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연맹(AL)은 12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외무장관 회의를 갖고 유엔(UN)과 공동으로 시리아에 평화유지군 및 사절단을 보내는 방안을 요청했다. AL은 또 시리아 반정부 세력을 적극 지원할 것을 결의했다.
특히 걸프협력위원회(GCC) 소속 6개국 외무장관들은 시리아 반정부 세력의 연합체인 시리아국가위원회(SNC)를 시리아를 대표하는 기구로 승인할 것과 시리아에 주재하는 각국 대사들을 철수시킬 것, 시리아 대사를 추방할 것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GCC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 등으로 구성된 기구다.
물론 시리아는 이같은 방안을 즉각 거부했다. 유수프 아흐메드 이집트 주재 시리아 대사는 "AL의 결의안에는 이들 국가들의 '히스테리'가 나타나 있다"고 비난했다. AL의 제안은 이번주 중 유엔 총회에서 토의될 예정이며 시리아 정권에 비판적 태도를 보여온 나바네팀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총회에서 발언할 예정이다.
사태 해결을 위해 반정부 세력에 무장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현재로서는 무기 지원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지만, 조 리버만 미 상원 국토안보위원장은 12일 <CNN> 인터뷰에서 미국이 시리아 반군에 의료 및 통신지원과 나아가 무기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무기 지원은 유혈사태를 더 악화시리라는 것이다. 영국 <인디펜던트>지의 중동 특파원 패트릭 콕번은 이날 칼럼에서 무기 지원은 더 많은 희생을 낳을 뿐이라면서 현재 시리아 사태는 압제에 저항하는 용감한 시민들의 투쟁이라는 면 외에 종파주의적인 성격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콕번에 따르면 시리아 사태는 독재에 맞선 시민혁명의 성격 외에도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 중동 지역 내부에서 벌어진 이란 대 반(反)이란 세력 간의 싸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콕번은 실제로 사태가 점점 종파주의적 양상을 띠고 있는데도 언론은 눈을 감고 있다고 비판했다.
홈스를 겨눈 시리아 정부군의 탱크 포화가 수니파 거주 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지난 11일에는 이웃나라인 레바논으로 불이 옮겨붙기도 했다. 시리아 정권을 지지하는 알라위파와 반대하는 수니파가 레바논 국내에서 자동화기와 로켓추진수류탄(RPG)까지 동원한 충돌을 빚어 3명이 죽고 23명이 다친 것이다.
콕번은 이처럼 복잡한 양상 속에서 알아사드 정권은 2014년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리아에서의 민주주의란 결국 종파 간 권력 배분이 어떻게 이뤄지느냐 하는 문제로 귀착될 수밖에 없으리라고 예견했다. 다음은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 <편집자>
▲12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아랍연맹(AL) 외무장관 회의에서 참가국들은 시리아 반정부 세력을 적극 지지할 것을 밝히고 유엔과 공동으로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앞쪽 시리아 국기가 놓인 시리아 외무장관의 자리는 비어 있다. ⓒ로이터=뉴시스 |
아무도 인정하려 하지 않지만, 시리아는 내전으로 간다
시리아 정부군 탱크는 홈스를 돌아다니며 수니파 거주 지역을 포격하고 있다. 시리아는 종파 간 내전의 첫 단계로 진입했다. 이 충돌은 2006~07년 이라크 상황이나 1975~90년 레바논 내전과 같은 유혈사태로 발전할 수도 있다.
현재 시리아의 상황을 가장 잘 묘사할 수 있는 것은 '레바논화(化)'와 '무장화' 두 단어다. 둘 모두 시리아 국민들에게는 불길한 징조다.
홈스에서는 수니파와 알라위파(시아파의 하위분파. 알아사드 정권의 기반)가 서로 상대 종파에 대한 죽음의 습격작전을 벌이고 있다. 수니파들은 자신들이 정부군의 포격에 대량 학살됐다고 하고 있고, 알라위파는 수니파가 더 심한 포화를 맞아야 한다고 하고 있다. 시리아는 과거에도 단일한 국가였던 적이 없지만 최근에는 하루가 다르게 분열되고 있다.
반정부 세력은 알아사드 대통령을 끌어내릴 유일한 길은 저항세력이 무장하는 것밖에 없다고 결론내렸다. 그러나 실제로 무장은 더 많은 종파주의적 유혈사태만을 불러올 것이다. [무장을 갖춘다 해도] 훈련받지 않은 민병대와 시리아군 탈영병들로는 정부군 탱크를 막을 수 없다.
대부분의 봉기 지도자들은 이를 알고 있다. 그들의 실제 의도는 국제사회의 무력 개입에 정치적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나토가 보호하는 안전한 피난처를 봉기 세력과 시리아 북서부 난민들에게 제공할 수는 있을 것이지만, 사실상의 선전포고다.
