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朴대통령 시정연설에 "신(新) 독재, 무책임"

민주당 등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 연설 내용에 대해 실망감을 표시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연설 직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규탄대회를 열기도 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18일 오전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후 열린 '민주 파괴, 민생 파탄, 약속 파기 규탄대회'에서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국회, 야당과 국민이 시정을 요구한 것은 하나도 시정되지 않은 참으로 유감스런 내용"이라며 "한 마디로 불통을 선택한 것"이라고 혹평했다.

전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공안통치, 공작정치에 의존하는 정치는 신(新)독재의 길"이라며 "신 독재의 길은 결코 국민도 야당도 좌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역사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 원내대표는 앞서 민주당이 박 대통령의 시정 연설에 포함돼야 한다고 요구한 △대선개입 특검, △국정원 개혁특위, △복지 등 공약의 즉각 이행 문제를 언급하며 "모든 당력을 모으고, 민심과 함께 우리의 3대 요구를 반드시 국회에서 관철해 내겠다"고 천명했다.

전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에 대해 "국회가 꽉 막혀 있고, 국민과 정치권, 국민과 청와대가 불통하고 있는 최대의 문제는 대통령의 불통"이라며 "불통의 원인 제공자는 대통령이다. 왜 아직도 대통령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냐"고 정면 비판했다.

그는 "꽉 막힌 정국을 국민과 야당이 풀자는데 대통령은 왜 외면만 하고 있나"라며 "형식적인 국회 존중의 발언이 과연 진정성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야당 무시, 민심 무시. 이대로 간다면 국민들이 더 이상 용납·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설훈, 장하나, 김성주 의원도 발언을 통해 박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비판했다. "국회까지 와서 거짓말을 하고 갔다"(장하나 의원)는 등 원색적 비난도 나왔다.

정의당도 이정미 대변인 논평을 통해 "요란한 빈 수레, 알맹이 없는 동어반복"이라며 "국민이 바라는 민생과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마저 저버린 오늘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강력한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연설 내용에 빗대 "대선을 치른 지 1년이 되어 가는데도 대립과 갈등이 계속되는 것은 대통령이 자기 소임을 방기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소통과 책임이라는 것은 애초에 기대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불행한 정치의 정점이 바로 청와대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고 했다.

새누리당 "대통령 연설, 야당에 충분한 답 됐을 것"…연설 중간 30여 차례 박수

앞서 이날 본회의장에서 박 대통령의 연설이 점점 진행될수록 야당 의원들 의석 쪽 분위기는 어두워져 갔다. 민주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입장할 때는 자리에서 일어나 예우를 했으나, 연설을 마치고 퇴장할 때는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본회의장 제일 앞줄에 앉았던 민주당 김윤덕 의원은 박 대통령이 퇴장하며 악수를 청했지만 자료에 눈을 고정시키고 있다가 뒤늦게 앉은 채로 박 대통령의 손을 잡았다.

특히 연설 후반부 정치 분야와 관련된 내용을 박 대통령이 언급하자, 한 의원은 천장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몇몇 의원들은 연설 중간에 본회의장을 나가 끝날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30분 남짓한 박 대통령의 연설 중간에 30여 차례나 박수를 보내며 적극 호응했다. 이들의 박수 때문에 박 대통령의 연설이 한 차례 끊기기도 했고, 야당 의원들이 앉아 있던 쪽에서는 가벼운 웅성거림이 일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유일호 대변인 공식 논평을 통해 "오늘 박 대통령의 연설이 그동안 야당이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주장에 대한 충분한 답이 되었을 것"이라며 "이제 국회가 화답할 차례다. 정쟁을 접고 초당적 협력을 해야 할 때"라고 했다. 유 대변인은 야당을 향해 "국정 발목잡기, 반대를 위한 반대는 이제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정부의 정당해산 심판 청구에 반대하며 단식 중인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농성장은 박 대통령이 회의장에 입장하는 길목이었으나, 경호원들이 이들과 박 대통령 사이를 가로막았고 대통령은 이들을 보지 않고 지나쳤다. 통합진보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들어가서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피켓 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