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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KTX 안탄다. 왜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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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나는 KTX 안탄다. 왜냐고?" [기고] "한국 사회의 뒤틀린 단면, KTX"
나는 고양시 화정에 산다. 부모님이 계신 고향은 부산이다. 그리고 조사를 한답시고 전국을 돌아다닌다. 그래서 기차를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그런데 가급적 KTX는 이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번 사고 때문이 아니다.

우선, 비싸다. 경부고속선으로 달릴 경우 서울에서 부산까지 일반석 5만1800원, 특실 7만2500원이다. 새마을호가 일반 3만9300원, 특실 4만5200원인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비싼지 알 수 있다. 그런데 KTX는 엄청 불편하다. 서울에서 대전까지 한 시간,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30분이면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면 정말 타기 싫고 불편한 것이 KTX이다.

KTX는 우리 사회의 뒤틀린 단면이다. 돈 없는 사람은 천천히 가고, 돈 있는 사람은 빨리 갈 수 있는 그런 사회. 재산과 부에 따라서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다르고, 먼 곳을 가는데 걸리는 시간도 달라지는 사회. KTX가 그런 사회를 만들고 있지 않은가?

비싸고 불편한 KTX를 달리게 하느라고 새마을, 무궁화호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서울-부산 노선만 보면 KTX는 거의 10~20분 간격으로 배차되어 있지만 무궁화호는 하루 15편에 불과하고, 배차 간격도 들쑥날쑥이다. 새마을호는 하루 7편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싼 노선을 이용하고 싶어도 배차된 차가 없어서 이용할 수 없다.

▲ 지난 2월 11일 탈선 사고 후 복구 중인 KTX. ⓒ연합뉴스

편히 쉴 수 있는 국민의 철도를 원한다

이렇게 비싼 열차 위주로 철도 운행 체계를 바꾸었으면 더 편하고, 더 안전하게 철도를 만드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정부와 철도공사에서는 적자가 난다는 이유로 안전을 포기하고, 공공성을 내팽개치고 있다. 적자를 줄인다면서 낙하산 허준영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5000여 명의 정규직 구조조정을 강행했다. 업무에 맞추어 인력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감축된 인력에 맞추어 업무도 없애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국민들은 철도공사가 모든 열차의 안전을 책임질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일부 정비, 시설관리 분야는 아예 하청업체에 맡겨버렸다. 운행을 마치고 들어온 차를 확인하거나 운행 직전 다시 상태를 점검하는 일들을 없애고 정비주기를 변경했다. 철도 건널목에는 안전요원이 사라졌다. 반신반의하시는 분들은 지금이라도 서울역으로 나가서 국가권익위원회 옆 고가도로 아래 철도 건널목으로 가보시길 권한다.

서울 한복판인데도 안전요원이 없다. 수많은 차량들이 경고음을 듣고, 자동으로 내려오는 차단기에 맞추어 알아서 안전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서울 시내 한복판이 이런데 산간오지 철도 건널목은 오죽할까. 그런 곳에서 사고라도 난다면?

철도역사에는 이용객들이 편안히 쉴 곳이 없다. KTX가 정차하는 역들은 대부분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그런데 '회의실을 빌려드립니다'라는 표시판은 있어도 편안한 휴식공간은 찾아볼 수가 없다. 크고 넓은 공간에 아무런 편의시설도 없는 역이 있는가하면, 사람들이 편히 쉴 공간 대신에 00벅스나 00도너츠, 00리아와 같은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점령하고 있다.

그런 곳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들은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무턱대고 기차 시간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넓고 크게 지은 역사에 사람들이 편하게 쉴 공간을 만들 생각을 안 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나는 철도공사에 묻고 싶다. 이용객에 대한 서비스보다는 임대료 수익에 초점을 맞추어 역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느낌은 나만의 것일지.

이러면 안 된다. 국민들은 알뜰살뜰 살면서 국가에 세금을 내고 있다. 그러므로 국민은 더 편하고 안전하면서 서비스가 좋은 철도를 이용할 권리가 있다. 가끔씩 잊어버리는 모양이던데 국가의 재정, 그것도 국민의 돈이다. 그 돈을 국민의 발을 위해 사용하는 일을 주저하면서 철도 경영을 흑자화하겠다고 떠드는 일은 국민들에게 이중과세를 하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무엇보다 '수익경영'을 최우선으로 하는 '공기업 선진화'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철도를 통해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발상부터가 문제다.

나는 국민의 철도를 원한다. 편히 쉴 수 있도록 철도 역사를 개선하고 건널목에는 직원 배치되어야 한다. KTX만이 아니라 더 싼 가격의 열차도 지금보다 더 자주 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용객의 안전과 관련한 분야, 차량정비 및 시설관리 분야에 인력을 추가 투입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고시 대응인력까지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청년실업이 문제란다. 천정부지의 등록금 때문에 빚지고 졸업하고 나면 실업자다. 철도안전이 위태롭다. 안전인력, 신규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뭘 망설이는지 알 수가 없다. 나는 편안하고 안전한 국민철도를 이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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