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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 간 '삼성전자서비스 사건'…삼성, '선긋기'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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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재판장 간 '삼성전자서비스 사건'…삼성, '선긋기' 주력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시작…재판부, 수시근로감독보고서 송부 신청 채택
삼성전자서비스 수리 기사들의 실제 '사장'을 가리는 법정 싸움이 본격 시작됐다.

지난 29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첫 변론에서 양측은 각자의 주장과 논리를 개괄해 보였다.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변호인단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는 삼성전자서비스의 노무 관리를 대행하는 기구에 불과"하다며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 노동자 사이에 묵시적 근로 계약 관계 내지 근로자 파견 관계가 성립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서비스 측 변호인단은 "원고 측이 위탁 계약서상 몇몇 미세한 조항을 작위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전자 제품) 수리 위탁의 특성과 수리 업무 전 과정을 따져보면 원고의 주장이 맞지 않다"고 변론했다.

수리 업계 노사 대리전…"협력업체는 노무 대행 기관에 불과"

삼성전자서비스 위장 도급 논란을 포괄적으로 다루게 될 이번 소송은 전자 제품 제작 및 수리 업계 전반으로부터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소송이 비슷한 논란에 이미 휩싸였거나 잠재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높은 티브로드 등 여타 수리 업체들의 노사 대리전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첫 변론에서 원고 측은 그간 내세워 온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변론을 펼쳤다. 원고 측 변호인단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는 "매우 적은 자본금만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임금 등을 결정하고,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근로를 제공받는 실제 당사자는 삼성전자서비스"라고 주장했다.

피고 측 "삼성전자서비스는 수리 기술·서비스 R&D에 집중"

법무법인 '지평지성'과 '태평양'으로 구성된 삼성전자서비스 측 변호인단은 "수리 위탁 관계의 특성"을 고려하며 업무 전반을 살펴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피고 측은 이날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가 발달해온 과정을 설명하는 데 제법 긴 시간을 할애했다. 이들은 "협력업체는 (삼성전자서비스에 의해) 인위적으로 발생한 법인이 아니"라며 "1960년대 전자 제품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생긴 동네 전파상"이 발전해 현재의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로 자리매김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정 상표를 따지지 않고 모든 전자 제품을 다루던 골목 전파상이 발전해 대리점 됐고, 이 대리점이 서로 인적·물적 결합을 하며 체계를 갖춰왔다"며 이와 동시에 "소비자들이 전문 전자 제품 업체(삼성 등)를 선호하게 되면서 대리점들은 그간 만들어온 거점 지역을 강점으로 삼성전자서비스의 수리 위탁을 받는 협력업체가 됐다"고 설명했다.

피고 측은 또 "AS(애프터 서비스·수리)의 경우에도 R&D(연구 개발)가 중요하다"며 "협력업체가 직접 고객을 만나 진행하는 수리를 전문으로 한다면, 삼성전자서비스는 수리 기술과 고객 서비스를 어떻게 더 잘할 거냐에 대한 연구·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삼성전자서비스 수리 기사의 모습. ⓒ프레시안(최하얀)

"LG, 애플의 수리 서비스도 삼성전자서비스와 비슷"

피고 측 변호인단은 수리 업무가 진행되는 전반의 과정을 개괄하며, 협력업체와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독립성'을 입증하려고도 했다.

이들은 "위탁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수리 기사의 주요 활동 지역, 수리 가능 제품, 일정 등을 협력업체가 우선 전산에 입력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협력업체가 업무를 조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서비스) 콜센터로 들어 온 수리 접수는 협력업체가 입력한 정보에 기반해 기사에게" 전달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협력업체 수리 기사가 고객을 만나서 "그 누구의 지시·감독 없이 자신이 가진 (수리) 노하우(기술)를 활용해 수리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서비스는 "매달 협력업체가 진행한 수리 (내역)을 검수해 수수료를 지급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와 맺고 있는 "(수리) 위탁 관계는 LG를 비롯한 다른 전자 업계도 비슷하게 취하고 있고, 해외 기업인 애플도 비슷하다"는 점도 내세웠다

불파 사업장과 선 긋기…"삼성전자서비스는 다르다"

피고 측은 이날 "일부 문제가 되는 사내하청 관계와 이 사건은 엄연히 분리된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이들은 "현재 원고가 이 사건에 참고하고 있는 것은 몇몇 사내 하도급 과정에서 인정된 선례인 거 같은데"라며 앞서 법원이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나 파견 근로 관계를 인정한 사업장들과 '선 긋기'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변호인단은 "앞선 사례의 경우엔 도급업체 근로자가 수행해야 할 일을,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위탁 계약을 이용해 수급 업체 근로자에게 시행토록 한 것"이라며 "이런 경우 도급업체 근로자와 수급업체 근로자가 혼재돼서 일"했으나 "이 사건의 경우엔 사업장이 분리돼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고용노동부 수시근로감독 보고서 송부촉탁 신청 채택

재판 말미에서 원고 측 변호인단은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 24일부터 약 두 달간 진행한 "삼성전자서비스 수시근로감독 보고서 전체를 봐야 한다"며 문서송부촉탁을 신청했다.

원고 측은 "고용노동부가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불법 파견이 아니'라는 4쪽짜리 감독 결과만 발표하고 전체 보고서는 국회에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가 예상하기에는 100페이지 이상 되는 조사 보고서가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토해볼 만 하다"며 원고 측의 신청을 채택했다.

앞서 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지난 14일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서비스 수시근로감독 결과에 고용노동부 '윗선'이 개입해 결론이 뒤바뀌었다"며 부실 감독 의혹을 제기했다.

감독보고서와 함께 원고 측 변호인단은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와 체결해 온 업무 계약서 및 부속 서류도 재판부에 신청했다. "제출이 가능하겠느냐"고 묻는 재판부 질문에 피고 측 변호인단은 "계약서 소지 여부를 확인해 봐야 한다"고 답했다.

첫 변론을 마친 후 원고 측 법률 대리인 권영국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는 "삼성전자서비스 측이 오늘 내세운 논리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수시근로감독 결과와 많은 면에서 닮아 있다"며 "노동부 감독 결과를 바탕으로, '수리 업무엔 나름의 특성이 있다'는 식의 주장을 전면에 내세우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소송의 다음 재판은 12월 12일 오후 2시 30분으로 예정됐다. 현재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 참여하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는 1000명가량이다. 전체 협력사 수리 기사 6000여 명 가운데 15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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