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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륙도 못한 엉터리 'MB 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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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륙도 못한 엉터리 'MB 747' [1987~2012년 경제민주화 실패의 역사·<23>] '경제대통령'은 없었다
이명박 정권은 2008년 2월 'MB 747'이란 거창한 기치를 흔들며 기세 좋게 출범했다. 집권 5년간 경제성장률 7%, 10년 내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을 달성하겠다는 포부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성과는 반 토막에도 못 미친다. 2012년 2/4분기에는 경제성장률이 2.4%로 뚝 떨어졌다. 그런데도 4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미국의 0.25%보다 월등히 높은 3.1%라고 자랑했다. 중국, 인도와 같은 신흥공업국과는 비교조차 하지 않았다.

1인당 국민소득도 2011년 2만759달러로 2만 달러를 겨우 넘긴 수준이었다. 경제규모도 여전히 12~13위권에 처져 있었다. 'MB 747' 경제공약은 정책전략-의지도 없이 잠재성장력을 무시한 청사진이어서 처음부터 한낱 정치구호에 불과했다. 제대로 이륙도 못한 채 불시착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이명박 정권은 출범부터 'business friendly'란 말로 친재벌 정책을 표방하면서 서민경제는 뒷전에 뒀다. '저금리-고환율' 정책이 그것이다. 저금리로 기업의 금융비용을 경감해주고 고환율을 통한 수출촉진으로 경제성장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MB 747'이란 성장잠재력을 도외시했다는 점에서 엔진을 탑재하지 않은 항공기와 다름없다. 그럼에도 무리하게 밀어붙여 그 후유증과 부작용이 고물가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소득계층 간의 양극화와 수출기업-내수기업, 대기업-중소기업의 발전불균형을 더욱 심화시켰다.

이명박은 '경제대통령'을 자임하고 나섰지만 경제정책의 방향은 'business friendly'가 말하듯이 친재벌 정책이 골격을 이뤘다. 반대여론을 묵살하고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했다. 재벌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과 재무구조 부실화를 막는 장치를 없애버린 것이다. 또 균형 있는 경제발달과 경제적-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규제까지 완화 내지 철폐했다.

재벌이 자본-지식-기술-정보에서 열위에 있는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존립기반을 와해시킬 근거를 만든 것이다. 고환율 정책을 고수함으로써 수출대기업에 특혜적 환차익을 베풀고 대신에 국민에게는 고물가의 고통을 안겨주었다. 돈이 넘쳐나자 재벌3세들이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사업영역을 침탈해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다.

4년 동안 35개 재벌그룹의 계열사가 무려 393개나 늘어났다. 유통재벌이 골목상권을 초토화한 것에 이어 재벌3세들이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영역을 가리지 않고 침탈하고 있다. 미국에서 돈 벌 만한 소비사업을 눈여겨보고 와서 돈벼락을 쳐서 영세사업자를 몰아내고 있다. 유통시장, 사치품 수입, 외식사업 등이 주류를 이룬다.

빵집, 술집, 밥집, 옷집 등이 고급스런 서양풍이 나면 그 뒤에 재벌3세가 도사리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고급화-고가화 전략을 통해 중소기업-자영업자를 공략하는 것이다. 친재벌 정책이 부자를 더 부유하게 빈자를 더 빈한하게 만들었다. 재벌의 영세업종 침탈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 커지자 총선,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재벌개혁을 화두로 떠올린 것도 그 까닭이다.

경실련이 30대 재벌의 상장계열사를 분석한 결과 2010년 현재 전체 상장기업에서 총자산의 55%, 매출액의 67%, 당기순이익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력이 더욱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소매업의 경우 30대 재벌의 상장도소매업체들이 유통시장을 거의 장악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30대 재벌의 계열 상장도소매업체가 전체 상장도소매업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총자산은 81%, 매출액은 86%을 차지했으며 당기순이익률은 무려 111%로 나타났다. 반면에 중소 상장도소매업체들은 유통재벌의 시장침탈에 따라 대부분 적자를 봤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30대 재벌의 상장 도소매업체가 2007년 19개사에서 2010년 25개사로 6개사가 증가했다.

▲ 이명박 대통령. ⓒ연합뉴스

성장동력에 투자해야 할 재원을 강바닥에 퍼부은 이명박 정권

이명박 정권은 집권기간 내내 국민적 반대를 무릅쓰고 4대강 사업이란 기념비적 상징물 만들기에 몰두해 국력을 탕진했다. 미래세대가 먹고살 성장동력에 투자해야 할 재원을 강바닥에 퍼부은 꼴이다. 그 결과 한국사회의 고질병인 빈부격차와 부문 간의 불균형이 4년간 더욱 심화되었다.

고환율 정책에 따라 수출기업-내수기업의 불균형, 친재벌 정책에 따라 대기업-중소기업의 불균형이 더 벌어졌다. 수출기업의 매출액이 14.5% 증가했지만 내수기업은 5.1% 증가에 그쳤다. 2008~2010년 중소기업의 총자산 세전순이익률이 3.47%에서 3.43%로 줄었다.

소득격차에 따라 계층 간의 양극화도 더욱 벌어졌다. 소득불균형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0.293(2008~2010년 평균)으로 199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달했다.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의 값으로서 0에 가까울수록 소득이 균등하게 배분됨을 나타낸다.

