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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떼돈 번 비결, 알고보니…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살생만 말아달라"
경제 민주화가 한국 사회의 화두로 떠올랐다.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여당을 포함한 정치권에서도 경제 민주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싱크탱크로 꼽히는 한국경제연구원조차 "실현가능하고 지속가능한 '올바른' 경제 민주화" 해법을 찾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경제 민주화를 말하는 곳은 늘었지만, 이를 어떻게 실행할지에 관한 구체적인 그림은 각기 다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보적 시민사회세력이 그 그림을 그리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12일 오후 국회 의정관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원하청 실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토론회가 바로 그것이다. '경제 민주화와 재벌 개혁을 위한 시민연대(준)'와 국회경제민주화포럼이 공동 주최하고 금속노조가 주관했다. 경제민주화시민연대(준)에는 '1%를 위한 재벌 경제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경제 민주화'를 추진하는 이들이 모여 있고, 국회경제민주화포럼에는 야당 의원들이 속해 있다.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살생만 하지 말아달라"

토론회에 앞서 조성구 대·중소기업상생협회장과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장이 원·하청 불공정 거래에 관한 사례를 발표했다.

조 회장은 중소기업 경영자로서 삼성SDS와 싸우며 견뎌야 했던 고통스러운 삶에 대해 말한 후 "현재 대한민국에서 상생 운운하는 건 사치"라고 잘라 말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살생만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홍 지회장은 부품사인 유성기업의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가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홍 지회장은 "개입 증거 중 하나는 현대자동차가 유독 유성기업에 대해서만 납품단가를 많이 인상해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회사들에 대해서는 납품단가를 3-6퍼센트 정도만 인상한 현대자동차가 유성기업의 납품단가는 26퍼센트 인상해준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주장이다.

현대자동차의 개입 의혹은 지난해 5월에도 제기된 적이 있다. 당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등은 현대자동차 간부의 차에서 '유성기업(주) 쟁의행위 대응 요령' 문서를 발견·공개하며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현대자동차 측은 의혹을 부인했다.

토론회 발제는 홍장표 부경대 교수와 송덕용 회계사(한울회계법인)가 맡았다. 토론자로는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박원석 통합진보당 의원, 김성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중소기업팀장, 권오성 <한겨레> 기자가 나섰다.

홍장표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현황을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홍 교수는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노동시장의 계층화가 심해지고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를 계기로 단기 수익성 위주 경영이 확산되면서 기업 간 양극화 성장 체제가 성립했다고 진단했다. 홍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를 겪으며 기업 간 양극화가 더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납품가격 인하->(중소 제조업체의) 기술개발 투자 유인 및 여력 약화->경쟁력 약화"의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 교수는 1960년대 일본에서도 하도급 불공정 문제가 심각했지만 일본 정부가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강력히 규제한 결과 동반성장 체제가 구축됐음을 상기시켰다. 한국 정부도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말이다.

▲ 경제민주화시민연대(준)와 국회경제민주화포럼이 12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거래 실태를 짚어보는 토론회를 열었다. ⓒ프레시안(김덕련)

불공정 행위와 그룹 경영 승계, 관련성은?

송덕용 회계사는 현대자동차의 원·하청 불공정 거래 실태를 진단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의 의뢰로 현대자동차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다. 송 회계사는 "현대자동차는 GM이 부러워할 정도로 비용 절감을 통해 최고의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면서도, 이 중 상당 부분은 협력업체에 대한 불공정 행위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지난 1월, 현대자동차는 2011년 매출액이 77조 원을 넘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각각 8조 원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2010년에 비해 매출은 16.1퍼센트, 영업이익은 36.4퍼센트 늘어난 수치다.

송 회계사는 "현대자동차와 제품 라인이 같은" 폴크스바겐과 비교해보면, 현대자동차가 평균 3퍼센트 이상 영업이익률이 높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송 회계사는 부품단가 문제가 수익률 차이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2006년과 2011년을 비교해보면 판매단가는 30퍼센트 정도 늘어난 데 비해 대당 부품단가는 오히려 줄어들었는데, 이는 부품업체에 손실을 전가하는 현대자동차의 시스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송 회계사는 하청업체 중에서도 특히 2차 밴드(재하청)가 심각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원청인 현대자동차가 마진율을 관리하기 때문에 재료비 상승이 납품단가에 반영되지 않고, 그래서 2차 밴드 업체의 매출은 크게 증가하는데 수익성은 크게 떨어지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송 회계사는 "(왜곡된) 원·하청 구조를 바로잡는 출발점은 2차 밴드"라며 "재료비 인상분이 원가에 의무적으로 반영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법으로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송 회계사는 이러한 불공정 거래와 그룹 지배구조 변화의 관련성 여부에 주목했다. 현대자동차 그룹이 하청업체를 상대로 납품단가를 무리하게 깎아 확보한 자금을 경영권 승계에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추고 있다.

송 회계사는 재무제표 분석 결과 현대자동차의 최대 주주인 현대모비스의 이익률이 동종업계의 다른 기업들에 비해 눈에 띄게 높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2011년 3분기까지 자료를 살펴보면, 현대모비스의 개별영업이익률은 14.2퍼센트로 도요타의 부품 자회사인 덴소(3.7퍼센트), 푸조의 자회사인 포레시아(4퍼센트) 등보다 월등히 높다. "현대모비스가 가장 많은 혜택을 가져가는 구조"다.

이와 관련, 김병권 새사연 부원장도 "현대자동차그룹의 3세 경영 승계를 위한 무리한 자금 확보와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면, 이는 중대한 사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진 변호사는 약자인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횡포에 시달리지 않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중소기업의 공동 연구개발, 공동 납품 등 공동 행위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공동 행위를 허용한 일본·타이완, 중소기업의 교섭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소기업의 공동 행위는 카르텔 적용에서 제외하는 독일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김 변호사는 ▲중소기업협동조합이 불공정 거래 피해 중소기업을 대신해 소송수행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제도 도입 ▲징벌적 배상 제도 ▲유명무실한 공정위의 전속적 고발권 폐지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징벌적 배상제와 관련, 김 변호사는 "2011년 3월 11일자 하도급법 개정에서 기술 탈취의 경우 3배 배상제를 도입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경제 민주화와 재벌 개혁을 위한 연속 토론회'의 일환이다. 경제민주화시민연대(준)는 원·하청 문제에 이어 소비자집단소송법, 재벌에 대한 조세 특혜 폐지, 중소기업적합업종보호특별법, 대기업의 고용 행태의 문제점을 짚는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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