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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영수증 없는 '특수활동비' 2조 원 이상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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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영수증 없는 '특수활동비' 2조 원 이상 썼다 국정원 '묻지마 활동비'는 어떻게 편성돼 어떻게 쓰이는가?
국가정보원이 기획재정부 예비비로 편성, 사용해온 '묻지마 예산'이 지난 5년 동안 무려 1조 789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집행된 예산은 1조 6937억 원에 달했다. 기재부 예비비만 따졌을 때 국정원이 영수증 한장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혈세는 연평균 3579억 원이나 되는 셈이다.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내역은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민주당 문병호 의원은 각 부처에 숨겨진 국정원의 특수활동비까지 따질 경우, 최근 5년간 지출된 이른바 '눈먼 돈'은 총 2조 7000원 이상 될 것이라는 추정을 내놓기도 했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 운영계획 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는 "정보 및 사건 수사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 수령자가 서명만 하면 사용처를 보고하지 않아도 되고 영수증 없이도 사용할 수 있어 '묻지마 예산'으로 불린다.

문병호 "국정원 '묻지마 활동비' 지난 5년간 2조 원 이상"

문병호 의원이 2012년도 정부 예산집행 결산심사를 위해 기재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기획재정부 예비비 중 국가정보원 사용 예산 결산 내역'을 분석해 4일 공개한데 따르면, 2012년 기재부 예비비 중 국정원 활동비는 3750억 원이 책정됐다. 그중 3690억 원이 집행되고, 60억 원이 불용됐다. 이런식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5년간 쓴 돈은 약 1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국정원이 각종 부처에 숨겨놓은 활동비 규모를 감안하면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규모는 그 이상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 국회 통제를 받지 않는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는 매년 기재부 내 예비비로 편성돼 국회 심의를 피해간다. ⓒ연합뉴스

당장 경찰청에 편성된 국정원 예산만 5년간 4000억 원 이상이다. 문 의원이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경찰청 특수활동비 중 국가정보원 사용 예산 결산내역'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5년간 국정원 활동비로 4134억 원을 책정해 4007억 원을 썼다. 예산 기준 연평균 827억 원이고, 집행기준 연평균 801억 원을 쓴 셈이다.

문 의원은 "타 부처 예산에 숨겨진 국정원 예산은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기무사령부, 정보본부 특수활동비에도 있고, 해양경찰청 기획특수활동비에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들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의 자료 제출 요구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관련 특수활동비 결산내역 제출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2010년~2014년 국방부 특수활동비 예산 현황'에도 국정원의 '쌈짓돈'은 드러나 있다. 이 현황에 따르면 국정원은 2010년부터 국방부에 연간 평균 1582억 원을 편성해 왔다. 2014년도 정부안에는 1771억 원이 편성돼 있다.

최근 요원들의 불법 선거개입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국방부 사이버사령부의 경우 창설된 해인 2010년에는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지원이 없었다. 그러나 2011년에는 30억 원, 2012년에는 42억 원, 2013년에는 55억 원으로 지원액은 매년 30~40%가 증가했다. 2014년 지원예산은 64억 원으로 책정돼 있다. 특히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이 있던 2012년도 국방부 사이버사령부에 지원된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전년도에 비해 40%나 늘어났다.

이같은 금액을 모두 더하면(기재부+경찰청+국방부 특수활동비) 국정원은 지난 5년간 최소 2조 7000억 원 이상을 특수활동비로 썼다는 얘기가 된다. 제출을 거부한 일부 부처 등의 예산을 포함하면 3조 원 가까이 될수도 있다.

숨어있는 국정원 예산은 어떻게 가능한가?

이른바 '숨어 있는 국정원 예산'은 어떻게 편성되고 작동할까. 예산 편성 과정에서 각 부처는 '정보 관련 활동비'를 포함시킨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과 조율을 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편성된 예산은 기재부를 비롯해 국방부, 행안부 등 각 부처 안에 존재하게 된다. 쉽게 말해 OO부 예산에 국정원 몫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국정원은 이처럼 산재해있는 각종 예산을 빼서 '특수활동비'로 지출한다.

국정원 특수활동비의 큰 줄기는 기재부 안에 편성된 예비비다. 이번에 확인된 것만 해도 규모가 5년간 1조 8000억 원 가량이다. 이런 '특혜성' 예산 편성이 가능한 것은 '박정희 정권'의 유산 덕택이다. 1963년 제정된 '예산회계특례법'은 당시 막강한 권세를 누렸던 중앙정보부의 안보 활동 경비를 기획재정부 예비비로 편성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규정해 놓았다.

현재 다른 부처와 마찬가지로 국정원 예산 역시 국회 정보위가 심사한 안을 총액으로 해 예결위에 통보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3공 시절부터 유독 국정원은 기획재정부 예비비 형식으로 별도 예산을 배정받는 희한한 '특혜'를 누려온 셈이다.

각 부처에 산재해 있는 '국정원 몫'의 특수활동비가 해당 부처에 '특별 지원'된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즉, OO부처에 100억 원의 '국정원 예산'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특정 업무 수행 과정에서 국정원의 '목적'에 맞는지 여부에 따라 국정원이 OO부처에 100억 원 중 50억 원을 뚝 떼어 줄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런 식으로 국정원이 각 부처에 배정된 특수활동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문 의원은 "국정원은 국민의 통제를 받아야 할 국가기관이면서도 특수활동이라는 이유로 연 (특수활동비 포함) 1조 원이 넘는 혈세를 어떤 목적과 사업에 사용하는지 국회조차 알 수 없는 치외법권을 누려왔다"며 "국민의 감시와 통제가 부족하다보니 국정원의 안보활동은 무능해지고 국민의 혈세로 국민을 상대로 불법 선거공작을 일삼는 자기모순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의원은 "국정원이 특정권력의 도구가 아니라 국민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국회의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국정원 개혁 입법 필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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