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떨리고 두려운 일이다. 그냥 벌금 내버리면 그만인 것을, 차비도 들이고 하루 일도 포기하면서까지 정식재판을 청구하고, 무섭기는 하지만 피고인석에 앉아서 정당함을 주장하겠다고 한다. 나는 이런 분들이 있어서 우리 사회가 희망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많은 벌금은 김진숙 지도위원을 살리기 위해 한진중공업 회사의 담벼락을 넘었기 때문에 쏟아졌다. 컨테이너로 막고 용역깡패들을 앞세우고 그것도 모자라 땜질까지 한 정문으로는 들어갈 수 없었기에, 사람을 살리고자 했던 우리는 과감하게 벽을 뛰어넘었다. 처음에는 주저했을지 모르지만 그 벽을 넘은 우리는 모두 기쁘고 즐거웠다.
▲ 희망버스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색소가 들어간 물포를 쏘고 있는 경찰. ⓒ노동과세계(이명익) |
우리가 넘은 것은 단지 물리적인 벽이 아니었다. 나의 안일을 위해 연대를 호소하는 눈길을 외면했던 마음의 벽, 거대한 공권력 앞에 움츠러들었던 두려움, 법 때문에 사람이 죽어도 그 법 안에서 어쩔 줄 몰라 하던 소심함을 뛰어넘은 것이다. 그날 이후 우리의 세상은 바뀌었다. 아직도 우리는 두렵고 소심한 개인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모두가 함께한다면 세상의 불의에 대해 목소리 한 번 낼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있음을 알고 있다.
희망의 버스는 이제 투쟁하는 이들 구석구석의 연대로 스며들었다. 지금도 원자력발전에 반대하는 탈핵 희망버스, 쌍용자동차 투쟁에 연대하는 희망텐트 등으로 자발적 연대라는 희망버스의 흐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이어짐의 하나로 '희망의 버스 사법탄압에 맞서는 돌려차기'가 시작된다.
돌려차기는 연대를 가로막는 야간시위금지나 해산명령불응 등 잘못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을 없애는데 앞장설 것이다. 그리고 실시간 위치추적과 계좌추적, 불법감금, 무작위 소환, 벌금폭탄 등 잘못된 수사관행에도 맞설 것이다. 또한 '내가 소금꽃'이라는 연대의 마음으로 모금을 통해 벌금도 함께 마련할 것이다. 이런 저항의 정신을 실현하는 이들의 네트워크도 구성하여 서로에게 힘을 주고 응원할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투쟁하는 이들에게 따뜻하게 연대하고 잘못된 공권력에 저항하는 희망버스의 정신을 실현하는 길이다.
이미 많은 이들이 그 저항을 실현하고 있다. 지금도 쌍용자동차와 콜트-콜텍, KEC, 코오롱, 재능,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이라는 제도로 노동하는 이들의 삶을 파괴하는 재벌권력에 맞서 싸우고 있다. 이 노동자들은 노동하는 모든 이들의 권리를 위해서 용기를 내고 있다.
더불어 많은 이들이 이 노동자들의 싸움에 연대하며, 잘못된 법과 잘못된 공권력에 맞서기 시작했다. 진짜 희망은 바로 여기에 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정치인들에게 행사하는 한 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불의한 정부와 불의한 재벌에 대항하는 작은 용기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한 작은 용기들이 만나 세상을 바꾸는 큰 힘이 될 때, 내가 그 힘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은 참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일 아닌가.
[덧말]
• 후원 계좌 / 국민은행 702103-04-052110 문정현(희망버스)
• 문의
- //cafe.daum.net/happylaborworld
- 070-7168-9194 / [email protected] / 트윗 @hopebus85
희망버스 참가자들에 대한 무차별적이고, 반사회적, 비윤리적인 탄압으로 현재 100여분의 탑승객들이 벌금형 등을 받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탑승객들이 이런 탄압에 맞서 정식 재판을 청구하고 있습니다. 김진숙과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들에게 그러했듯 외롭게 법정투쟁에 나선 희망버스 승객들을 함께 지켜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희망버스 운동을 지지해주셨던 많은 이들의 공동 대응이 필요합니다. 먼저 기소된 분들이 자신의 의지와 희망버스 운동의 사회적 역할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기고활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인권단체연석회의에서는 지금껏 공동변호인단과 대책모임을 구성해서 함께 해주시고 있습니다.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조만간 법률비용 마련을 위한 각종 기금 마련 등 모금 운동도 계획 중입니다. 작년에 함께 나누었던 연대의 마음 내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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