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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 복지 내세운 민주당은 어쩌다 스스로 망가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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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 복지 내세운 민주당은 어쩌다 스스로 망가졌나 [복지국가SOCIETY] 복지국가정치추진위원회를 출범하며
"복지국가정치추진위원회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지난 2007년 7월 창립한 이래 지속적으로 복지국가 담론과 정책 개발로 대한민국 복지 담론을 주도해왔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제안한 역동적 복지국가의 꿈은 민주당의 꿈이기도 하다. 지난 2010년 지방 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제안한 무상 급식으로 대변되는 보편적 복지를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계신 이상이 공동 대표를 비롯한 복지 전문가 그리고 복지 운동가들이 복지국가 담론을 주도했던 당사자 분들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상이 공동 대표를 비롯한 203명의 추진위원들이 복지국가 정치의 기치로 오늘 복지국가정치추진위원회 출범식을 갖게 된 것은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원대한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의 글은 11월 12일 복지국가정치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직접 발표한 축사의 일부이다. 이날 축사의 이 부분은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6년여에 걸쳐 수행해온 복지국가 담론과 정책에 대한 연구 개발과 정치 사회적 공론화의 성과를 민주당의 대표가 직접 인정하고 거론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많은 전문가들도 모두 입을 모아 김한길 대표의 축사를 높이 평가하였다. 그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첫째는 민주당의 대표가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그동안 수행해온 복지국가 건설을 향한 수고와 성과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민주당의 대표가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주요 당사자들이 추진하고 있는 복지국가 정치 세력화의 현장에 직접 와서 예의를 갖추고 축하를 해주었다는 것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민생 불안

▲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 대표 겸 복지국가정치추진위원회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대다수 가계에서 실질 소득은 줄어들고, 민생 불안은 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절대 빈곤과 상대 빈곤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절대 빈곤율 8%, 상대 빈곤율(중위소득의 50% 이하 소득자의 비율) 16.5%로 OECD 국가들 중 최고의 빈곤 수준을 보인다. 2인 이상 도시가구 중 중산층(중위 소득의 50~150%)의 비율은 지난 20년 동안 75.4%에서 65.5%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우리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 중산층의 비율은 이보다 훨씬 더 낮은데, 현대경제연구원의 설문 조사에 의하면 46.4%에 불과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불평등과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보통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더 힘들어졌다는 것을 잘 웅변해준다. 그래서 지난 10년 사이에 자살률은 2.3배나 늘어 OECD 평균의 3배나 되고, 강력 범죄율도 87%나 늘었다.

여자 1명이 가임 기간(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의 수를 의미하는 합계 출산율은 2005년 1.08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후 다시 회복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1.3에 불과하다. 인구 유지에 필요한 합계 출산율 2.1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반면에 노인 인구의 비중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13년 현재 노인 인구의 비율은 12.2%이다. 이에 따라, 해가 갈수록 우리 사회의 인구 구조 변화에 의해 파생되는 경제 사회적 부담과 복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수년간 우리 경제의 저성장 추세는 계속되고 있고, 보통 사람들의 실질 소득은 정체되거나 줄어들면서 민생 불안이 심각해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는 OECD 34개 국가 중에서 32위로 꼴찌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경제와 복지, 이대로는 안 된다

나는 대한민국은 대단한 나라이고, 우리 국민은 짧은 기간에 위대한 성과를 일군 유능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서구의 선진국들이 200년에 걸쳐 달성한 산업화(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우리나라는 불과 30년 만에 이룩했고, 서구에서 수백 년에 걸쳐 제도화한 정치적 민주주의를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함께 불과 수십 년 만에 이룩하였다. 이런 대단한 나라 대한민국에 도대체 무슨 구조적 문제가 있기에, 우리나라 경제의 총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에도 민생의 불안과 국민의 불행은 심화되고 있는 것일까?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구조화된 시장 만능주의 경제 체제와 잔여주의·선별적 복지 체제 탓이다. 이 둘의 조합이 지난 10여 년 동안 경제와 사회의 양극화라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 시장과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고 시장 만능과 경쟁 만능의 원리를 우리 사회의 모든 곳에 강제해왔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시장 만능의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 상태"에서 나와 가족의 생존만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