시리아군 내에 심각한 분열이 일어나지 않는 한, 반정부 세력에게 최선의 방안은 외세를 이런 모험에 뛰어들게 하는 것이다. 그들은 리비아 사태의 재현을 바라고 있다. 트리폴리를 점령했던 어중이떠중이 리비아 반군은 나토(NATO)의 항공작전 지원이 없었다면 며칠 만에 패퇴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리아는 리비아가 아니다. 강력한 시리아 군대는 아직 붕괴되지 않았다. 더 중요한 것은 시리아 정권이 카다피만큼 국제적으로 고립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국제사회 지도자들 역시 이를 알고 있다. 각국 외교 및 정보 담당 부서는 자국 지도자들에게 리비아와 시리아가 얼마나 다른지 알려줬을 것이다. 그럼에도 리비아의 경험은 외국 지도자들을 잘못 이끌어 알아사드를 너무 일찍 버리게 했다.
몇 달 전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시리아 정권이 몇 주 내로 무너질 거라고 했다. 요르단 국왕도 자기가 아사드라면 물러날 것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이 발언을 후회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또 지난해 말 미 국무부는 알아사드의 현 상황에 대해 '데드 맨 워킹'[사형수의 마지막 발걸음]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을 일어나지 않았다. 어떤 현실적 계산에 입각한다 해도, 알아사드는 2014년까지는 잘 버틸 것이다. 알아사드가 고립됐다는 그럴싸한 분석들은 과대포장된 것이다.
알아사드가 물러나고 부통령에게 권력을 위임해야 한다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대해 지난 4일 표결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리비아 벵가지의 민간인들을 보호하자는 안보리 결의안이 카다피를 몰아내기 위한 나토의 전쟁 허가증 역할을 한 것을 보고 '속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시리아 사태를 더욱 난망하게 하는 것은 3가지의 위기가 하나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첫째, 시리아 사태는 잔혹하고 부패한 경찰국가에 대항해 지난해 3월 시작된 대중 봉기다. 남부 데라에서 청소년들이 반정부 슬로건을 건물 벽에 그렸다는 이유로 당국이 고문을 자행한 사건이 봉기의 시발점이었다.
시리아 정부는 엄청난 판단 실수를 했다. 정부가 가혹하게 탄압하면 잠재적 시위자들이 겁을 먹고 침묵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시위대를 더욱 자극하는 효과만을 낳은 것이다. 독재정권에 대한 증오와 학살에 대한 분노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시리아 민중들로 하여금 거리로 나가 시위를 벌이도록 하고 있다.
이들 민중의 용기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들이 참여하고 있는 싸움에는 두 가지 차원의 의미가 더 결합돼 있다. 즉 시리아 사태는 그간 긴장이 고조돼 온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 갈등의 일부이며, 또한 33년 동안 계속된 이란과 그 적들 간 분쟁의 일부이기도 하다.
세계 언론은 시리아 반정부 세력 내의 종파주의에 대해서는 사소한 일로 치부하고 있지만 시리아는 권력 자체가 종파에 기반해 배분돼 있는 나라다. 과거 이라크, 레바논, 아일랜드에서 그랬듯 말이다. 반정부 세력이 종파주의 반대를 내세우고는 있지만 사실상 시리아에서의 민주주의란 알라위파가 권력을 잃고 수니파가 권력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수니파가 2400만 시리아 인구의 3/4에 달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들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불행히도 알아사드 정부의 가장 확고한 반대파들은 종교 공동체 간의 공평한 권력분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변화가 일어나길 바라고 있다. 수니파가 압도적 다수인 봉기 중심지에서 알라위파, 수니파, 기독교도들은 제거돼야 할 이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모든 언론 매체들은 '민중의 영웅적 투쟁과 이를 탄압하는 사악한 정부'라는 시각에 기울어 있고, 다른 세력들이 개입돼 있다는 증거들은 무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10일 알레포의 보안당국 건물에 두 차례의 자살폭탄 공격이 가해져 28명이 숨지고 235명이 다쳤다. 이 사건에 대한 명백한 설명은, 주로 알카에다 메소포타미아 지부를 통해 활동하며 이라크 시아파 정권의 보안군을 공격해 온 수니파 자살폭탄 공격 조직이 시리아에서도 같은 일을 벌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온건한 이미지가 흐려질까 저어한 시리아 반정부 세력은 이 사건이 자신들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벌인 시리아 보안군의 교활한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BBC>와 <알자지라> 방송, 그리고 대부분의 신문들은 반정부 세력이 관련성을 부인했다고 무비판적으로 받아쓰거나 폭탄 공격의 배후에 있는 것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리비아에서도 그랬듯 반군은 언제나 언론에서 긍정적으로 그려진다. 분쟁이 점점 더 종파주의적 속성을 띠고 있다는 사실은 무시된다. 시리아는 자국 내 공동체들을 분열시키는 분쟁 속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