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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몸에도 따뜻한 바람이 불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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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몸에도 따뜻한 바람이 불면 좋겠습니다" [세상이 'J'에게·⑥]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 무서운 상상력"
재능교육 학습지노동자들이 스스로의 노동권을 찾고자 거리로 나선 지 2012년 1월 28일로 꼬박 1500일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서울 한 복판, 시청광장에서 보이되 보이지 않는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사람들. 오랜 한뎃잠에 몸도 마음도 축이 나고, 바닥의 한기도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나날들이었다.

언제까지 이들이 풍천노숙을 해야할까. 재능교육 노동자들을 위해 많은 이들이 그들을 지지하고 나섰다. <프레시안은> B급 좌파가, 작가가, 노동운동가가, 청년이, 혹은 당 대표가 그들에게 전하는 목소리를 릴레이로 싣는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재능out 국민운동본부에서 공동으로 기획했다. 그들이, 혹은 세상이 재능노동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편집자>


추운 어느 날이었습니다. 시청 앞은 분노와 희망이 얽힌 사람들의 얼굴로 나부꼈습니다. 오랜만에 시청광장을 중심으로 한미FTA반대 집회가 열렸습니다. 한동안 광장은 우리의 광장이 아니라 저들의 광장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환호했고 또 달렸습니다. 경찰은 여전히 거리를 막았지만 그건 개의치 않았습니다.

저는 그 광장을 뒤로하고 집수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날은 굉장히 추운 날이었습니다. 스티로폼으로 얼기설기 지은 집이 전부 날아갔습니다. 절대 바람 탓이 아닙니다. 사람이 한 짓입니다. 그곳에 사람이 있었고 억울함이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그들을 막아주지 못했습니다. 그곳에 재능교육 선생님 한 분이 붉은 볼을 하고 젊은 활동가와 집을 다시 세우고 있었습니다.

ⓒ노동과세계(이명익)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선생님이 될 수 없어

제게 선생님이란 단어는 어렵지만 존경스러운 단어입니다. 살아오면서 제게 영향을 끼친 선생님들이 많으니까요. 불의에 대항하고 진실에 동참하는 그리고 눈물이 많은 분이 선생님이라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큰 복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는 믿음을 신념처럼 붙들고 있던 분이 선생님이란 분이었습니다.

이마에 붉은 머리띠를 하고 삭발을 한 머리엔 거뭇하게 머리카락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낮에 천막을 부쉈다고 합니다. 또 새롭게 더 튼튼하게 짓고 있노라 대답합니다. 선생님은 자신이 이렇게 대찬 사람이 되리라고 생각했을까요. 추운 바람에 맞서 매서운 사람들의 눈초리에 맞서 당당할 것이라 생각했을까요. 어느 한편 따뜻한 집으로 들어가 편하게 아이들과 다시 만나는 것을 바라지 않을까요. 아니면 새로운 직업을 찾아 더럽고 치사해도 나가야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외롭게 1500일이 넘게 싸우는 것이 안타깝고 슬퍼서 그리 하시라 말하고 싶었습니다. 죽었으면 하는 마음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요. 선생님들을 바닥에서 1500일 넘게 지키게 하는 그 힘이 무엇일까요. 단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나섰다면 1500일이라는 숫자가 나올 수 있을까요.

선생님을 만나보세요. 그 추운 날 그 더운 날 그 폭우 쏟아지던 날… 용역들에게 치이고 경찰들에게 내동댕이쳐진 그 날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하는 세상, 여기서 물러나면 아이들에게 부끄러워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선생님을 만나보세요.

역사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기억해야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내겐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시무시한 상상력입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투쟁했다면 노예해방도 아동노동 근절도 여성참정권도 이루어질 수 없었다고, 역사는 법이 아니라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냈다고 어느 기자는 이야기했습니다.

정당한 대우를 받기 위한 싸움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싸움입니다. 그것이 법의 잣대로만 이루어진다면 선생님들이 지루한 싸움을 이끌어갈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희망버스가 출발하던 그곳, 저는 그 기억을 기억하려 합니다. 선생님들이 원하는 것은 그것입니다. 기억한다는 것. 저는 선생님을 기억하려 합니다. 그 장소를 기억하려 합니다. 우리의 기억들이 하나 둘 쌓인다면 결코 재능의 선생님들은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등을 돌리는 그 순간 저들은 일제히 선생님을 향해 매서운 눈초리로 달려들 것입니다.

학교 밖에서 힘겹게 싸우고 있는 선생님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것은 기억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을 볼모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어쩌고저쩌고 하는 말들은 쌈 싸먹으라고 하시기를, 저들의 논리는 우리의 논리가 아닙니다.

따뜻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선생님의 몸에서도 따뜻한 바람이 일었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이 원하는 것은 정당한 대우입니다. 선생님이 당당해져야 우리 아이들이 가치 있는 삶에 대해 공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 함께 선생님을 기억하고 시청 앞 농성장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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