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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마트 영업 제한 조례 무효' 판결에 중소상인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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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마트 영업 제한 조례 무효' 판결에 중소상인들 반발 법원 "강동·송파구 해당 처분 취소하라"…상인들 "판결에 깊은 유감"
서울행정법원이 대형 마트 및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심야·일요일 영업을 제한한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의 처분을 취소하라고 22일 판결했다.

판결 근거는 두 가지다. ▲두 구청이 영업 제한 처분을 하기 전에 내용을 사전에 통지하고 대형 마트 등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줬어야 하는데 그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 ▲상위법인 유통산업발전법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영업 제한 시행 여부 및 그 범위를 정하도록 돼 있는데, 해당 조례가 지자체장의 그러한 재량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절차적 문제 등을 근거로 "조례를 무효로 한다"면서도, "영업 제한 처분은 지역 중소상공인의 보호를 도모한다는 유통산업발전법에 근거한 것이기에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따라 강동·송파구의 대형 마트와 SSM은 새로운 조례가 만들어질 때까지 의무 휴업 대상에서 제외됐다. 판결 직후, 강동·송파구의 대형 마트와 SSM은 의무 휴업일이던 24일(일요일)에 정상 영업을 한다고 알렸다.

이번 판결이 다른 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형 마트 등의 영업시간 제한' 관련 소송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강동·송파구 이외에 전국적으로 11곳에서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대형 마트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대형 마트 측에서 더 많은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매주 일요일 정상 영업"이라고 써 붙인 롯데마트 잠실점(서울 송파구). 24일 오후 고객들이 롯데마트 잠실점에 들어서고 있다.ⓒ뉴시스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 휴업 취지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다"

대형 마트와 SSM 때문에 피해를 본 중소 상인들은 이번 판결을 "비보"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와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등은 24일 오후 서울 천호동 이마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이들은 "법원이 경직된 판단을 했다"며 "판결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판결로 인해 "강동·송파 지역에서 대형 마트와 재벌 슈퍼마켓이 다시 의무 휴업을 피해 이번 일요일에 영업을 할 수 있게 됐고, 전국적으로 혼란이 불가피하며, 중소 상인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는 것이다.

판결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이들은 이번 판결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과 조례를 통해 대형 마트와 SSM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 휴업일을 시행하는 취지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경제 민주화 및 각 경제 주체들의 공정한 생존권을 바라는 국민적 염원을 외면하고 소송까지 낸 유통 대기업들이 이번 판결을 왜곡해 법의 취지가 잘못된 것처럼 주장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이들은 "법원도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 휴업의 취지는 정당하다고 인정"했고 "다만 조례 제정 절차에서 흠결을 지적한 것에 불과하다"며, "조례를 신속히 개정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대형 마트와 SSM 허가제 도입 등 제도 강화 필요"

아울러 이들은 중소 상인 등의 생존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를 살려 제도를 더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형 마트와 SSM에 대한 허가제 및 중소기업·중소상인적합업종제도를 도입하고, 의무 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이들은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 휴업의 적용을 받지 않고 있는 농협 하나로마트와 하나로클럽도 예외 대상으로 두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하나로마트와 하나로클럽은 "연간 총매출액 중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른 농수산물 매출액 비중이 51퍼센트 이상인 대규모 점포"로 분류돼,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 휴업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에 대해 이들은 "2010년 국정감사에서 전국 2070개 하나로마트 점포 중 30%에 해당하는 602곳에서 농수산물 판매 비중이 전체 매출의 10% 미만으로 지적되기도 한 상황에서 하나로마트, 하나로클럽이라는 이유만으로 유통법 개정안을 적용받지 않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하나로마트와 하나로클럽에서 수입 농축수산물 판매량이 늘고 공산품 매출이 증대하면서, '국내 농민의 농축수산물 판매를 안정적으로 확대한다'는 애초의 취지가 사라지고 하나로마트와 하나로클럽이 일반 대형 마트와 다를 바 없게 됐다고 보고 있다.

이에 더해, 이들은 복합 쇼핑몰이나 쇼핑센터에 입점한 일부 대형 마트들이 영업 제한과 의무 휴업 규정을 적용받지 않고 있는 현실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러한 요구 사항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청원안을 내는 기자회견을 26일 국회에서 열 예정이다.

이들은 이처럼 대형 마트와 SSM 등의 영업을 제한하고 의무 휴업을 시행하는 것이 중소 상인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만은 아니라고 밝혔다. 대형 마트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심야·휴일 노동으로 내몰리지 않고 적절한 휴식을 취하게 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한편 이들은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들은 "일부 언론에서 이 제도가 '중소 상인들에게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나 현장 중소 상인들의 체감으로 (제도 시행 후) 10퍼센트 정도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설령 (그들의 주장대로) 실제 실효성이 부족하다면,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 휴업 제도를 확대·강화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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