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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전세난이 등록금 투쟁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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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전세난이 등록금 투쟁 불렀다 [민생복리가 경제민주화다] <6> 대학생 신용불량자 양산하는 사회
등록금 1000만 원 시대의 대학생들은 불쌍하다. 부모들의 학창시절에도 고학생들이 있었다. 학자금을 스스로 벌어서 고생하며 학교에 다닌다고 해서 고학생이라고 불렀다. 그때는 일거리가 주로 가정교사였다. 입주하는 경우 학자금도 벌지만 숙식이 해결되어 요즈음 학생들보다 덜 고달팠다.

지금은 가정교사가 거의 사라졌다. 중고등학생들이 입시전문학원에 다니기 때문이다. 말이 아르바이트이지 대학생들이 할 만한 일거리가 별로 없다. 막노동 아니면 밤일, 허드렛일뿐이다. 밤새 학원순례를 마친 고3들이 수업시간에는 엎드려 잔다지만 대학에도 조는 학생들이 수두룩하다. 막일, 밤일로 몸이 지친 탓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년 내내 버는 돈이 1000만 원이 될까 말까하다. 이런 판에 대학생들이 학자금, 생활비를 번다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 설혹 벌더라도 지방 출신의 경우 방세 내고 먹고 나면 남는 게 없다. 그 까닭에 적지 않은 대학생들이 휴학, 복학을 반복하다 졸업한다.

보통 월급쟁이라면 자녀 둘을 한꺼번에 대학에 보낼 수 없다. 아들이라면 군대에 보내고 딸이라면 번갈아 휴학해서 막일로 학비를 마련한다. 그 까닭에 입학 후 4년 만에 졸업하는 학생들이 그리 많지 않다. 일에 치여 시간에 쫓기니 졸업도 취직도 걱정이 태산 같다. 부모의 도움으로 학비 걱정하지 않는 학생이라면 공부에 열중하고 소위 스펙도 열심히 쌓으니 취직이 훨씬 수월한 편이다.

대학등록금이 올라도 올라도 너무 올랐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01년 5월~2010년 5월 10년간 소비자물가가 36.4% 올랐다. 대학등록금은 이보다 2배 전후로 인상됐다. 국공립대학교가 88.2%, 사립대학원이 82.1%나 뛰어 소비자물가보다 2배 이상 올랐다. 그 다음은 전문대학 70.9%, 국공립대학원 69.3%, 사립대학 63.3% 순으로 뛰었다. 전체교육물가 상승률 53.3%보다도 훨씬 높다.

이 기간 입시학원비가 대입종합반 74.0%, 고입종합반 65.1%로 크게 올랐다. 대학들이 입시학원 수준만큼 경쟁적으로 등록금을 올린다는 소리다. 그래서 대학생들이 거리로 뛰어나와 반값 등록금을 외쳤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벌금폭탄밖에 없다.

ⓒ프레시안(김윤나영)

대학들이 생활협동조합이 운영하던 식당, 매점, 기숙사 등 편의-주거시설을 점차 재벌 계열사로 넘기고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상업자본에 경영을 위탁하니 물가가 비쌀 수밖에 없다. 학교 인근 식당도 임대료가 비싸 가난한 학생들이 이용하기에는 너무 벅차다.

이런 판에 이명박 정권이 고환율 정책을 견지함으로써 수입물가 앙등에 따른 생활물가 폭등으로 대학생들의 생활이 더욱 궁핍해졌다. 정부통계를 인용할 필요도 없다. 학교부근에서도 5000원 이하 밥을 찾기 어려워졌다. 도심지보다 2000~3000원가량 싸지만 값이 싼 만큼 내용이 부실하다. 밥값이 이렇게 비싸니 집안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은 라면 따위로 끼니를 때우는 실정이다.

전세대란이 대학가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지방 출신만이 하숙이나 자취를 하는 것이 아니다. 취직시험을 준비하느라 통학시간을 줄이려고 학교 부근에 둥지를 트는 학생들이 많다. 기숙사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원룸은 이제 대학생들의 기거처가 아니다. 전세파동에 밀려난 신혼부부들의 차지가 됐다.

학기가 바뀔 때마다 보증금과 월세를 올려달라는 바람에 대학가를 떠나 더 싼 하숙집, 자취방, 고시원을 찾아 변두리로 변두리로 헤매도 싼 방이 거의 없다. 뉴타운 개발로 옥탑방, 지하방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방을 얻으면 교통비도 만만찮다. 다리 뻗고 내 몸 하나 누울 공간을 찾지 못한 그들은 지금 절망하고 있다.

대학생 신용불량자가 2007년 3785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2011년 4월 무려 3만57명으로 7.94배나 늘어났다. 사회생활도 시작하기 전에 신용불량자가 된 것이다. 이것은 경제정책 실패에 따라 나타난 물가폭등-전세대란의 한 단면이다. 또 대학 등록금이 많은 학부모들의 부담능력을 넘어섰음을 말한다.

최저소득계층 보호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에는 기업들이 부담능력을 이유로 아주 인색하다. 그럼에도 역대 정권이 대학등록금 인상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훨씬 능가하도록 방치하여 등록금 1000만 원 시대가 열렸다. 보통 월급쟁이 연봉을 5000만 원으로 치면 자녀를 대학 보내기가 너무 벅차다. 연간 등록금 1000만 원에 교재값, 교통비, 숙식비, 잡비 등 생활비를 1000만원으로 잡으면 나머지 가족은 생계를 꾸릴 형편이 안 된다.

이런 현실에서 이명박 집권세력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가관이다. 반값 등록금은 복지 포퓰리즘이니까 안 된다는 것이다. 성층권에서 호사하는 부자정권의 실세들에게야 허튼소리로 들릴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반값 등록금은 누가 먼저 꺼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반값 등록금은 이명박 정권의 선거공약이었다. 대학생들의 요구가 꼭 반액으로 낮추라는 것은 아니다. 현실성 있게 낮추고 다양한 장학제도를 마련하라는 소리일 것이다. 경제정책 실패가 등록금 투쟁에 불을 붙였다는 사실을 각성해야 하나 그들은 들을 자세조차 갖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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