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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한에 '정밀 타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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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한에 '정밀 타격'할 수도 있다" [남재희 전 장관 인터뷰 ①] 오바마가 '버마의 길'을 언급한 속내는…
서지컬 스트라이크(surgical strike). 외과수술처럼 문제가 되는 지역을 도려내듯이 폭격해 화근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적국의 핵무기가 사용 가능한 무기체계로 발전하기 이전에 무력을 통해서 문제가 되는 시설만 선제적으로 정밀 타격하는 방법이다.

위험한 방법이지만 전면전을 벌이는 것보다 낫다는 논리가 이 방법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 방법으로 1981년에 이라크, 2007년에 시리아의 핵무기를 제거했다. 그렇다면 이런 방법이 북한에도 적용 가능할까.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은 미국이 다시금 '서지컬 스트라이크'를 검토할 수 있다는 추론을 내놨다. 북한발(發) 핵 정국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이를 통해 드러난 미국의 태도 등을 면밀하게 통찰한 추론이다.

우선, 지난 주 한미 정상회담에선 북한 문제에 관한 오바마 대통령의 소극적인 자세가 뚜렷했다. 북한과의 협상 무용론이 배경이다. 아울러 양국 정상은 '중국 역할론'을 강조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시각이 변한다면." 만약 장기적으로 이 전제가 현실이 된다면 미국은 얼마든지 북한에 대한 외과수술적 타격을 감행할 수 있으리라는 우려다. 실제로 북한의 핵실험 이후, 중국은 일부 북한 은행의 계좌를 동결시켰다. 과거와 다른 태도다. 남 전 장관은 "미국은 북한 핵무기 시설을 '서지컬 스트라이크', 즉 정밀 타격해도 중국이 이를 묵인해 줄 정도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남 전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에게선 미국과는 다른 태도를 읽어냈다. "북한의 핵 문제와 북한과의 대화는 따로 떼어내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핵에 발목 잡혀 북한과는 대화조차 하지 않았던 이명박 정부와는 다른 길을 가려는 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핵심이라고 봤다. "인도적 문제만이라도 해결해 나가는 게 장기적으로는 좋은 것이다. 개성공단, 금강산 문제 등을 조금씩 풀어 가면 신뢰가 구축된다. 그게 한반도 프로세스 아닌가. 환영할 바다."

기대를 모았던 박 대통령의 첫번째 미국 방문에서 한반도 문제가 대번에 풀릴 수 있는 해법은 도출되지 않았다. 당분간 북한은 북한의 길을, 미국은 미국의 길을 갈 것이다. '강 대 강'의 대립이다. '정밀 타격' 시나리오까지 배제할 수 없을 만큼 한반도에 드리운 먹구름의 두께가 결코 얇지 않다. 박근혜 정부는 과연 이 상황을 요령있게 다뤄나갈 수 있을까.

남재희 전 장관과의 인터뷰는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와 임경구 정치팀장이 진행했다.


▲ 남재희 전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존 케리 국무장관이 그 자리에 없었다는 건..."

프레시안 :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전, 개성공단 철수, 북핵 위기 등 북한발 뉴스가 쏟아졌다. 그런 점에서 한미정상회담은 큰 기대를 모았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를 풀 실마리가 나올까 하는 관심이 있었다. 국내 언론 평가는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회담에서는 한미 동맹 강화에 강조점을 주었다. 반면,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는 뭔가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게 없지 않았는가 싶다. 원론적 이야기만 되풀이한 듯하다. 북한이 변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만 했지, 정작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일 수 있는 단초를 만들지 못한 것 아닌가 싶다. 이번 회담이 성공이냐 실패냐를 딱 꼬집어 이야기할 순 없지만, 북한 핵위기를 푸는 관점에서는 새로운 게 없지 않았나 판단된다.

남재희 : 원래 정상회담이라는 건 실질적이라기보다는 의전적 성격이 강한 법이다. 이번 회담도 마찬가지다. 영어로 말하면 세리모니(ceremony)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으니 우리나라의 가장 우군인 미국과 의전상 만난 거다. 세리모니로서의 의미가 가장 중요했기에 실체적인 진전을 바라는 건 앞서나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에 갔을 때 존 케리 국무장관이 없었다. 외국 간다고 자리를 비운 거다. (시리아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했음) 그건 (한미정상회담이) 실체 논의에 의미가 있던 게 아니라는 증거다. 한미동맹 60주년이라는 의제를 다시 확인하는 선 이상은 아니었다. 거기에서 실체적인 진전이 있으리라고 기대를 하려면 케리 국무장관이 있어야 했다. 케리가 비었다는 건 세리모니 이외에는 의례적인 회담이었다는 걸 방증하는 거다. 그러니 성공도 없고 실패도 없는 거다.

