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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지 않은 우리의 희망을 그에게 띄워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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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지 않은 우리의 희망을 그에게 띄워 보내자" [기고] "갇혀있는 송경동 시인의 희망을 향해 달려가자"
'아직 오지 않은 말들'이라는 송경동 시인의 시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 있는 말보다 / 없는 말을 꿈꾼다'는 시인은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이라는 시에서 '아직 태어나지 못해 아메바처럼 기고 있는 / 비천한 모든 이들의 말 속에 소속되어 있다'고 자신의 소속을 이야기한다.

아직 세상에 없는 말, 채 태어나지도 못한 말을 생각하며 시인은 시를 썼다. 말을 하지 못하고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에 나올 엄두를 못 내거나, 반쯤 나오다 멈춰버린 어떤 목숨 같은 말을 시인은 노래한다. 그 시선은 낮디낮았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팍팍하고 메마른 납덩이같은 가슴에 빗장 걸려 웅크린 말을, 괜찮다고 입을 다문 사람들의 가슴속에 하염없이 흐르는 슬픔을, 어쩌다 발화했을 때 말이 아니라 '뼈를 토해 놓'을 만큼 절박한 심정을, 시인은 선동했다. 나오라고, 갇힌 말들은 서로 어깨 겯고 이 세상으로 나오라고. 사실 아프지 않았냐고, 더는 참을 수 없지 않았냐고.

그건 놀라운 일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는 말,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단박에 알아보고 끌어안고 얼크러지는 말, 홀로 고립되어 살던 사람들은 다함께 낯선 곳에서 담을 넘었다. 허공에서 내려온 어두운 사다리를 타고 벽을 넘어 굳게 잠긴 안으로 들어갔다. 누군지도 모르고, 단지 자신의 손을 잡아주는 손의 따뜻함만을 믿고 그 나직한 목소리만을 믿고 처음으로 울타리를, 철망을 훌쩍 넘었다.

그리고 함께하면서 '가까스로 인간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갑작스런 희망, 저항하지 못하는 가슴이라 여긴 곳에서 슬그머니 불거져 나온 손, 그 손과 손이 붙들던 온기가 있었다. 눈물 젖은 박수와 간절한 약속이 있었다. 그런 보이지 않는 것들이 뜻밖의 길을 내었다. 그리고 85호 크레인에서 309일의 고공농성을 하던 김진숙 씨가 마침내 웃는 얼굴로 내려왔다.

"절망이 희망을 이길 수 없듯이 돈에 대한 집착만으로 평생을 살아 온 사람은 생에 아무런 집착이 없는 사람을 이길 수 없습니다. 아무 사심 없이 하나가 된 우리를 저들은 결코 이길 수 없습니다."

3차 희망버스 때 약간 쉰 듯 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로 김진숙 씨는 하늘에서 말을 전했다. 삶과 죽음의 사이에 그런 경계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불가해한 말들이 태어난다는 것도 알았다. 가진 자들, 부유한 자들, 권력 있는 자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희망의 말이.

시인은 11월 15일 경찰에 자진 출두했지만 구속되었다. 11월 29일 열린 구속적부심사는 30일 아침, 기각되었다. 갇힌 시인은 언제나 그랬듯 말을 기다린다. 굳게 닫혀 있을 것만 같던 가슴을 가르고 나온 말들이 거침없이 손에 손을 잡고 희망을 외치며 바다를 가로지르고 바닥에 꽃을 그려놓았듯 그렇게 말이다. 작고 평범한 외침들이 모여서 그 차가운 바닷가에서 차단된 벽 너머, 삶과 죽음의 어느 경계에서 꿈꾸던 노동자에게 커다란 함성을 전해주었듯 말이다.

식지 않은 우리의 희망은, 아직도 감히 살아 꿈틀거리는 우리의 따뜻한 연대는 갇힌 시인의 감옥으로 달려가자. 이제 겨우 가슴에서 뜨겁게 태어난 말들이 이대로 사라져버리지 않게, 그때 희망의 이름으로 다 같이 처음으로 얼굴 마주보고 함께 떠났듯, 갇힌 시인의 희망을 향해 달려가자. 한번 태어난 것은 태어나기 전으로 되돌아가지 않으므로, 비천했기에 더는 비천해질 수 없는 우리의 약속을 그에게 일제히 높이 띄워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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