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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화, 사학 족벌체제 무너뜨릴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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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화, 사학 족벌체제 무너뜨릴 대안!

[사학, 문제와 해법]<6> 조선대 문제 토론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했던가. 이런 구호를 외치며 집권한 이명박 정부는 비리를 저지르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립학교 구(舊)재단 인사들에게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그 자신이 사학 개혁에 반대하며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간 적이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정권을 잡자마자 분규를 겪은 임시 이사 체제의 대학들을 '정상화'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다. 사학 재단 인사들은 대개 이 전 대통령의 충실한 후원자들이기도 했다.

2009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조선대, 세종대, 상지대, 대구대, 동덕여대, 광운대, 경기대, 덕성여대 등 사학 분쟁을 겪은 대학들이 차례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의 테이블에 올라갔다. 그로 인해 비리 사학 재단 관계자의 '귀환' 등 해묵은 문제들이 다시 불거졌다.

역사가 거꾸로 가고 있다. 보다 못한 대학교수들이 나서서 '사학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회(사해연)'를 만들고 <사학 문제의 해법을 모색한다>(실천문학사)라는 책을 냈다. 사해연과 <프레시안>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오히려 수십 년 전 논쟁을 반복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 사학들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3번째 포럼이 조선대 문제로 열렸다.

발표자: 김성재 (조선대교수, 언론학. 민교협 광주전남지회장)
토론자: 신혜섭 (동덕여대 교수, 사회복지학, 교수협의회장)
임재홍 (방송대 교수, 법학, 교수노조 부위원장)
조상 (청주대, 전산학, 교수협의회장)
사회: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 사해연 회장)

'사학의 민주적 운영과 대학교육의 공익성조선대 문제를 중심으로' 토론회는 지난해 12월 18일 방송통신대 3층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다음은 이날 토론회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



윤지관(사회): 조선대는 최초의 근대 민립대학의 역사를 가진 지방사학 명문이지만, 박철웅 일가의 족벌지배로 대학이 갈등과 침체를 겪었다. 힘겨운 분규 끝에 구재단이 퇴출되고 이후 22년간 관선이사 체제 하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 구성원들의 협의기구인 대학자치협의회(대자협)를 통해 민주적인 거버넌스가 확립된 것도 큰 기여를 하였다. 그러나 지난 정부에서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구재단이 복귀한 이후 대학내부의 갈등이 심화되는 등 다시 대학이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구재단이 복귀한 동덕여대 신혜섭 교수부터 말씀해주시기 바란다.

신혜섭: 조선대 상황이 어렵고 복잡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은 분규대학들이 겪는 유사한 상황이기도 하다. 구재단이 복귀한 대학은 학내의 분위기가 악화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동덕여대도 이사진 내에서 가족 간의 내분, 보직자들의 이권다툼 등으로 정상적인 학교운영이 되지 않아 임사이사, 이사부재 상태, 총장부재 사태 등 갖가지 고충을 겪었다. 사학족벌경영으로 대학교육의 본령을 훼손한 재단은 퇴출되어야 마땅하다. 문제는 그 이후 구성원들이 대학을 제대로 정상화하는 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분규 시의 상처나 갈등의 골이 있어서 쉽지가 않다는 데 있다.

임재홍: 조선대는 구재단 퇴출 후에 내부 구성원들이 자치기구를 조직하여 민주적 거버넌스를 이루는 등 성공모델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현재처럼 정상화 과정에서 구재단이 이사진의 일부로 들어온 상황 때문에 구성원 사이의 분란이 심해지는 등 대학을 어렵게 하고 있다. 사실 족벌지배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공공형 대학으로 전환하는 것도 한 방법인데, 조선대에서는 과거 공립으로 전환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으나 구성원들이 반대하여 성사되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 현재는 어떤가?

김성재: 착잡한 면이 있다. 조선대 대자협은 현재 법적 기구인 대학평의원회의 모델이 될 정도로 선구적이었다. 교수 직원 동창 학생 대표가 참여하는 이 자치기구에서 총장선거도 주관했다. 그러나 이후 구성원들 사이에 의견충돌과 감정대립으로 갈등이 생겨나고 이것을 지혜롭게 헤쳐나가지 못한 결과 현재는 구성원들 사이의 대립으로 대학이 혼란스런 교착상태에 빠졌다. 공립 전환의 기회가 왔을 때 일부에서 그렇게 되면 월급이 줄어든다거나 시 공무원으로 전락한다는 식의 부정적 인식을 퍼트려 결국 그것을 추진하던 총장이 퇴출되는 사태까지 갔다. 그러나 구재단이 복귀해서 복잡하게 얽힌 지금이라면 대부분이 공영화를 택할 것이다.

