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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수도, 서울인가 평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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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수도, 서울인가 평양인가? [한반도 브리핑] 통합과 번영을 담보하는 상징성 확보해야
한반도신뢰프로세스는 프로세스를 만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 후견인인 장성택을 숙청하여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은 이미 중단된 지 오래다. 이런 와중에 북한의 핵무기고는 점차 늘어나고 있을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는 어느새 무관심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핵능력을 과시하는 조치를 취하기라도 하면 다시 북한의 핵무기는 세계를 벌집 쑤시듯이 혼란스럽게 만들어 놓을 것이다.

수십 년간의 남북대치에도 불구하고 북한문제는 항상 예측 불가능했다. 북한이 투명하지 못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북관계에 대해서 프로세스를 만들지 못한 것도 큰 원인이었다. 프로세스를 만들지 못하면 항상 현안에 뒤쫓아가기 마련이다. 통일수도에 대한 논의도 먼 미래의 과제로 미뤄둘 일이 아니다. 통일수도 논의과정은 남북통합 논의 그 자체 못지않게 갈등을 불러일으킬 사안이다. 통일수도에 대해 지금부터 차근차근 논의해 나가는 것이 미래에 다가올 통일에 대한 착실한 준비이다.

사단법인 통일맞이는 서울시의회 신원철 의원의 소개로 통일수도 결정 과정에 대한 연구를 하였다. 독일 통일과정의 사례를 살펴보고, 미국 독립전쟁 이후 워싱턴DC로 수도가 결정되는 과정과 EU 통합과정의 특징도 살펴보았다.

독일 번영의 상징이 된 통일수도 베를린

동서독이나 베트남, 예멘의 경우와 달리 우리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가지고 있다. 물론 북한도 연방제 통일방안을 가지고 있지만, 북한이 주장하는 연방제방식으로 통일이 이뤄지기 보다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따라서 3단계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통일의 추진과정에서 남북 사이의 국력이 현저하게 변화한다고 하더라도 '화해협력-남북연합-통일'의 3단계에 근접하는 방식으로 통일이 이뤄질 가능성이 다른 어떤 가능성보다도 가능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3단계에 따른 단계적인 통일이 통일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통일의 긍정성을 극대화하는 데 유용하다. 따라서 3단계 통일방안에 따라서 통일을 추진해가면서 남북한의 통일과 통합을 이룩하는 데 있어 수도 결정이 중요한 한 축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동서독 통일은 서독이 동독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베를린은 오랫동안 독일의 수도였고, 독일 국민들은 통일이 되면 통일 독일의 수도는 베를린이 될 것으로 여겨왔다. 통일 이전 서독의 수도였던 본에 대해서는 임시 수도로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 이후 수도 결정 과정에서 독일은 심각한 내부 갈등을 겪어야 했다.

▲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시민들이 부란덴부르크문에 모여 베를린 장벽 붕괴를 자축하고 있다. ⓒ프레시안 자료사진

통일수도 결정은 수도 이전에 따른 경제적 이익의 문제뿐만 아니라 동서독의 통합과 통일 독일의 미래비전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통일 수도 결정은 이러한 거대한 미래 청사진과 관련되어 있는 사안이다. 따라서 통일수도를 결정하는 과정은 남북이 통일되어 가는 과정만큼이나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다. 한민족의 전통, 수도로서의 상징성, 재정문제 그리고 남북의 사회·경제·문화적 차원의 다양한 논의가 제기될 것이다.

독일은 통일 이후 온갖 논란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베를린으로 수도를 확정하였다. 베를린 시대는 오늘날 독일통일의 성공과 독일이 2차대전의 상처에서 벗어나서 유럽통합과 번영의 중추역할을 하는 것을 상징하게 되었다. 독일 통일 직후 동서독 통일은 혼란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동서독 통일은 번영의 상징이 되고 있다. 그 상징의 한 가운데 통일 독일이 수도 베를린이 자리 잡고 있다.

베를린으로 수도가 결정되는 배경 가운데 서독의 수도였던 본이 기본적으로 프랑크푸르트 등 구 서독의 다른 도시에 비해 정치적 무게나 흡인력 미비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독의 수도였던 본이 수도로서 무게감과 역사성이 약한 반면에 베를린은 역사성과 상징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는 많은 혼란 속에서도 베를린으로 수도를 결정하는 배경이 되었다.