프레시안 : 결과적으로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의 실마리는 전혀 찾지 못한 것 아닌가.

남재희 : 실마리가 있으려면 존 케리 장관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야기가 돼야 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에 갔을 때, 케리 장관이 현장에 있어서 이야기돼야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애초에 북핵 문제에 대해서 실체적 진전은 오바마와의 회담에서 나오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미정상회담 이후 쏟아진 외신 등의 언론 보도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해서 진전을 이루려는 노력을 벌인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오히려 이에 소극적인 거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진전시킬 방안이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

예를 들면 <뉴욕타임스>는 한미정상회담 이후, 오바마 대통령의 수동적인 접근법이 박근혜 대통령의 전략과 부딪힐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박 대통령은 조금 나가려고 했는데 오바마 대통령은 수동적이었다는 해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과 직접 접촉을 회피하면서 북한의 핵무기 포기 여하에 따라 협상을 하려고 하지만, 박 대통령은 핵무기 포기 약속이 전제조건이 돼야 한다고 믿는지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요컨대 박 대통령은 비핵화를 후순위에 놓더라도 대화에 나서려는 의지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우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기본적으로 무엇인가. 애매하다. 나는 아직 그걸 보질 못했다. 그게 구체적으로 뭘 뜻하는지 말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신뢰프로세스의 핵심은 '인도주의적인 문제는 핵 문제와는 별개로 진행한다' 이거 아닌가 싶다.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한마디로 핵폐기 약속이 없더라도, 인도적 문제는 분리해서 진전시키겠다는 거 아닌가 싶다. 이명박 정부가 핵 폐기 약속이 있어야 대화한다고 했던 것에서는 한 발 나아간 것이다.

박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한 이야기는 그런 점에서 뭔가 조금 나갔으면 싶었던 거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수동적인 접근을 했다. 그것의 결정적인 증거는 오바마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드러났다. 거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버마의 길'을 따른다면 북한이 원하는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의 해소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것이 오바마가 소극적이라는 증거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버마를 유추한 거다. 영어로 '애날로지(analogy)'라고 한다. 하지만 전혀 맞지 않는 유추다. 다시 말해 '틀린 비유(false analogy)'란 얘기다. 매우 똑똑한 오바마 대통령이 왜 엉뚱하게 이치에 맞지 않는 버마의 길을 이야기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뭐라도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으니 엉뚱한 이야기를 한 거다.

"미국, 중국의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

프레시안 : 버마의 길은 민주화를 전제한 것인데.

남재희 : 그렇다. 조금만 공부한 사람은 오바마 대통령이 말한 버마의 길을 북한과 비교할 수 없다고 말할 거다. 그럼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시치미를 뚝 떼고 그 이야기를 했다. 그건 (북한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거다. 남북이 분단돼 있고 미국과 대치 상태에 있는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핵 포기에 대한 대가로서 평화협정과 군사적 안전보장이다. 반면 버마는 남북이 분단돼 있지도 않고, 군사적으로 어디에 위협을 받는 나라가 아니다. 단지 버마는 아웅산 수지로 상징되는 민주화 문제가 있다. 북한과 버마 문제는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국제정치학회에서 (북한 문제를 버마에 유추하면) 빵점 맞는다. 그걸 시치미 뚝 떼고 이야기한 셈이다.

프레시안 : 그 말은 미국은 북한 핵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가 없다고 보시는 건가.

남재희 : 아니다. 현재 북한 태도에는 손쓸 게 없다는 게 더 정확하다.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자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두고 보자는 식이다. 그러니 버마의 길이라는 엉뚱한 이야기를 한 거다. 북한이 현재는 협상카드를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면 '우리도 카드 안 내놓는다' 이런 식이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도 하고 진전도 했으면 싶었겠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완전히 수동적이었다. 그러니 동문서답한 거다. 지금 상황에선 북한이 아무런 카드를 내지 않고 있다. 그러니 미국 입장에선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거다.

프레시안 : 미국의 그런 태도가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전략적 인내'로 북한을 방치한 거 아닌가.

남재희 : 전략적 인내가 이젠 전략적 '불'인내로 바뀌었다. 더 소극적이다.

프레시안 : 그런 방침이 지난 오바마 정부, 이명박 정부 하에서 북한으로 하여금 두 번의 핵실험을 하게 했다는 평도 있다. 그대로 놔두면 북한의 핵 능력은 더 향상될 수밖에 없다.

