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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도 안되는 시청률, 재주껏 살아남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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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도 안되는 시청률, 재주껏 살아남아 보라" [우석훈 칼럼] 19금 채널을 '채널 감춤' 한다면…
지난해 내가 알기로는 시청률 40%를 간 것은 두 번, SBS 드라마 <자이언트>와 <시크릿 가든>의 최종회였다. 이런 데이터를 통해 그만큼 공중파가 어려워졌음을 읽어낼 수 있었다. 1990년대에는 KBS <서세원쇼>도 시청률 50%를 심심찮게 넘겼고, 드라마에서 마지막으로 50%를 넘겼던 것은 MBC <주몽>이었다. 공중파에서는 1%를 애국가 시청률이라고 부르는데, EBS의 영화 프로 등이 종종 그 시청률을 달성한다. 버라이어티 쇼의 경우 10%를 약간 넘긴 MBC <무한도전> 레슬링 편 정도가 기준이 될 수 있겠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보면 종편은 자기들이 아무리 우겨도 1% 근처를 오갈 것이라는 것이 명약관화했다. 오히려 보통 0.5%를 기록하는 YTN과 시청률은 그보다는 낮아도 확실한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는 요리 저널 채널인 올리브 TV가 기준이 될 법했다. 이 중 YTN은 특별히 중요한데, 이곳의 광고 수주액이 공중파 10분의 1 정도에서 왔다갔다 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방송시장을 정상적인 시장으로 가정했을 때, 이런 데이터를 놓고 객관적으로 보면, 종편 광고액은 YTN을 기준점으로 오고 갈 것이라는 예상이 충분히 가능했다.

10년 전 전략으로 밀고 들어온 종편, 과연?

온갖 불법에 헌재의 판결까지 무시하고, 초헌법적 기준으로 종편이 출발했는데, 사실 방송시장의 비즈니스 상황은 그렇게 좋지 않다. 참고로 2008년 이후로 중남미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중파 방송 등 광고비는 줄어드는 중이고, 케이블TV 등 별도 매체의 광고비가 아주 약간 느는 중이지만 그 증가세는 미미하다. 여기에서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시청률을 높이거나, 광고 더 달라는 깡패질을 하거나, 논리적으로 해법은 두 가지 밖에 없다. 물론 불법적이지만, 누군가를 전주로 잡아 그냥 돈을 내달라고 하거나. 이 세 번째 방법은 유혹이기는 하지만, 검사에게 걸리거나 국정 조사에 걸려서 한 번에 '훅가게' 된다. 지금 종편이 하겠다는 건, 결국 광고주에게 돈 내놓으라고 하는 깡패질, 그게 싫으면 시청률을 높이는 일이다.

기계적으로 분석하면, 한국의 방송 시장은 완벽하게 세그먼트 시장이다. 공중파, 케이블, 기타 등. 공중파는 무조건 보는 거고, 케이블은 전문성으로 승부보는 거고. 여기에 팟캐스트라는, '나꼼수' 같은 희한한 방송이 시작되어서 공중파와 숨겨루기 중이고.

종편은 여기에서 전문성을 포기하는 공중파 전략을 선택한 건데, 이게 먹히기가 좀 어렵다. 위로 올라가기에는 공중파의 기반이 너무 튼튼하고, 밑으로 내려가기에는 전문성을 갖춘, 요리 전문 채널, 여행 전문 채널, 이런 데들이 있어서 움직이기고 쉽지 않다.

입장을 바꾸어서, 내가 만약 조선일보사의 종편 추진자라면, 몇 번을 받고, 어떻게 했을까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나는 25번을 받을 거라는 결론을 냈다. YTN은 "24시간 24번", 이런 걸 캐치 프레이즈로 나름대로 몇 년에 걸쳐 겨우 정착을 했고, CNN 등 뉴스 방송은 이 뒤에 모여 있다. 그런데 TV조선 등 종편은 '황금채널'이라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워, 편법과 협박을 동원하며 결국 15~20번대로 들어갔다.

만약 공중파 시절, 즉 로터리 방식의 TV라면 이것도 한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종교방송들이 500번대에 들어가 있는 현 시점에서, 그냥 10번대에 붙는 것 보다는 차라리 이미 자리를 잡은 YTN의 24번 뒷자리에 들어가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케이블을 보는 사람들은 이미 순서대로 채널을 돌리는 게 아니라, 그룹별 선택을 한다. 야구 팬이라면 TV를 틀자마자 500번대로 가서, 구단별로 프로야구를 본다. 종편이 정말로 자신의 실력으로 성공을 원했다면, 이런 시청자들의 채널 소비 배턴을 분석했을 것이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비즈니스의 눈으로만 본다면, 종편 추진자들은 정부의 힘을 빌려 쉽게 안착하는 방법을 너무 자기들끼리만 알고 있는 10년 전 방식으로 전략을 짜서 패착에 도달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시점도 안 좋았다. 한나라당이 30%대 지지율을 유지하기 어려운 시점, 한미 FTA를 반대하는 여론이 이제 막 50%를 돌파하는 시점, 그래서 내년 총선에 과연 반MB 진영이 3분의 2인 개헌선을 돌파하느냐 아니냐, 이런 시점에 너무 무모한 방식의 돌파를 시도했다.

