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는 2일 2013년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를 평가하고 2014년을 전망하는 <한반도 리포트 2013/2014>를 발간했다. 이 연구소의 박병인 교수는 보고서에서 1894년 갑오년 당시 "한반도는 동북아 역내 패권 교체기의 최대 피해자였다"며 청일전쟁이 발발했던 1984년 갑오년이 2014년 갑오년에 주는 의의를 되새겨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당시 "전통 강국인 청(淸)과 근대화된 신흥세력 일본이 한반도를 매개로 아시아 패권을 위한 자웅을 겨뤘다"며 "신흥제국 일본의 승리로 청은 쇠퇴를 재촉하고 한반도는 급속히 일본의 세력에 편입돼 망국의 단초를 열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열강의 열기가 동북아와 한반도를 달구었던 120년 전의 갑오년은 이제 공수(攻守)와 대상이 바뀌어 동북아에 열전(熱戰)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구체적으로 박 교수는 센카쿠 열도(尖角列島,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놓고 벌이는 중·일 간 분쟁이 가장 첨예한 분쟁요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894년 청일전쟁 당시 이를 빼앗긴 중국이 국력 신장과 중화민족주의를 이 문제에 결합시키고 있다는 진단이다. 박 교수는 지난해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는 빌미를 제공한 것 역시 센카쿠 분쟁이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센카쿠 분쟁이) 2014년 중국 대 미·일 간 관계를 긴장시키고 동북아 불안정을 야기하는 핵(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센카쿠 해역 일대에서 대치중인 일본 해안경비선(위)과 중국 해양감시선(아래) ⓒAP=연합뉴스 |
특히 중국이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中華民族偉大複興) 달성과 중국의 꿈(中國夢)"이라는 국정 슬로건을 제시하며 과거와 달리 자국의 핵심이익에 대해 공세적이고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도 분쟁이 격화될 것이라는 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연구소의 정재흥 교수는 "동아시아 지역은 중심적 리더십 부족, 미·중 양국의 갈등과 대치로 인해 역내 국가 간 갈등과 불안정성이 갈수록 증가되고 있다"면서 "중국의 부상이 가져올 지역변화에 대해 상당수 국가들은 기대와 우려를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리더십 확보를 위해 중국 정부는 막강한 경제력을 동원하여 매력공세와 포섭외교를 적극 추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 역시 아베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적극적 평화주의를 내세우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중·일 간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병인 교수는 "일본은 2014년 상반기에는 헌법(평화헌법)해석 변경을 추진하면서 자위대의 군사적 역할 확대를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또 "연말에 집중된 한중일 3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설립은 동북아 역내의 불안정을 단지'반영'만 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불확실성에 '공세적 대응'으로 맞설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며 "방공식별구역으로 상징되는 중국의 선공(先攻)은 부메랑이 되어 미국의 아시아 개입을 강화하는 명분이 되면서, 2014년은 미·중 간 접근전(接近戰)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상기 교수는 이처럼 동북아의 안보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이 한국에 기회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지역 질서 변화를 면밀히 고려해 중장기적 안보전략을 수립해야 하며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미국과 중국은 경쟁과 협력의 동시적 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협력 관계가 더욱 증진되고 있다"며 "이는 한국의 지역 전략 추진에 있어 운신의 폭을 넓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정재흥 교수는 "미·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면서 다른 한 국가와 적대적인 관계로 전환되는 선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은
보고서는 장성택 숙청 이후 북한이 대내적으로 김정은 체제에 대한 충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미시연구소 이무철 연구위원은 "올해 4월에 열리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장성택 숙청 후속조치 및 인사쇄신이 마무리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이 내부의 동요를 잠재우기 위해 긴장을 조성하고 무력도발을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북한 입장에서는 우호적인 대외환경 조성의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군사적 도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정권의 공고화 및 민심잡기에 문제가 생겨 대내적인 불안정 위협이 발생하면,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식으로 도발이라는 전형적인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며 도발 가능성을 열어뒀다.
경남대학교 김근식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저강도의 대남 비난과 신경전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으나 "일시적인 저강도 위기 조성 이후에는 오히려 김정은이 주도하는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유화국면의 가능성이 있다"며 "장성택처형 이후 김정은 체제가 대화의 창과 개방의 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극 견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김 교수는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선제적인 대북 인도적 지원을 제안했다. 그는 또 "김정은 체제가 원하는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을 우리가 먼저 제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관계와 북핵을 연계하는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한반도 리포트 2013/2014>전문은 경남대학교 극동문제 연구소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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