조상: 조선대가 구재단이 복귀하면서 '정상화'된 이후에 복잡하게 얽혀서 문제라면, 사학 가운데는 족벌재단의 철권통치가 여전히 계속되는 곳도 있다. 청주대 경우는 90년대에 재단비리에 맞서 싸우던 교수협의회의 회장이 해직되는 등 민주화에 실패한 경험이 있고, 그 결과 설립자 후손인 총장이 네 번째 연임하면서 장기지배에 따른 폐해가 만연해 있다. 대다수 교수들이 위축되어 있다. 대학평의원회라도 민주적으로 구성되면 좋으나, 교수회가 복수추천하면 결국 총장이 결정권을 행사한다.

윤지관: 대학평의원회가 한계가 있는대로나마 대학본부나 사학재단의 독선을 견제할 수 있는 법적인 기구이지만 대학마다 그 취지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또 현행 사립학교법에서는 재단이사회가 인사권 재정권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이사진이 공익적인 방향으로 구성되어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처럼 대학운영이 폐쇄적이면 대학분위기가 침체되고 그 악영향은 학생들이 받게 된다. 많은 문제사학들이 처한 이런 악순환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말씀해달라.

조승래: 청주대 민교협 지회장이다. 대학평의원회가 제 기능을 하면 좋은데 실질적으로 총장이 지명하는 결과라면 각 구성원들의 대의기구로 총장을 견제한다는 사립학교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이런 경우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지 않은가?

임재홍: 그런 방식으로 평의원을 지명하는 것이 법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행법 상 평의원 선출방식은 대학마다 정관이나 규정으로 정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최근 이화여대가 교수 대학평의원을 선출하면서 복수추천을 받아 학장들을 평의원으로 임명하여서 교수협의회가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대학 내의 역학관계에 따라서 대학평의원회의 입지가 약화되기도 하고 일정한 역할을 하기도 하는 구조다.

김성재: 민주적 거버넌스 제도가 어느정도 갖추어져 있다해도 그 운영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대학평의원회는 구성원들의 합의를 통한 참여적인 거버넌스를 지향하는 것인데, 조선대 경우에는 그 기구 자체가 세력에 따라 분열되어서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이다. 역시 대학의 구성원들이 사적인 이해관계를 넘어서 전체를 생각하는 지혜를 발휘하는 수밖에 없다.

신혜섭: 사실 사립대학들이 구성원들의 대의기구를 꺼려해서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는 대학평의원회조차 설치하지 않고 버틴 곳이 많았고 교육부도 그동안 거의 방관하다시피 하였다. 최근에 교육부가 다소 강한 압박을 가해서 연대 이대 동덕여대 등에서 대학평의원회를 구성한 것은 그마나 다행이라고 할 것이다. 동덕여대 경우는 청주대와는 달리 교수대표를 전체교수회의에서 선출하는 식으로 정관에 규정하였고 앞으로 학교 중요사항에 대한 심의를 구성원들이 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평의원회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윤지관: 이명박 정권에서 구재단이 복귀한 대학들도 각각 사정이 다른 면은 있는 것 같다. 상지대 대구대 경우처럼 복귀한 구재단 이사들의 비교육적 행태로 극심한 혼란과 분규에 빠져 있는 곳도 있고, 조선대처럼 구재단이 지배력은 가지지 못해도 대학구성원 사이에 갈등을 초래하여 대학을 교착상태에 빠트린 경우도 있고, 동덕여대처럼 구재단이 절대다수인 이사회 구조이나 교수 학생 직원 등 구성원들이 단결하여 견제역할을 일정정도 하는 곳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지배구조 자체가 문제를 내장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역시 문제사학을 공영화하는 것이 길이라는 결론인데, 전망은 어떤가?

김성재: 조선대의 고질적인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은 공영화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광주 시민사회에서 조선대를 시립으로 전환해야한다는 운동을 시작했고, 대학 내부에서도 서명작업이 있었다. 전통사학이 이렇게 망가질 수는 없기 때문에, 대학과 시민들이 힘을 합쳐서 이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본다.

조상: 청주대 경우에는 그런 전망은 현재는 없지만, 공영화는 족벌체제를 종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학구성원들이나 일반 시민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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