"'19번' TV조선은 19금 방송이야"

그 결과 이들이 딱 부딪힌 게, 케이블 특유의 채널감춤 기능이다. 홈쇼핑과 같이 보고 싶지 않은 채널 혹은 자녀들을 위해서 감추고 싶어하는 채널을 기술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 요즘 케이블이나 TV는 대부분 채널 감춤 기능을 제공한다. 당연하겠지만, 한나라당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한미 FTA를 긍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종편 출발과 동시에 이런 방송들을 채널 감춤에 집어넣을 것이다. 이걸 종편 기획자들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최시중을 비롯한 할아버지들이 밀실에서 이 모든 것을 결정하다보니 생긴 부작용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현상이다.

소비자들의 채널감춤은, 시청률을 떨어뜨리는 간단한 현상이 아니라, 광고주에게는 정말 치명적인 현상이 된다. 특정 방송에 대해서 채널을 감추는 시청자는 잠재적으로 '불매 의지' 즉 경제학에서 '지불의지'라고 표현하는 현상의 반대 흐름이 된다. 그냥 안 보는 게 아니라 보는 게 싫은 것이고, 이 경우의 광고주는 매우 적극적인 불매 의지를 객관적 데이터로 접하게 된다. 광고하면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반대의 경우가 벌어질 수 있다는 잠재적 의사표현이 바로 채널 감춤이다.

여기에 더해서, 조선일보 종편 추진자들이 저지른 실수가 있다. 15번에서 20번까지 받으면서, 케이블별로 채널 번호가 바뀌는데, 조선일보만 혼자서 19번으로 고정되어 있다. 이 번호에는 특별한 상징들이 있는데, '19금'은 한나라당이 특히 강조한 검열 체계에서 가장 강도 높은 수위이다. 15금, 18금, 19금, 그런 채널들은 원래 받는 채널이 아니다. 28번이 혐오채널인 것도 같은 이유이다. 무슨 바보 같은 소리냐고 하겠지만, 우리는 건물에 4층도 '죽을 사'를 연상시킨다고 비워놓은 나라이다.

19금을 황금채널이라고 차지한 조선종편, 진짜 좀 황당한 사람들이다. 이게 더 치명적인 것은, 조선종편의 기획자들이 남들 다 아는 19번의 의미를 자신들만 몰랐다는, '진짜 바보'라는 걸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이게 딜레마다. 일부러 했다면 바보고, 몰랐다면 세상 물정 모르는 거고, 지금이라도 바꾼다면 깡패라는 걸 보여주는 거고.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법적 절차 다 무시하고 지금까지 왔는데, 15금 혹은 19금, 가끔은 18금에 갇힌 게 지금 종편의 형편이다.

19금 채널, 반대파들은 너무 즐겁게 리모콘의 감춤 기능을 사용해서, "그래, 19세 이하는 이거 보면 안돼", 그렇게 아예 TV에서 안 나오게 할 것이다. 이걸 보고도 광고해야 할 사람들은 심각한 고민에 빠질 것이다.

당장 나만해도 19금 방송에 광고를 내는 상품은 삶을 위해 필요불급한 것 외에는 사지 않을 생각이다. 나 같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모 보일러 회사는 지난 보궐선거에서 과도한 선거개입을 한 결과, 20년 이상 앞질러 왔던 경쟁사들에게 약진의 기회를 줬다.

시장 내에서 절대 우위의 위치를 누리던 이 회사도 어려워진 지금, 어지간히 독점적 지위가 아닌 회사 말고는 종편에게 광고를 줄 수 있을까? 시청자들의 채널 감춤의 의미는 그런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방송의 다양성, 선택권을 포기하면서도 자발적 불매 정도는 간단하게 하지 않을까?

애국가 시청률 돌파? 하늘의 벽을 넘어라

언론으로서의 조중동은 상대편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면에서, 회사라기보다는 공론장으로 사람들이 이해를 했다. 그러나 종편은 다르다. 자신이 공론장이라는 설명을 전혀 하지 못했고, 그냥 수많은 회사 중에 하나일 뿐으로 기능했고, 그렇다면 시장이 가지고 있는 무서운 경쟁의 구도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소비자는 왕이다"는 말이, 그게 영원한 진리이다, 독점이 아니라면.

종편은 위로는 공중파와 팟캐스트 같은 매체들에 밀리고, 밑으로는 시청률은 낮지만 전문성으로 잔뼈 굵은 '올리브 TV' 같은 곳에 끼어있다.

그럼 돌파구는 없는가? 잘 생각해보면 몇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지만, '19금 채널'이 황금 채널이라고, 최시중을 통해서 국가기관을 동원해서 혐오채널을 받아간 그 할아버지들이 돌파방안을 찾아낼 것 같지는 않다.

여기까지가 내가 종편 출범을 맞추어서 생각해본 문제점이다. 0.5~1%의 시청률 사이에 갇히게 된 종편, 우리는 그걸 '19금 채널'이라고 부르고, 그냥 감춰버렸다. 현재로서는 애국가 시청률을 돌파하고 넘어가는 게 '하늘의 벽' 같을 것이다.

자, 마지막으로 시중의 농담 한 가지 들려주고 글을 마무리하자.

사람들은 "조동이를 닥쳐라"라고 농담을 한다. 조동은 못 버틸 것이고, 삼성 하나 남을 거라는 게 민심이다. 채널 감춤, 19금, 이런 것도 몰랐던 사람들이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까?

게다가 종편 기획자들이 생각 못했던 걸로 보이는 위기 하나가 더 있다. 그건 내년 총선 직전에 공개할까 한다. 하여간 재주껏 살아나보시기 바란다, 당신들이 그렇게 원했던 '시장 경제'에 기업으로 지금 들어온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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