외환위기를 극복해야 했던 김대중 정부를 지나, 재집권에 극적으로 성공했던 참여정부 때, 우리는 기존의 방식과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해볼 기회를 가졌어야 옳았다. 경제와 복지의 통합적 발전을 위한 복지국가 노선을 그 당시에 추진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준비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실은 지지자들의 기대와는 정반대였다. 시장 만능의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는 더욱 강화되었고, 지지자 배반적인 의료 민영화와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추진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민을 사랑하는 선량한 의도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좀 더 후한 복지 급여를 제공하는 '선별적 복지'의 강화에 그치고 말았다. 시장을 교정할 국가의 역할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다. "대통령이 되고 보니, 우리 사회의 권력은 이미 시장에 넘어가 있어서" 운운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당시 많은 지식인들의 비판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미 시장에 넘어가 있는 권력을 국가가 규제와 조장 정책을 통해 적절하게 조정해야 함에도 참여정부는 이 일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임기를 마쳤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참여정부 후반기가 되자 집권 여당 내에서는 권력 투쟁이 벌어졌다.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노'와 반대하거나 지지하지 않는 '반노', '비노'로 갈라져 권력 게임에 몰두했다. 내가 볼 때, 당시 이들 중 어느 그룹도 진정한 의미에서 참여정부의 오류와 실패에 대해 자아비판과 성찰을 수행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참여정부의 오류와 실패를 극복할 새로운 국가 담론이나 정책 노선을 고민하지도 않았다. 그저 즉자적이고 정치 공학적인 이해관계에 근거한 자기주장만 난무했다. 나는 이렇게 해서는 민생 불안과 보통 사람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러 명의 전문가들과 함께 모였고, 성찰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그래서 나온 성과가 2007년 7월 출간된 <복지국가 혁명>이다. 우리는 이날 복지국가 담론의 기치 하에 <복지국가 혁명>의 내용을 더욱 연구하고 정치사회적으로 공론화할 조직으로 복지국가소사이어티를 출범시켰다.

