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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의 부동산 인식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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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의 부동산 인식이 문제다 [토지+자유 비평]주택가격 연착륙만이 내수도 살리는 길
무릇 좋은 대책의 필수 조건은 제대로 된 시각이다. 부동산도 마찬가지여서 지금의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올바른 정책대안에 도달하는 지름길인 것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대통령은 지금까지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원인 중 하나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서 찾고 있다. 연두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그동안 집이 2채 있어서 1채를 팔고 싶었는데 세금 때문에 팔지 못하던 사람들도 이제 골칫거리를 해결할 수 있게 됐고, 지방에 집 1채 마련할까 하다가도 세금 때문에 엄두를 못 냈던 국민들도 이제는 살 수"있게 되어서 올 해는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가 예상된다고 하였다.

정말 그런가? 불행히도 대통령은 지금의 부동산 시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지금 여윳돈 있는 사람들이 집을 더 사지 않는 까닭이 양도세 중과 때문인가? 또 다주택자가 집을 팔고 싶은데 못 파는 것도 양도세 중과 때문인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2009년부터 작년 연말까지 적용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양도세 중과가 무서워서 못 팔았다는 것은 설명이 안 된다. 그리고 돈 있는 사람들이 매수자로 나서지 않는 이유도 가격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지, 양도세 중과 때문이 아니다. 따라서 지난 연말에 통과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와 취득세 영구인하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대통령의 기대는 결국 허망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까지 포함되는 등 "풀 건 다 풀었다"는 수준이 되었다.. 그러나 부동산 문제에 대한 인식 자체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연합뉴스

내수침체를 걱정하면서 내수침체를 강화하는 정책을 내겠다는 대통령

대통령은 부동산 때문에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다고 걱정했다. 연두기자회견에서 "하우스푸어 문제는 가계부채의 핵심이고 이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이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도 아주 중요하다", "정말 어렵게 빚을 내서 집을 장만했는데 이자를 갚느라고 쓸 수 있는 돈이 없다보니 소비가 안 되고 내수도 살아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하우스푸어 문제를 완화하고 경제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는 것, 이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집값이 너무 비싸서 엄청난 금액의 대출을 끼고 집을 구입하면 원리금 갚느라 소비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것은 소득에 비해 너무 비싼 현재의 집값을 연착륙시켜서 대다수의 국민들이 무리하게 대출받지 않고도 집을 구입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주택시장을 정상화하는 길이고,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첩경이며, 더 나아가 유효한 경제체질 개선책이다.

대한민국의 주택가격은 여전히 비싸다. 국민은행 발표에 따르면 2013년 9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PIR(소득대비 주택가격 수준: 주택시장의 중간값을 중산층 가구의 연간 총소득으로 나눈 값)이 4.8인데, 이는 UN과 World Bank가 권고한 수준인 3.0보다 1.8p 높은 수치이다. 도시를 비교해보면 집값이 얼마나 높은지가 더 확연히 드러난다. 서울의 PIR은 9.4로 런던(7.8), 동경(7.7), 뉴욕(6.2), LA(6.2)보다 작게는 1.6p 크게는 3.2p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KB경영정보리포트> 2013-11호. "주요국의 주택가격 비교와 시사점." p. 7). 즉, 주택가격과 관련한 각종 지표는 우리나라 집값이 소득에 비해서 너무 비싸다는 것과, 인구구조의 변화를 고려할 때 주택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내수를 활성화하는 방법은 주택가격의 하락을 안정적으로 관리하여 방전된 소비여력을 충전시켜 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박 대통령은 내수를 걱정하면서 내수를 더욱 위축시키는 길을 고집하고 있다. 지난 연말(12월 27일)에 발표한 <2014년 경제정책방향>에는 "주택구입자금 지원 강화"을 통한 "주택거래 정상화"라는 항목이 등장하는데, 이는 정부가 앞장서서 더 싼 이자에 집을 살 수 있도록 금융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주택가격 하락은 주춤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까지 그랬듯이 반짝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그러다가 다시 하락하면 대통령이 그렇게도 걱정한 하우스푸어가 더 많이 양산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더구나 지금 우리나라의 가계대출 규모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잘못하다간 국민경제 전체가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가계신용은 1,0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 발표 자료를 종합하면 2013년 9월말 가계신용은 991.7조 원이었는데 같은 해 10월과 11월 발생한 예금취급기관의 대출액은 9조 원이었으니 단순계산만 해도 1000조 원이 넘어선다. 거기에다 신용대출까지 더하면 가계신용 규모는 1000조 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다.

그런데 데이터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박근혜 정부 들어 주택담보대출이 더 증가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2012년 1월에서 11월 사이에 발생한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7조 원이었는데, 박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13년 1월~11월 주택담보대출은 무려 10.1조 원이나 된다. 즉, 같은 기간 보다 2.9조 원이나 더 많은 자금이 주택담보대출에 투입되었다는 것인데, 더욱 황당한 것은 대통령이 이 기조를 그대로 유지·강화하겠다고 하면서 '내수 활성화'를 목표로 잡고 있다고 천명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대통령의 시각이 바꿔야

박 대통령이 말했듯이 현재의 주택시장은 비정상이다. 그런데 지금의 비정상은 정상화되는 과정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주택가격의 거품이 빠지는 과정이다. 따라서 정부는 거품을 떠받치기 위해서 대출 문턱을 낮추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금융 불안과 하우스푸어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소 방안을 마련하면서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전월세문제를 최소화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의 경제체질도 개선할 수 있다.

그런데 우려스럽게도 대통령과 정부는 자꾸 나쁜 대책을 고집하고 있다. 지금의 비정상성을 온존·강화시키는 것을 정상화라고 우기고, 내수가 침체되어 걱정이라고 해 놓고 내수를 더욱 침체시키려는 방향으로 기를 쓰면서 가려고 하고 있으며, 경제체질을 개선시키겠다고 하면서 체질을 더 허약하게 만드는 방법을 고안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재와 같은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아무리 밤늦게까지 보고서를 본다고 해도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없다. 오히려 대통령의 열심은 수많은 국민들, 그중에 특히 서민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할 가능성이 높다.

[토지+자유 비평]은 토지+자유연구소에서 시사적인 이슈에 대해 쓴 글을 <프레시안>에 기고하는 칼럼입니다. 토지+자유연구소는 토지정의 철학의 현실적 적용을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 독립 연구기관으로, 후원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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