남재희 : 북한 관련 국제 여론은 현재 미국에 유리하고 북한에 불리하게 바뀌고 있다. 중국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지 않나. 중국이 공식적으로 북한 관련 은행 계좌 2개를 동결했다. 이건 엄청난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엄청나게 좋은 사인이다. 미국은 그 변화를 두고 보는 거다. 제일 중요한 건 중국의 태도이고 그 다음엔 국제적 여론의 변화다. 거기에서 중국의 태도 변화가 더 나아가기를 바라는 거다. 지금은 북한과 별로 할 이야기가 없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그런 것이 지금 버마의 길을 언급하게 하고 있다.

중요하게 봐야할 게 또 있다. 국제 전략 문제 권위자인 제러미 수리 미국 텍사스 대학교수가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북한이 도발하기 전에 군사시설에 국한된 선제 정밀 타격을 주문했다. 중국의 태도가 변하면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는 전쟁은 아니더라도 북한의 미사일 기지 정도는 타격할 수 있다. 이스라엘이 이 방식을 자주 사용한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정밀 타격하고 사담 후세인 때 이라크의 핵 연구소를 정밀 타격했다. 최근에는 시리아를 정밀 타격했다. 다만 이란의 경우 정밀 타격을 하고 싶지만, 그걸 하려면 이라크를 거쳐야 하기에 하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는 미국의 관리 하에 있기에 미국 승낙을 받아야 비행기가 지나갈 수 있다. 미국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핵시설과 달리 미사일 기지는 정밀 타격이 상대적으로 쉽다. 그렇기에 북한이 미국의 군사 훈련 때마다 떠는 거다. 군사훈련 하는 와중에 타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순식간이다. 악 소리도 못내고 당할 수가 있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한반도 군사훈련이 그야말로 실제 위기의 순간일 수 있는 것다. 미국은 북한 정보를 다 가지고 있다. 다 지켜보고 있다. 김정은이 어디로 들어오는지도 지켜보고 있다. 틈만 나면 정밀 타격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하지 못하는 건, 그것이 중국의 양해에 따라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미국에게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렇기에 미국은 현재로선 북한과의 협상을 전진시킬 필요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기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이야기했으니 이명박 정부와의 대북 정책과는 달라야 한다. 하다못해 인도적인 지원 문제라도 달라야 한다. 짐작컨대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사업도 진전시키려는 의도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핵은 본질적 문제라서 뒤로 미룬다 해도 말이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그런 인도적인 부분에서는 진도를 이루자는 거다. 이번 정상회담은 그렇게 해석을 하는 게 여러 객관적 자료를 볼 때, 정확한 게 아닌가 싶다.
ⓒ프레시안(최형락)

"미국, 중국만 용인하면 북한 정밀타격할 수 있다"

프레시안 : 상당히 정밀하게 관찰하신 듯하다. 하지만 2006년 북한 핵 실험 이후, 부시 정부와 오바마 1기 정부 당시 미국은 평화협정으로 북핵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이명박 정부의 반대로 진전이 안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랬던 미국이 왜 그렇게 태도를 바꾸었다고 보나.

남재희 : 미국은 북한이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판단을 한 것 같다. 그러니 협상이 의미가 없다는 거다. 반면, 중국의 태도가 변화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변하면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프레시안 :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 정밀 타격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건가.

남재희 : 중국 태도를 보는 거다. 중국이 묵인하는 정도까지만 변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그건 사실상 남북 간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

남재희 : 외과 수술적 타격은 북한도 어쩔 수 없다. 순식간에 박살 내는데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겠나. 미국은 그런 것을 잘한다. 어쨌든 이건 추측이고, 다만 이번 정상회담은 의례적인 회담이었다는 것, 그리고 남북문제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이 조금 앞서나가려 했지만 미국은 아직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렇게 요약될 것 같다.

프레시안 : 분석대로라면 이 문제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풀려면 북한이 태도를 바꿔야 할 수밖에 없는데.

남재희 : 맞다. 다만 좋은 징후는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차관보가 북핵 교착 상황을 타개하려면 한국이 먼저 인도주의적 지원 같은 작은 조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비슷한 생각이다.

프레시안 : 김대중 대통령 휘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DJ의 설득으로 미국도 북핵 문제 해결에 성의를 보였고 남북 관계도 긍정적으로 변했다.

남재희 : 그때는 핵 문제가 지금처럼 고착화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말씀하신 정밀타격 같은 대응을 중국이 용인할 수 있을까. 최근 다소 변화 조짐이 있다고는 하지만 중국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을까 싶다. 한미동맹보다 북중 맹이 더 강고하다는 분석도 있는데.

남재희 : 몇 달 새 변할 거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몇 년의 이야기다. 북한의 핵무장 속도는 몇 달 사이 문제가 아니다. 몇 년이다. 이처럼 중국의 태도도 몇 년 사이에 변화할 수도 있는 거다.

프레시안 : 어쨌거나 북한과의 협상을 포기한 채 북한을 방치한다면 북한의 핵 능력은 향상될 수 밖에 없을 텐데. 지난 2002년 이후의 과정이 잘 말해주고 있지 않나.

