무시하고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보란듯이 인권 관련 경력이 별로 없는 법조인을, 진보 측의 반발이 뻔한 '뉴라이트' 인사를 새 인권위원으로 선임했다.

박찬운 교수 2005년부터 1년 6개월 간 인권위 정책국장을 맡아 일을 했었다. 그 전에도 사회권, 국제인권 등에서 인권위 전문위원으로 활동해왔다. 얼마 전까지는 정책자문위원으로 일했었다. 하지만 61명의 인권위 전문·상담위원들이 '현병철 사퇴'를 촉구하며 사퇴할 때 같이 사퇴했다.

박 교수는 "보수의 인권이라고 하면 자유주의적 인권 시각을 말하고, 진보의 인권이라고 한다면 평등한 인권 시각을 말한다"며 "그러나 현병철 위원장은 인권에 대한 전문성도, 감수성도 없는 무자격자여서 인권위 전체가 무능한 조직으로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주의 사각에서의 인권은 양심, 표현, 집회 및 시위의 자유 등 개인의 자유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현 위원장은 이마저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이를 근거로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좌우의 대립양상 구도는 본질을 호도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사태의 본질은 현병철 위원장의 비전문성"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 교수는 "현재의 인권위는 해외에 한국에 인권위가 있다는 알리바이를 만드는 정도에 불과하다"며 "새 인권위원장을 세우기 위해 시민단체와 정치권, 즉 민주당에서 분발을 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인권위를 좀 더 이슈화해서 심각성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인권위 창립 9주년인 지난 25일 박찬운 교수와 가진 인터뷰 전문이다.

▲ 박찬운 교수. ⓒ프레시안(허환주)

"이명박 대통령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프레시안 : 현재 인권위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박찬운 : 인권위원장이 인권위에서 역할을 담당하기엔 부적절하기 때문에 그렇다. 현병철 위원장은 인권에 대한 전문성도, 감수성도 없다. 무자격자인 셈이다. 결국 이로 인해 인권위 전체가 무능한 조직으로 되어가고 있다. 모두가 위원장의 인권 의식이 결여됐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결국 이로 인해 북한 인권 등 특정 자기 이해관계에 있는 시민단체를 제외하고 모든 시민단체들이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프레시안 : 박 교수는 현병철 위원장이 사퇴한 뒤 보수적 성향을 지닌 인사를 위원장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수적 인권의 시각을 가진 인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왜 그렇게 주장하고 있는가.

박찬운 : 이것은 조국 교수도 동일하게 주장하는 바이다. 굳이 나눠서 통상 보수의 인권이라고 하면 자유주의적 인권 시각을 말한다. 개인의 자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셈이다. 양심, 표현, 집회 및 시위의 자유에 포커스를 맞춘다. 반면 진보의 인권이라고 한다면 평등한 인권 시각을 말한다. 사회에서 그늘진 사람들의 실질평등, 즉 사회복지, 분배 등에 초점을 맞춘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어디에 중심을 두고 활동을 하느냐는 것은 인권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정권을 잡은 곳이 보수 정권이라면 그에 걸 맞는 보수 인권 전문가를 보내는 걸 진보 인권의 시각을 갖는 사람들이 반대할 순 없다. 관점이 다르지만 말이다. 함께 같이 가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현재 청와대에서는 인권위 사태를 두고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왜 그런다고 생각하는가.

박찬운 : 청와대의 경우, 불리할 게 없기 때문에 그대로 현 위원장을 유임하고 있다. 현재 많은 시민단체에서는 인권위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인권위가 잘 돌아가지 않으면 가장 좋은 게 정부다. 정부를 견제해야 할 인권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니 정권 입장에서는 부담이 없다. 그러니 편하지 않겠나.

프레시안 : 그렇다고 청와대에서 마냥 넋을 놓고 있지만은 않을 듯하다.

박찬운 : 맞다. 인권위 사태가 더 커지고 장기화돼 이로 인해 국민의 지지도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면 현재의 입장을 달리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국민 지지도에 별 영향이 없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악순환으로 반복될 것이다.

"인권위 사태, 장기화되지 않는다"

프레시안 : 사실 국민들은 인권위 관련해서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박찬운 : 현재 인권위에서 불거진 문제는 거시적으로 국민들이 인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어느 순간부터 잃었기 때문이다. 먹고 사는 것에, 그리고 성장 중심으로 인식구조가 재편되면서 사람들의 머리에는 인권이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정권을 잡은 사람들은 이를 잘 간파하고 이를 잘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권위 사태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프레시안 : 현병철 위원장은 청와대의 비호 아래 버티기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장기화 조짐도 보이고 있다.

박찬운 : 사태가 장기화될 거라고 판단하진 않는다. 국가기관의 활동이 사실상 마비되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인권위는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권위가 폐지된다면 정권 입장에서도 부담이 크다. 시민들의 머리에서 '인권위 폐지=인권 폐지' 등식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 정권 입장에서는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것이고 셈이 빠른 정권은 그런 상황까지는 만들지 않을 것이다.

프레시안 : 현재 인권위 상황을 두고 좌우의 대립, 진보와 보수의 대립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있다.

박찬운 : 이번 사태의 본질은 현병철 위원장의 비전문성이다. 여기서 폭발한 것이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좌우의 대립양상 구도는 본질을 호도할 가능성이 크다. 지탄 대상이 이를 활용해 빠져나가는 빌미를 만들수도 있다. 해방 직후 친일파들이 반공으로 살아남는 것과 비슷하다.

▲ 현병철 위원장. ⓒ연합뉴스

"현재의 인권위, 알리바이 만드는 수준"

프레시안 : 박 교수는 현병철 위원장과 같은 학교 동료 교수다. 취임 때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나.

박찬운 : 이런 말을 하는 게 상당히 곤혹스럽다. 이번 사태가 있기 전에는 현병철 위원장과 관련된 발언을 자제했다. 현병철 위원장 취임 초기 몇 번 현 위원장을 만났다. 그 당시엔 위원장에게 그만두라고 하지 못했다. 대신 외부에서 비판하는 걸 새겨듣고 앞으로 잘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위원장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젠 우스운 소리가 돼 버렸다.

만약 임명된다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찾아가 취임하지 말 것을 부탁했을 것이다. 하지만 소문도 없이 전격적으로 임명을 해서 그런 말을 할 겨를도 없었다.

프레시안 : 앞으로 인권위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 거 같은가.

박찬운 : 현재 인권위는 안개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 정권에서 인권이라는 촛불이 활활 탈 수는 없지만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꺼진 촛불은 다시 켜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초를 가져올 가능성도 크다.

현재의 인권위는 해외에 한국에 인권위가 있다는 알리바이를 만드는 정도에 불과하다. 인권위를 올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우선 현 위원장이 사퇴하고, 시민단체의 점검을 받은 뒤 새로운 위원장이 선임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단체와 정치권, 즉 민주당에서 분발을 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인권위를 좀 더 이슈화해서 심각성을 알려야 한다.

프레시안 : 답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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