복지국가 건설을 원하는 사람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역동적 복지국가'를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대안 모델로 제시했다. 역동적 복지국가는 보편적 복지, 적극적 복지, 공정한 경제(경제 민주화), 혁신적 경제를 4대 원칙으로 제시하였다. 이는 신자유주의 경제와 선별적 복지만 거론되던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것이었다. 이후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복지국가 담론과 정책의 지속적인 연구 개발과 복지국가의 정치 사회적 공론화를 주도하였고, 마침내 2010년 3월 15일 <역동적 복지국가의 논리와 전략>을 출간하며, 이 책의 주요 정책을 중심으로 야권의 주요 정치인들과 연합하여 '복지국가 국민제안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였다. 이후 2010년은 복지국가의 정치 사회적 공론화에 성공한 한 해가 되었다. 특히, 2010년 4월경부터 본격화된 중앙 정치권의 '무상 급식' 논쟁을 계기로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보편적 복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선별적 무상 급식과 논리적 대립 축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그때까지 우리나라를 지배하던 보수적이고 잔여적인 '선별적 복지'의 패러다임을 뛰어넘고, 국가의 시장 개입(규제와 조세 재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진보적이고 사회 통합적인 '보편적 복지'가 정치 사회적 시민권을 얻어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보편적 복지 덕분에 당시 야권은 2010년 6월 지방 선거에서 실력 이상의 압승을 거두었다. 그 덕분에 '보수+중도'적 자유주의 정당인 민주당은 2010년 10월 3일 전당대회에서 '보편적 복지'를 당의 강령에 삽입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는 '진보'적 자유주의 요소가 정당의 문서로 공식화된 것인데, 민주당의 수십 년 역사에서 가장 진보적인 일대 사건이었음에 틀림없다. 민주당이 정치적 민주주의를 넘어 경제 사회적 민주주의를 당헌에 담은 최초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한편, 2010년 12월 박근혜 의원은 '사회보장법 전부 개정안' 공청회를 열어 보편적 복지를 수용한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처음으로 제안하였다. 이 또한 획기적인 정치적 사건이다. 야권의 보편적 복지를 맞춤형 복지라는 이름으로 수용하였기 때문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시종일관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과 잔여주의·선별적 복지를 고집했고, 그래서 '큰 시장-작은 정부'를 늘 강조했다. 당시 여당의 주류였던 친이계도 이명박의 노선을 추종하고 보위하는 데 앞장섰다. 그런데 박근혜 의원과 친박계가 야권이 주장하는 보편적 복지를 서서히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고, 여기에 소장 개혁파도 동조했던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이 장차 여야가 '복지국가'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는 징조가 이때 이미 포착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그리고 2011년 연초부터 야당은 '3무1반(무상 보육, 무상 급식, 무상 의료, 반값 등록금)' 복지를 공세적으로 제기했고, 정치적 주도권을 잡아갔다. 이 와중에서 보편적 무상 급식을 두고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가 갈등을 빚었고, 마침내 선별적 복지를 주창하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민 투표를 계기로 사퇴하고, 이후 보궐 선거에서 보편적 복지를 앞세운 박원순 시장이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는 친이계의 나경원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었다. 이 사건 이후, 한나라당에서 급속하게 친이계가 약화되고, 친박계의 보편적 복지 수용과 복지 정책 강화 움직임이 확산되었다. 그런데 민주당의 복지국가 정당 역할은 대충 여기까지였다. 보편적 복지 레토릭으로 단물 빨기를 만끽한 민주당은 민주통합당으로 전환하면서 초심을 잃고 정치 공학으로 빠져들었다. 보편적 복지와 적극적 복지의 재원 마련에 부담을 느낀 민주통합당은 적극적 조세 재정 정책을 제기하는 것 대신, 보기 좋은 복지 공약들만 선언적으로 제시하면서 증세 부분은 사실상 뒤로 빼버렸다. 그러다보니 공세적으로 복지국가를 주창할 수가 없었다.

그때 민주당이 개발해낸 것이 '재벌과 부자 욕하기' 전술이었다. 이게 경제 민주화 이슈였다. 10여 년 전부터 거론되던 경제 민주화가 갑자기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연초부터 대한민국 정치의 전면에 부각된 것이다. 이건 법률을 통해 '규제'만 하면 되는 것이므로 적극적 조세 재정 정책, 즉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가 필요 없는 정책이다. 정치적 부담은 없고 인기가 있는 경제 민주화 정책은 전면에 부각시키고, 복지국가로 가는 데 꼭 필요하지만 많은 재원이 요구되는 보편적 복지와 적극적 복지는 최대한 덜 쟁점화한다는 정치 공학이 작동했던 것이다. 그래서 민주통합당은 복지국가의 중요한 가치를 스스로 내려놓게 되었고, 이것을 한나라당 비대위를 거쳐 새누리당을 창당한 박근혜 의원이 가져가 버렸다. 민주당의 양대 선거 참패의 비극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당시까지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박근혜 의원은 아버지의 꿈이 복지국가라고 하면서 막대한 재정이 요구되는 복지공약과 함께 경제 민주화를 주창하고 나섰다. 이렇게 해서 보수 정치 세력의 재집권이 가능해졌다.

