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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고무줄 분양가'라는 말이 나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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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고무줄 분양가'라는 말이 나오지 국감자료를 통해 다시 본 판교1차 분양가
올해 3월 분양된 판교 1차 아파트에 대한 청약 경쟁률은 구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모두 100 대 1은 넘었다. 그만큼 판교 1차 아파트의 분양권을 받기 위해 뛰어든 사람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과연 어떤 자료와 근거를 가지고 판교 아파트 청약전에 뛰어들었을까?

현재 주택 소비자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다. 우선 분양되는 아파트는 일반 상품처럼 완제품이 없기 때문에 모델하우스나 설계도, 조감도 등을 보고 건축물을 대략적인 외형이나 내부구조를 가늠해야 한다. 물론 건설사들이 분양모집을 공고할 때 제시하는 택지비, 공사비, 설계감리비, 부대비, 가산비용 등 5가지 항목에 한정된 분양가 내역도 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정보만 가지고 수천, 수억 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상품으로는 아파트가 유일하다. 고부담, 비효율의 전형적인 구조가 아파트 분양시장의 정상적인 모습인 양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공개된 정보마저도 정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건설사가 공개하는 분양가는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한다. 물론 이에 대한 적절한 설명도 없다.

분양가에 대한 의혹이 일면서 시작된 분양원가 공개운동이 벌써 3년 째 접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분양가에 대한 의혹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판교 1차 때 나온 민간 아파트의 분양 사례를 통해 분양가가 얼마나 자의적으로 산정되고 변경되는지 살펴보자.

들쭉날쭉 건축비…감춰진 건설사 이윤

최근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은 대한주택공사에서 넘겨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판교 1차 분양아파트를 대상으로 분양원가를 검증한 자료를 발표했다. 그 결과는 건설사가 소비자들 대상으로 하는 분양모집 공고 시 공개한 건축비와 자치단체가 검증한 건축비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었다.

이영순 의원에 따르면, 판교 1차 분양과 관련해 감리모집 공고 시 공개된 건축비와 분양공고 때 공개된 건축비를 비교하면 4개 아파트에서 가구당 850만 원에서 2100만 원에 달하는 차액이 난다. 감리자 모집 공고 시 공개되는 건축비는 자치단체가 검증한 것이다.

예컨대 A1-1 블록에 건영이 시공한 아파트는 감리공고 상 건축비 합계금액은 311억4000만 원이었지만 실분양가에 반영된 건축비는 330억6000만 원이었다. 19억2000만 원의 차이가 있는 셈이다. 또한 A4-1 블록에 대광건영이 시공한 아파트는 감리공고 상 건축비가 321억1000만 원이었지만 분양 시 책정된 건축비는 367억5000만 원으로 차액이 46억4000만 원에 달했다.

반면 감리모집 공고에 나와 있는 분양가 총액과 분양공고 때 공개된 분양가 총액은 건영아파트나 대광건영아파트 모두 다르지 않았다. 분양가 총액은 같지만 건축비에서 차액이 발생하는 기묘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분양가는 같으면서도 건축비에서 차액이 나타난 이유에 대해 이영순 의원은 "건설사들이 자신들의 폭리를 숨기기 위해 건축비를 늘리거나 줄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건축비 등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건설사들은 자신들의 이윤의 규모를 숨겨 왔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치단체 지적 받고 분양가가 줄어들기도

한편 분양가가 자의적으로 산정되고 있다는 근거는 또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프레시안>이 주택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건설업체가 관할 자치단체에게 승인을 받기 위해 요청하는 '신청분양가'와 자치단체의 지적을 받고 다시 제출한 '수정분양가(실분양가)' 사이에서도 적지 않은 차액이 발견됐다.

분양가 책정이 그야말로 건설사 제멋대로 이뤄진다고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다.

판교 1차 분양에 참여한 건영, 한성종합건설, 대광건영, 한림건설, 풍성주택, 이지건설 등 6개 건설업체는 자치단체에 승인 요청한 '신청분양가'와 자치단체의 수정권고를 받고 수정한 '수정분양가' 사이에 평당 40만~80만 원의 차이가 났다.

총 분양가로 따져보면 차액은 30억~210억 원에 달한다. 바꿔 말하면 자치단체가 건설업체가 요청한 대로 승인을 내줬을 경우 건설사는 30억~210억 원의 차액을 고스란히 자신들의 추가이윤으로 가져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제2의 강남을 만들어 집값을 떨어뜨리겠다며 추진된 판교 아파트 건설사업이 무주택자의 설움을 달래준 것이 아니라 건설업체들에게 무한정의 폭리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신천지가 된 셈이다.
▲ 출처 : 대한주택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를 바탕으로 <프레시안>이 재분석
괄호 안은 평당 가격을 의미



여론에 밀려 분양가가 5억 원이나 떨어진 사례도 있어

이밖에도 건설사들이 분양모집 공고에 내는 분양가를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는 많다.

최근 고분양가 논란의 중심에 있던 파주 운정신도시의 한라비발디 아파트는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하는 여론에 밀린 정부와 자치단체의 제동으로 건설사가 당초 신청한 평당 분양가인 1460만 원에서 무려 163만원 내린 가격인 1297만 원에 최종 분양됐다.

이보다 훨씬 전인 지난해 7월 경 포스코건설은 송파구에 지을 예정이었던 더샵스타파크의 최대 평형인 100평 형 1가구의 평당 분양가를 3450만 원으로 책정해 신고했다가 고분양가에 대한 거센 비난을 받고 평당 분양가를 500만 원이나 낮추기도 했다. 분양가가 고분양가에 대한 비난 여론 때문에 일순간에 5억 원이 떨어진 셈이다.

이처럼 고분양가에 대한 사회 여론이나 자치단체의 판단 등에 따라 적게는 수 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 백만 원까지 오르내리는 아파트 평당 분양가를 보고 '고무줄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럼에도 정부는 분양원가 공개를 내년 하반기 쯤에나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때까지는 건설사의 폭리 구조가 계속 유지되고 소비자는 그만큼의 피해를 계속 감수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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