남재희 : 그렇게 빨리 되는 게 아니다. 현재는 미국이 본격적인 협상을 할 의도가 없다. 협상도 상대방이 응할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 거다. 북한도 핵 국가로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그건 못하겠다는 거 아닌가. 딜레마다. 북한은 '조금만 더 밀고 가면 인정받는다'고 전망하겠지만 미국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으로 부딪치고 있다. 서로 양보 못할 게임이다. 이게 진행 중이니 회담을 해도 소용이 없는 거다.

프레시안 : 미국과 북한의 접점이 작아질수록 박근혜 정부의 운신 폭도 훨씬 더 줄어들지 않을까.

남재희 : 줄어든 게 아니다. 대화를 터 나가는 것, 그리고 인도적 문제만이라도 해결해 나가는 게 장기적으로는 좋은 것이다. 개성공단, 금강산 문제 등을 조금씩 풀어 가면 신뢰가 구축된다. 그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아닌가. 그것도 환영할 바다. 그것을 가볍게 넘길 건 아니다.

프레시안 :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 관련 회담을 제의한 것도 적절하게 보나.

남재희 : 개성공단은 핵 문제와 떼어내고 가는 거다. 핵과 같이 할 필요는 없다. 그게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핵심 아닌가. 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뭔지 모르겠다. 다른 이의 해석을 보면, 그걸 분리하자는 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고 하는 듯하다.

"박근혜 주변에 직언파가 없다"

프레시안 : 박 대통령의 방미 말미에 일어난 윤창중 사건을 이야기 안 할 수 없다. 본인의 비행보다도 이 사건이 일어난 뒤, 청와대가 뭔가 은폐하고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청와대 대응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

남재희 : 윤창중 사건은 윤창중의 비문명적이고 세련되지 못한 난동이다. 그걸 개인의 난동이라고 규탄하는 건 의미가 없다. 그런 사태를 빚은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난맥상을 어떻게 앞으로 수습하느냐, 그것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 부분은 새삼 시시콜콜 이야기해봤자 답이 없다. 지금처럼 난맥상에서는 대통령이 여당인 새누리당과 협조를 잘해야 한다. 여당하고 너무 밀착하면 타락한다. 대통령은 여당을 견제하는 듯하면서도 협조를 해야 한다, 완전히 여당에 쏠리면 타락밖에 없다. 여당을 견제하면서 협조하는 게 필요하다. 물론 그 균형의 적정선이 어디냐를 고민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제동을 걸면서 협조를 하는 것. 그래야 이 나라 정치가 제대로 된다. 여당에 말려들면 큰일 난다.

김영삼 정권 때 옆에서 좀 관찰했는데,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인사할 때 언론에 후보자를 띄워본다. 그러면 반응이 나온다. 그러면 그 뒤에 반응에 따라 인사를 한다. 윤창중도 마찬가지로 언론에 띄워서 반응을 봤으면 거기서 끝이어야 했는데 강행을 해서 문제가 생겼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언론에 띄워서 어지간히 괜찮을 때만 인사를 했다. 안 되면 안 했다. 그런 것도 하나의 방법 아닌가.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 예전부터 측근 세력이 있지 않나. 7인회 등. 그 사람들과 인사문제를 상의해야 한다. 청와대 수석들만 가지고는 안 된다. 측근 있지 않나. 그렇게 상의하면 최소한 낙마하는 국방장관 같은 경우는 없었을 텐데.

마지막으로 '데블스 에드버킷(devil's advocate)', 즉 주변에 직언파를 둬야 한다.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는 사람을 주변에 두어야 한다. 미국의 어느 대통령이 자기에게 반론만 제기하는 측근에게 화가 나서 '넌 밤낮 반론만 이야기하느냐'고 화를 냈다고 한다. 그러자 그 사람이 '각하가 나를 뽑은 게 그런 역할 하라고 한 거 아니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말로 직언파다. 그런데 박 대통령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다.

프레시안 : 이 사건이 일어난 뒤, 청와대의 대응에도 잘못이 큰 거 아닌가.

남재희 : 아직 청와대에 질서가 안 잡혀서 그렇다. 새로 구성된 사람이라 삐걱거릴 거다. 이를 맞추는데 시간이 걸린다. 홍보수석이 권위가 있어서 대변인이 복종하면 모르지만, 너나 나나 똑같다고 하면 답이 없다. 이는 그 사람들의 자질 문제와는 별개다. 자질이 좋아도 삐걱거린다.

(남재희 전 장관 인터뷰는 2편에서 계속됩니다. 2편 바로가기 ☞ : "박근혜 정부 5년, 계급적 원성 언젠가는 폭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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