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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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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 동네 [이 많은 작가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22>하종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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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형락
                  제방이 무너져 물이 밀려왔다
                  가내공장 지하방에 스며든 물이
                  지상으로 일시에 차올랐다

                  장마가 지나간 후 주민들은
                  가내공장에서 하천에다 내다버려서
                  지하방으로 떠밀려 들어온
                  폐기물을 쓸어 모아놓은 뒤
                  제방을 다듬어 산책로를 내고는
                  가장자리에 여러 가지 나무를 심었다

                  한동네에서 가내공장 다니는 주민들은
                  제방에 나와 띄엄띄엄 앉아 쉬었고
                  하천을 퍼덕퍼덕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 떼는
                  물결을 슬쩍슬쩍 지느러미로 후무렸다

                  명자나무 밑에선 여자들이 명자나무 그늘을 품다가
                  서어나무 밑에선 남자들이 서어나무 그늘을 높이다가
                  층층나무 밑에선 젊은이들이 층층나무 그늘을 흔들다가
                  느티나무 밑에선 늙은이들이 느티나무 그늘을 넓히다가
                  해가 저물면 저마다 지하방 가내공장으로 밤일하러 돌아갔다

                  하천을 흐르는 물결이
                  잉어들과 자갈 위를 지날 땐 쟁강, 쟁강거렸고
                  피라미들과 모래 틈으로 스밀 땐 버석, 버석거렸고
                  붕어들과 물풀 사이로 스쳐갈 땐 서걱, 서걱거렸다

                  ▲ <사진, 강을 기억하다>(성남훈 외 지음, 이미지프레시안 기획, 아카이브 펴냄).. ⓒ아카이브
                  그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 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파괴'의 현장에서, 그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기록했을까.

                  이제는 막바지로 치달은 4대강 사업에 관한 세 권의 책이 출간됐다. 고은 외 99명이 쓴 시집 <꿈속에서도 물소리 아프지 마라>(한국작가회의저항의글쓰기실천위원회 엮음, 이하 아카이브 펴냄), 강은교 외 28명의 산문집 <강은 오늘 불면이다>(한국작가회의저항의글쓰기실천위원회 엮음), 성남훈 외 9명이 참여한 <사진, 강을 기억하다>(이미지프레시안 기획)가 그것들이다.

                  저자와 출판사의 동의를 얻어 문인들과 사진가들이 기록한 '강의 오늘'을 <프레시안> 지면에 소개한다. 오늘도 포클레인의 삽날에 신음하는 '불면의 강'의 이야기는 한 달여 동안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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