'복지국가 정치'의 기치를 높이 들려는 이유

야권의 복지국가 이슈를 낚아챈 후,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연거푸 승리를 거머쥐었던 집권 여당은 집권 후 지난 10개월 동안 변죽만 울려대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특별한 재원 소요가 필요 없고 법률적 규제만 하면 되기 때문에 대선 이후 곧바로 정치적 의제로 상정되었던 경제 민주화도 하는 둥 마는 둥 마무리되고 말았다. 경제 전문가들과 많은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가 경제 민주화 약속을 저버렸다고 생각한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많은 재원을 요구하는 복지 공약의 구체적 실천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복지 공약을 하나씩 철회 또는 파기하고 있다. 나는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처음의 기대와 달리 박근혜 정권이 자신들의 의지로 복지국가로 가기는 어렵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많은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가 복지국가 공약을 파기함으로써 "이명박 정부의 제2기"를 연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와 선별적 복지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요구되는 복지 증대에 최소한의 대응을 하는 수동적 자세를 견지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당도 부정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몇 달 전에 정부가 중상층 국민의 소득세를 소득 수준에 따라 월 1만 원 이상 누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발표하자 민주당은 '세금 폭탄'론을 들고 나왔다.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정당에선 나올 수 없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이런 정당은 더 이상 복지국가 정당이 아니다. 게다가, 지난 10개월 동안 집권 초기의 힘 있는 시기임에도 정부 여당이 복지국가 공약을 전혀 실천하지 않았으나 야당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무기력하게 세월만 보냈다.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야당의 역할을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복지국가 공약을 철회 또는 파기하는 데서 보듯, 야당의 적극적인 비판과 견인 없이는 이 정권이 자신의 의지로 복지국가를 건설할 가능성이 거의 없음에도, 야당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어떻게 하든 현 정부가 복지국가의 길로 나아가도록 정치력을 행사해야 함에도, 이러한 일을 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 (☞관련 기사 : 세금 폭탄론, 민주당의 정치적 자살 행위!)

▲ 박근혜 정부의 2013 세제 개편안에 반대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지난 8월 12일 서울 여의도 도심 거리에서 열린 '중산층·서민 세금 폭탄 저지 특별위원회 발족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래서 지금까지 복지국가소사이어티를 중심으로 복지국가 담론과 정책을 연구해왔고, 이를 시민사회에 확산시키는 국민 운동을 해온 사람들, 즉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정책 전문가들과 복지국가 운동가들이 직접 '복지국가 정치'의 기치를 높이 들기로 작정한 것이다. 사실, 이건 기성 정치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결단이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6년 동안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아카데미 등의 시민 정치 교육과 각종 토론회 등의 복지국가 공론화 과정을 통해 육성해 낸 의욕적인 분들이 많다. 우리는 이러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복지국가를 지향하려는 기성 정치인과 정치 지망생들을 묶어세워 11월 12일 복지국가정치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들 중 많은 사람이 지방 선거 등 각급 선거에 직접 나설 것이다. 이들이 '복지국가 정치'의 기치를 높이 들고 지방선거 등을 정면으로 돌파한다면, 현재 적대적 공생 관계를 누리고 있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수면 아래로 내려놓은 '복지국가 담론과 정책'을 정치 사회적 공론의 장으로 다시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복지국가 전문가와 시민사회의 운동가들, 복지국가 노선을 지지하는 정치인과 정치 지망자들, 복지국가를 자식 세대에 물려주겠다는 능동적인 시민들이 '복지국가 정치'의 선봉에 서게 될 것이다. 이것만이 신자유주의 양극화 성장 체제가 낳은 민생 불안을 넘어설, 그리고 우리의 시대정신을 구현할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복지국가 정치'의 목적은 가치와 정책 노선 중심의 새로운 정당 건설과 궁극적인 '복지국가 정당 정치 질서'의 구현이다. 기존의 정치가 여전히 '지역과 보스' 중심의 줄서기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하며, 앞으로의 정치는 '가치와 정책 노선' 중심의 합의 정치 질서로 재편되어야 한다. '복지국가 정치'의 기치는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선거 제도가 지금의 소선거구 단순 다수 대표제에서 비례대표제를 대폭 강화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다당제의 합의제 민주주의와 복지국가 건설은 함께 추진되어야 할 우리 시대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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