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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 병원 전단계' 사무장 병원, 어떻게 돈을 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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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영리 병원 전단계' 사무장 병원, 어떻게 돈을 버나? [토론회] 의료계 "미국서도 영리 자회사 문제돼"
"기업형 사무장 치과가 영리 병원의 전초 단계입니다. 치과계는 이미 '사무장 치과'와 전쟁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영리 병원의 폐해를 느끼고 있습니다. 이미 저들은 자회사를 다 설립해놨습니다. (자회사가) 기본적으로 컨설팅한다고 돈을 빼갑니다. (의사들을 상대로) 부동산 임대업을 합니다. 인력을 송출해서 직원 찾아준다고 돈을 빼갑니다. 의료 장비 빌려준다고 돈을 다 빼갑니다. 의사 월급 빼고 다 빼갑니다."

정부가 병원 간 인수합병, 의료법인 영리 자회사 허용, 영리 법인 약국 도입을 골자로 하는 '투자 활성화 대책'을 강행할 뜻을 밝힌 데 대해, 김세영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이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의료 영리화 정책 진단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민주당 김용익·김현미·이언주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민주당 '공공부문 민영화 저지 특별위원회 의료 영리화 저지 TF'가 주관한 이 토론회에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해 '투자 활성화 대책'을 비판했다. 보건의료계단체 4군데가 한목소리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영리 자회사 허용, 불법 사무장 병원 합법화"

의료계는 이미 '사무장 병원'을 통해 영리 자회사의 폐해를 충분히 겪었다고 비판했다. 현행법은 병원의 영리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기 위해 의료인과 비영리법인만이 병원을 세울 수 있도록 규제한다. 그런데 자본이 있는 비의료인이 의사의 명의만 빌려서 사실상 '영리 활동'을 하는 '사무장 병원'을 세운다는 것이다.

불법 '사무장 병원'은 싸구려 치료 재료 사용, 과잉 진료 등으로 비용을 환자와 의사에게 전가해 사회 문제가 된 바 있다. 의료계는 정부가 '영리 자회사'를 허용하면 '사무장 병원'이 합법화된다고 우려한다. 영리 자회사가 우세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사실상 모회사인 병원을 지배하면, 자회사가 병원에 떠넘긴 건물 임대료, 컨설팅 비용, 의료 장비 임대료는 고스란히 환자 주머니에서 충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철신 대한치과의사협회 정책이사는 "치과의사협회에서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기업형 사무장 병원의 문제를 얘기했다"며 "사무장 병원 소유주들이 부대사업을 통해 수익을 빼돌리기 위해 과잉 진료를 조장하고, 과다 처방하는 문제를 시정해달라고 요구해왔다"고 설명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가 조사한 '기업형 사무장 병원 실태'에 따르면, 사무장 병원이 의료 수익을 빼돌리는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김 정책이사는 "2만 원짜리 수술복에 35만 원을 청구하게 하고, 미백제로 공업용 락스를 사서 대표가 도망가고, 임플란트 재료를 소독도 안 하고 사용하다가 도망간 게 단 6개월간 보고된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형 사무장 병원은 소유주가 의사 명의를 도용해 만든 자회사이거나 부대사업회사"라며 "정부가 지금까지 불법으로 하던 걸 아예 영리 자회사를 차려서 마음껏 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서도 '자회사 부대사업' 문제돼"

미국에서도 '기업형 치과 체인'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김 정책이사는 "미국도 한국이 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회사 형태, 부대사업 형태로 각종 수익을 창출한다"며 "치과에 투자하는 주요 투자자들은 사모펀드이고, 그 가운데는 밀수회사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이 인수합병할 때는 자회사끼리 통합하는데, 병원은 100달러에 내놓고 자회사에는 부대사업권을 양도하면서 수백만 달러에 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된 미국 의료제도에서도 이 부분을 규제하려고 나서고 있는데, 그것도 보수 정당인 공화당에서 한다"고 꼬집었다.

