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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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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은 없다 [이 많은 작가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15> 진은영 시인




ⓒ노순택

세상에서 나를 제일 증오하던 이가 죽었다
그는 다시 태어나 내 몸이 되었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했던 이가 죽어
그는 강이 되었다

그는 나의 정오, 나의 자정
부드러운 머릿결이
모든 계절에 과일과 별의 향기를 뿌리며 네 개의 강으로 지나갔다

어린 시절 읽었던 천일야화 속에서 어느 왕국의 사람들은
모두 물고기가 되었다
그들은 물을 따라 허락 없이 흘러다녔다 그래서

세상에서 강을 제일 증오하던 왕이 있었다
그는 죽었다
태어나 정치가가 되었다

세상에서 강을 제일 증오하던 왕이 있었다
나는 죽었다 다시 태어나
그를 정치가로 만들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것을
가장 증오하는 사람

거기는 나의 정오, 나의 자정
나의 꿀, 나의 담즙, 나의 거기

어린 시절 천일야화 속에서 어느 도시의 사람들은
모두 물고기가 되었다 강은 죽었다가

곧 태어나 내 몸이 되어 올 것이다
신비한 질병과 미지의 악취를 릴레이 주자의 날쌘 팔다리처럼 달고서

어떤 시절에 어느 도시의 사람들은
모두 물고기였다 한때 그들은 제 생각을 따라
텅 빈 광장으로 물처럼 흘러갔다

▲ <꿈속에서도 물소리 아프지 마라>(고은 외 99명 지음, 한국작가회의저항의글쓰기실천위원회 엮음, 아카이브 펴냄). ⓒArchive
그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 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파괴'의 현장에서, 그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기록했을까.

이제는 막바지로 치달은 4대강 사업에 관한 세 권의 책이 출간됐다. 고은 외 99명이 쓴 시집 <꿈속에서도 물소리 아프지 마라>(한국작가회의저항의글쓰기실천위원회 엮음, 이하 아카이브 펴냄), 강은교 외 28명의 산문집 <강은 오늘 불면이다>(한국작가회의저항의글쓰기실천위원회 엮음), 성남훈 외 9명이 참여한 <사진, 강을 기억하다>(이미지프레시안 기획)가 그것들이다.

저자와 출판사의 동의를 얻어 문인들과 사진가들이 기록한 '강의 오늘'을 <프레시안> 지면에 소개한다. 오늘도 포클레인의 삽날에 신음하는 '불면의 강'의 이야기는 한 달여 동안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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