경제상황을 무시한 저금리-고환율 정책을 고수함으로써 그 후유증과 부작용이 고물가, 전세난의 형태로 나타나 서민경제의 숨통을 죄었다.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타는 상황에서 고환율 정책을 고수함으로써 수입물가를 앙등시켜 국내물가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여기에다 재정-금융팽창에 따른 통화팽창이 물가상승을 압박했다.

정부통계를 볼 필요도 없었다.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 식료품뿐만 아니라 각종 공공요금이 공공행진을 계속했다. 장보기가 겁난다는 주부들의 말이 실감 났다. 5000~6000원 하던 점심값이 보통 8000원으로 뛰어올랐다. 점심값이 부담스러워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는 봉급생활자들이 적지 않다. 2011년 가계순저축률이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2.7%로 떨어졌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0%로 뛰어올라 먹고살기도 어려워 저축여력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물가관리를 위해서는 통화-금융-환율-조세정책을 통한 종합관리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행정력을 동원한 물가통제에만 매달렸다. 유효한 정책수단은 쓰지 않고 군사정권 시절 완장 차고 제조-판매업체에 나가 단속하듯이 관권이나 동원했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국세청이 전담기관 노릇을 했는데 이명박 정권 들어서는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행정자치부가 앞장서고 있어 전 정부부처가 물가단속기관처럼 행세했다.

2008년 초 소위 'MB 물가지수'라고 해서 52개 주요 생필품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관리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효가 전혀 없었다. 강압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달리 기업들이 녹녹치 않게 나왔다. 식품가공업체들이 보란 듯이 값을 올렸다. 기름 값을 내린다고 정유사를 압박하는 소리는 요란했지만 주유소에서는 먹히지 않았는지 내리는 둥 마는 둥하다 제자리로 돌아섰다.

'경제대통령'은 없었다

물가와 함께 전셋값도 크게 뛰었다. 닥터아파트 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정권 들어 4년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평균 24.3%나 올랐다. 통계청 자료를 보더라도 전-월세 가격지수가 2009년 1.6%, 2010년 1.9%, 2011년 4.0%로 해마다 올랐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의 총소비지출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율인 '슈바베 지수'가 2007년 9.71%에서 계속 올라 2011년 10.15%로 뛰었다. 이것은 2003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였다.

소득하위 20%인 1분위 계층의 주거비 부담률이 16.45%로 상위 20%인 5분위 계층의 7.95%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슈바베 지수는 주거임대료, 수도-광열비 등 주거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소비지출을 포함한다. 특히 가계실질소득이 2006~2008년 6.4% 증가했지만 이명박 정권 들어 2009~2011년 증가세가 2.6%로 뚝 떨어졌다.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투쟁 뒤에는 주거비 앙등이 도사리고 있었다. 등록금이 많이 오르기도 했지만 전-월셋값이 너무 뛰어 잠자리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 전세대란이 대학가에도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지방 출신만이 하숙이나 자취를 하는 것이 아니다. 취직시험을 준비하느라 통학시간을 줄이려고 학교 부근에 둥지를 트는 학생들이 많다. 기숙사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원룸은 전세파동에 밀려난 신혼부부들의 차지가 됐다. 학기가 바뀔 때마다 보증금과 월세를 올려달라는 바람에 대학가를 떠나 더 싼 하숙집, 자취방, 고시원을 찾아 헤매도 싼 방이 거의 없었다. 뉴타운 개발로 옥탑방, 지하방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방을 얻으면 교통비도 만만찮다. 다리 뻗고 내 몸 하나 누울 공간을 찾지 못한 그들은 절망하고 있었다.

소득은 늘지 않는데 물가와 전-월세가 뛰자 가계부채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1년 말 가계부채가 912조8810억 원이었다. 2007년의 665조2950억 원에 비해 4년간 무려 37.2%인 247조5860억 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가구당 평균 가계부채가 5265만 원이니 이자율을 5%만 쳐도 연간 이자부담액이 250만 원이나 되는 셈이었다.

가계부채나 다름없는 자영업자 대출잔액도 2011년 말 102조8000억 원에 달했다. 사실상 가계부채가 1000조 원을 넘어선 셈이다. 경제상황에 따라 가계부채가 언제든지 폭발할 위험을 안고 있다는 뜻이다. 당장은 소비부진에 따른 내수위축이 경제성장의 덜미를 잡고 있었다.

이명박 정권 경제정책의 가장 큰 실책은 미래의 성장동력을 잠식해 버렸다는 점이다. 국민적 반대를 무시하고 한정된 재원을 4대강 바닥을 파헤치는 데 탕진했다. 그것도 모자라는지 국민적 반대를 무릅쓰고 끝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발효시켰다. 한-미 FTA는 단순한 역내교역의 자유화가 아니다. FTA와 충돌하는 한국법률을 개폐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한국경제의 미국 종속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미국, EU(유럽연합)와 FTA를 맺은 것도 모자라 중국과도 맺는다고 서둘렀다. 소수의 대기업 경쟁력을 믿고 세계최강대국과 자유무역을 해 이긴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무지와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왜 일본이 미국, EU, 중국과 FTA를 맺지 않는지 알 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의 집권 기간 내내 어디에도 그가 말하는 '경제대통령'을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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