이에 비해서 평양은 조선의 수도였던 서울만큼이나 수도로서 역사성이 있고, 또 평양이나 서울은 모두 서독의 본과 같이 수도로서 존재감이 약한 도시가 아니다. 이러한 점이 한반도와 동서독의 통일수도 결정 과정의 차이점 가운데 하나이다. 한반도의 통일수도 결정 과정은 동서독보다 훨씬 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남북 대립 속에서 수도가 된 미국의 워싱턴 DC

독일은 베를린으로 수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철처하게 여론을 수렴했고, 국회를 통해서 국민적 합의 과정을 거쳤다. 아울러 베를린으로 수도를 결정하고도 본을 발전시키기 위한 지원을 하였다. 동서독의 통일수도 결정 과정에서 상호신뢰와 국민적인 합의를 거쳤다는 점은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선택했던 방법이다. 즉 국민적 합의와 정치적 타협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통일과정에서 동서독의 교류가 이를 뒷받침하였다.

미국 독립 이후 워싱턴 DC를 수도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남부와 북부도 마찬가지로 의회에서 정치적인 타협을 했다. 남부는 독립전쟁과정에서 북부가 진 채무를 지원해주고 대신 북부는 수도를 남북에 가까운 곳으로 결정했다.

수도 결정 과정은 국민적 합의와 신뢰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독일이나 미국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상호갈등을 조정하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타협이 있었다는 사실은 통일 수도 논의과정에서 우리가 유념해야 할 사안이다.

유럽 통합과정에서 브뤼셀의 역할에 대해서도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브뤼셀은 세계 2차대전 이후부터 서유럽의 상징적인 중심도시 역할을 하였다. 물론 브뤼셀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 배경에는 2차대전 이후 서유럽의 정치·경제적인 중심지가 강대국의 한 도시로 정해지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의도가 숨겨 있다.

브뤼셀, 스트라스부르그, 프랑크푸르트

하지만 브뤼셀이 완충지대 역할을 했기 때문에 그 역할의 연장선에서 유럽공동체와 북대서양조약기구 본부를 유치했고, 명실상부한 서유럽의 상징적 '수도'역할을 하게 됐다. 서울이 화해협력의 단계에서부터 남북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통합을 대비하며 갈등해결과 평화교육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이다. 화해협력의 단계에서부터 서울이 남북교류와 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경우 서울은 통일과정에서 수도 결정과 관련한 논란을 방지해나가면서 통일 과정에서 남북통합을 적극적으로 이끌고 통일을 상징하는 위상을 확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공동체설립 조약에는 집행위원회, 유럽의회, 각료이사회를 두게 되어 있는데 브뤼셀에 집행위원회와 각료이사회가 설치되게 된 배경은 앞서 지적한 바 있다. 스트라스부르에 유럽의회가 위치하게 되었는데, 이는 스트라스부르가 평화에 대한 상징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통합의 경제적인 핵심기능을 하는 유럽중앙은행이 경제금융의 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하게 된 점도 통일과정에서 서울의 역할을 가늠해볼 사례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서울이 평화교육을 비롯하여 동북아 평화문화운동의 중심지로서 위상을 확보하게 된다면 향후 통일과정에서 동북아 '평화의 메카'와 같은 위상을 가진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동서독을 비롯하여 미국, 유럽연합 등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통일준비과정에서부터 서울이 교류와 통합을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통일의 상징성을 높이고 통합과정에서 갈등을 최소화하는 길이 된다. 서울시가 화해협력의 단계에서 집중해야 할 정책방향으로 인도적 지원 및 남북협력, 사회문화교류, 남남갈등 해소와 사회통합 등을 준비해야 한다.

동서독의 통일과정에서 수도이전 사례를 비롯하여 유럽연합과 미국의 사례에서 공통적인 것은 수도 결정 과정은 국민적 합의를 통해야 하고, 통합지향적이어야 하며, 통일수도는 통합의 상징성과 미래번영의 발전을 담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수도 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논란과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서울이 지금부터 통합과 번영을 담보하는 상징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은 중앙정부와 전략적 조절을 통해서 남북교류를 확대하는 것과 내적 통합을 위한 평화문화 창달과 같은 평화도시로서 위상을 확보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서울은 동북아 중심도시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서울이 이러한 역할을 준비할 수 있도록 남북교류협력법을 비롯한 법제 정비도 당연히 뒷받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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