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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실업자 1만 명씩"…깡패까지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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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실업자 1만 명씩"…깡패까지 동원 [1987~2012년 경제민주화 실패의 역사·⑨] 불법해고 기승
15세 이상으로서 노동을 제공할 의사와 능력을 가진 사람을 경제활동인구라고 한다. 이들이 하루에 한 시간만 노동하면 고용으로 본다. 그러니 정부통계만 가지고 실업실태를 파악하는 데는 많은 문제가 있다.

그렇지만 정부통계만 보더라도 1998년 2월말 현재 실업자가 150만 명을 넘었다. IMF 사태에 따른 집단도산이 무수한 일자리를 파괴했다는 뜻이다. 당시 실업자가 하루 1만 명씩 생긴다고 했으니 100일이면 실업자가 100만 명이 양산되는 그야말로 실업대란이 터진 상황이었다.

실제 기업도산에 따라 대량실업이 발생하는 가운데 정리해고제가 실업자를 더욱 양산하는 도구로 이용되었다. 기업에 따라서는 정리해고의 요건도 무시하고 불법해고를 자행했다. 자고나면 옆자리 동료의 책상이 없어지고 부서 통폐합이라고 해서 부서원을 한꺼번에 자르기도 했다. 일괄사표-선별수리는 엄연히 불법행위인데도 기업들이 집단해고의 수단으로 악용했다.

심지어 용역깡패까지 동원해 합법적으로 파업하는 노조원들을 폭행하기도 했다. 부당노동행위, 폭력행위를 노동부, 검찰, 경찰에 고소-고발해도 별로 소용이 없었다. 노동위원회가 원직복귀를 판정해도 기업들이 이행을 거부해 실효성이 없었다.

김대중 정권이 노동자의 권익을 무시하고 방관한 까닭에 노동현장에서는 불법해고가 더욱 기승을 부렸다. 언론은 이런 노동현실을 외면하고 있었다. 대량실업의 심각성을 부각시키지 않았고 불법해고도 적극적으로 보도하지 않았다. 언론사도 처지가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 IMF 구제금융 위기 이후 실업사태가 본격화하면서 거리로 내몰린 실직자들이 낮이면 일자리를 찾아 헤매다 사회단체들이 제공하는 무료급식으로 주린 배를 채우고 밤이 되면 지하철 통로에 노숙을 하고 있다(1998년 6월 22일). ⓒ연합뉴스

경제파탄으로 집값이 절반 가까이 폭락했다. 안 먹고 안 입고 모아서 겨우 내 집을 마련했지만 집값이 폭삭 내려앉는 바람에 유일한 재산인 집의 가치가 반 토막 나고 만 것이다. 집이라도 팔아서 무엇을 해보려고 해도 팔리지 않아 그것마저 할 수 없었다. 전세값이 폭락해 그것을 빼서 무엇을 하려고 해도 전세가 빠지지 않았다. 옛날에는 직장을 그만두면 구멍가게라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그것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거대자본-외국자본이 유통시장을 장악하는 바람에 골목마다 자리 잡고 있던 많은 구멍가게들도 문을 닫을 판이었다. 포장마차라도 한다지만 그것마저 포화상태라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 해고사실을 집안에 알리기 어려워 넥타이를 매고 산이나 들로 나가 하루해를 한숨으로 지내다 귀가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처음에는 예금-적금을 해약해서 쓰다 나중에는 그것마저 동이 나버려 무수한 가정이 파탄 났다.

1960년대 이후 한국사회는 고도성장에 익숙해 있었다. 고속도로를 질주하듯이 경제성장의 가도에는 멈춤이 없었다. 1970년대에 두 차례의 석유파동이 있었지만 외부요인에 힘입어 무난히 넘겼다. 1960년대 후반의 월남특수,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전반의 중동특수, 1980년대 후반의 3저호황이 그것이다.

그래서 한국사회는 대량실업을 모르고 살았고 그 까닭에 모든 경제주체가 실업문제의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 한순간에 금융-외환위기가 터져 집단도산-대량실업이 일시에 일어나니 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혼미상태에 빠져 방향감각마저 상실해 버린 형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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