김철신 정책이사는 "기업형 체인이 가장 눈독 들이는 게 정부의 공적 지출"이라며 "미국 최고의 영리 병원 체인이 과잉 진료로 적발돼 벌금 1조7000억 원을 받은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세영 대한치과협회 회장은 "지금도 수많은 사무장 병원, 사무장 치과, 사무장 약국에 소위 말하는 '바지 원장'이 많다"며 "사무장 병원의 소유자를 알려면 돈의 흐름을 파악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지금도 못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수사권도 없고 의지도 없어서 지금도 사무장 병원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는데, (영리 자회사 허용은) 재벌들에게 적당히 도둑질해놓고 걸리지만 말라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연합뉴스

"1층은 건강식품매장, 2층은 같은 브랜드 한의원?"

김지호 대한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영리 자회사가 합법화되면, 건강기능식품회사가 법인을 차려서 건강식품을 팔기 위해 한의사를 고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기획이사는 "실제로 몇 년 전 건강식품회사가 한약재로 만든 건강기능식품을 론칭하고, 1층에 기능식품 매장을 차리고 2층에 같은 이름의 한의원을 개설했다"며 "1층 매장을 둘러보고 2층에 올라간 환자들이 그 한의사에게 듣는 말이 뭐겠나"라고 반문했다.

김지호 기획이사는 "건강기능식품인 홍삼의 경우, 16주 이상 장기 복용하면 혈압 상승, 불면, 부인과 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한의협 회원 400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64%가 건강기능식품을 오남용해서 부작용을 겪은 환자를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는 "(건강식품 체인점) 한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소신 있게 자기 브랜드 건강식품을 먹지 말라고 말할 수 있는 확률은 높지 않을 것"이라며 "이게 몇 년 뒤 우리가 겪을 현실 중에 극히 일부다. 환자에게 제공하는 공공재인 의료 서비스를 가지고 돈벌이로 이용하는 부분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병원 옆 PC방에서 원격 진료 받고, 바로 옆 약국 간다?"

SK텔레콤과 KT가 각각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과 추진하는 '원격 의료'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김지호 기획이사는 "원격 의료를 구축하는 데 기계값만 2조 원이 들고, 벽·오지 화상 진료 시스템, 광케이블도 설치해야 한다"며 "어떤 효과가 있을지 모르는 사업에 수십조 원을 투자한다는 것인데, 그 돈의 10분의 1만 공공 병원을 확충하는 데 쓰면 정부가 바라는 의료의 거리적·질적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송형곤 대한의사협회 상근 부회장은 "복지부는 벽·오지, 노인들을 위해 원격 의료를 한다고 하지만, 거동 불편한 노인들의 스마트폰 보급률, 컴퓨터·인터넷 이용률, 인터넷 이용 가능 여부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송 부회장은 "정부는 원격 의료에 대해 집에서도 의사를 만나는 편리한 제도라고 신문에 광고했는데, 진료를 받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약국에 가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그런데 대개 약국과 병원은 붙어 있다"며 "원격 진료받으려면 약국 근처 PC방에서 하고 (병원 옆) 약국에 가면 되나? 약국 근처에서 스마트폰으로 하면 되나"라고 비꼬았다.

"법인 약국 하나가 수십개 중소 약국 망친다"

조찬휘 대한약사회 회장은 "1980년대 중반에 100평 규모 약국 하나가 10평 규모 약국 50곳 이상을 잠식했다"며 "상업화된 법인 약국은 황소개구리가 토종 개구리를 멸종시키는 생태계 비극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 회장은 "전국에 약사와 약국 종업원을 합치면 6만여 명인데, 법인 약국이 도입되면 이 가운데 3만6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지난해 채용한 인력이 1만 명에 불과한데, 상업화된 법인 약국은 동네 약국만큼 일자리를 늘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동네 약국과 동네 의원이 없어지면 국민의 의료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적어도 사람 목숨을 다루는 일에서 상업성을 꼭 막아야 하는데, (정부의 투자 활성화 대책은) 창조 경제가 아니라 '망조 경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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