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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송전탑 보느니"…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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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송전탑 보느니"…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자살 음독자살…경찰 측은 신병 비관에 무게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에 반대해오다 음독자살을 기도했던 밀양시 상동면 고정마을 주민 유 모(74) 씨가 6일 오전 3시 50분께 사망했다.

유 씨는 지난 2일 오후 9시께, 자택 부엌에서 제초제를 마시고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 측은 유 씨의 자살 원인으로 신변 비관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유 씨는 평소 송전탑 반대 집회 등에 참가하며 지인들에게 송전탑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해온 것으로 알려져,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송전탑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대책위는 이날 오전, 유 씨가 사망 전 대책위에 전한 말을 밝히며 송전탑이 원인임을 분명히 했다. 대책위는 "4일 오전, 고인께서 따님을 통해 대책위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날 오후 1시경 대책위 공동대표인 김준한 신부와 상황실 간사가 고인을 찾아갔다"고 밝혔다.

대책위가 밝힌 유 씨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내가 열심히 일해서 아이들 공부도 시키고 결혼도 시켰다. 그런데 11월경에 한국전력 과장 1명과 다른 직원 1명이 찾아왔다. 그때 우리 집이 송전탑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알게 됐다. 150~200미터 이내에 송전탑이 들어선다는 사실을 알았다. 송전탑이 들어서면 아무것도 못한다. 살아서 그것을 볼 바에야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송전탑 때문에 제초제를 마셨다.'

상동면 주민 성 모(여·51) 씨는 "평소에 '우리 집 주변에 송전탑이 들어오면 칼로 찔러 죽이겠다'는 말을 많이 했다"며 "자살한 날 유 씨의 집을 찾아간 이웃주민에게도, '목숨 걸고 송전탑을 막아 달라'고 했다더라"고 밝혔다.

성 씨는 "개인적으로 대화해보지 않아서 유족들 생각은 모른다"고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송전탑에 반대하는 주민들 모두 송전탑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1월 故 이치우(당시 74세) 씨가 분신자살한 이후 늘 또 다른 죽음을 우려해온 주민들은 크게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 씨는 "계속 그런 일(자살)이 생길까 봐 걱정했는데 결국 정말 벌어져 버렸다"며 "유 씨가 아니었으면 우리 중 누구라도 그랬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마음이 안 좋다"고 말했다.

유 씨의 빈소는 밀양영남병원 농협장례식장에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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