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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이회창이라니…한나라, 과거로 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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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정희-이회창이라니…한나라, 과거로 갈 건가" [인터뷰]원희룡 "한나라, 악취 풍기는 줄도 모르고…"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박정희 벤치마킹' 행보와 관련해 "역사는 뒤로 가지 않는다"며 "과거의 경제개발 모델로 회귀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원 의원은 21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민초의 모든 풀잎이 미래를 향해 서 있는데 그것을 과거로 돌리려고 하면 나중에 격랑에 휩싸일 수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원 의원은 '양강'을 형성하고 있는 이명박-박근혜의 분열 가능성과 관련해 "경선에 등록하면 독자적인 출마가 불가능해 틀 밖으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는 것 아니냐"고 가능성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이회창 행보, 단순하게 보면 안 돼"
▲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 ⓒ프레시안

이회창 전 총재의 행보에 대해서도 원 의원은 "이 전 총재가 가진 억울함이나 사명감, 심상치 않은 주변의 움직임을 볼 때 이 전 총재의 행보를 단순히 영향력 확대만을 노리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나이브한 시각"이라고 말했다.

원 의원은 특히 "이 전 총재가 한나라당으로의 복귀보다는 신보수 내지는 신우파연합을 만들어 한나라당 울타리 밖에서 '한나라당 주자들이 보수의 가치를 비타협적으로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는 명분을 내걸 수도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이 전 총재가 독자적인 보수 정치단체를 구축해 대선행보에 뛰어들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원 의원은 "(2002년 대선 때 이 전 총재의 패배는) 귀족주의적인 울타리에 갇혀 있고 대세론에 안주하는 모습 등 시대정신의 패배였다"면서 "한나라당이 이회창 시절의 모습과 겹쳐질 수 있기 때문에 그의 행보는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한나라당과 공동행보를 보이고 있는 뉴라이트 일각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떨어진 사람들, 친일파적인 식민지 근대화 사관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한나라당보다 훨씬 더 극우적 사관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뉴라이트 깃발을 들고 있는 것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고 쏘아붙였다.

원 의원은 한편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선 "만약 천재지변이 일어난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자신에 대한 조직적 지지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소장파에 대한 서운한 감정도 여러 곳에서 읽혔다. 원 의원은 "수요모임이 출마에 대해 조직적인 결의를 못해 준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다 줄선 소장파가 무슨 소장파인가. 지금 분발하지 않으면 한나라당 개혁파, 소장파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권 전반의 줄서기 행태에 대해 "바야흐로 대선의 계절이 왔는데 줄을 잘못 서서 다음에 공천을 못 받을까 잠 못 이루는 심정이야 이해 못 할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정도를 가야 한다. 소장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소장파들이 줄 세우기나 눈치보기를 할 요량이 아니라면 한나라당의 도덕적인 문제, 서민의 마음에 못을 박는 모습, 이회창 전 총재의 복귀 문제 등에 대해 침묵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국회 의원회관에 위치한 원 의원의 사무실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 일문일답.

"박정희 모델로 회귀하면 나중에 격랑에 휩싸여"

프레시안 :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가 아니라 원희룡이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가 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원희룡 : 모두 훌륭한 분들이기는 하지만 거기에 한나라당의 정책비전이 다 담길 수는 없다. 국민의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더 넓어야 한다. 나는 그 동안 나름대로 새로운 정치, 서민·젊은이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정치를 추구해 왔고, 강력하게 실천했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한국의 정치는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성장 일변도의 정책으로 가서도 안 된다. 경제성장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서민·젊은이들의 삶에 실질적인 혜택이 가는 변화, 개혁이 필요하다. 나름대로 고민해 왔던 정책과 비전이 있기 때문에 당 내의 경선이라는 무대에서 그것을 당당하게 제시하고, 또 국민에게 평가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서민·젊은이를 위한 정치를 기존의 후보들은 할 수 없다는 뜻인가?

원희룡 :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서로 간의 정책경쟁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서민을 위한 정책의 경쟁을 통해 발전이 있으면 좋은 것 아닌가. 다른 주자들은 주로 경제성장 위주의 정책을 발표했지만, 아직 경선의 초기 단계다. 서민경제의 대책 등 쟁점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이해한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이명박 전 시장, 박근혜 전 대표의 높은 지지율은 무엇 때문이라고 보는가?

원희룡 : 두 사람 모두 대중들 시야에서 알기 쉽게 전달되는 실체가 있지 않나? 이명박 전 시장은 경제인으로서의 성공신화가 있다. 청계천 개발 등 가시적 성과도 있어서 탄탄한 지지율을 보여 준다. 시장 재임기간 보여 준 위기관리 능력 등으로 인해 '경제를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국민의 기대를 받고 있는 것 아닌가.

박근혜 전 대표 경우는 역대 최고의 대통령이라 평가받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다. 국민들은 박 전 대표가 교육도 잘 받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는 것 같다. 박정희라는 큰 지도자와 연결되는 이미지가 강점이다. 안정감도 있고, 결혼도 안했다. 애국심 등이 강조되는 등 대중 정치인으로서 성공적으로 인상이 심어진 경우다.

게다가 노무현 정권이 워낙 경제운용 성적표나 국민을 대하는 태도, 또 집권세력을 꾸려나가는 운영방식의 배타성 등으로 "나라를 왜 저 모양 저 꼴로 이끄느냐"는 부정적 평가가 강하다보니 그에 대한 반사이익 측면이 있다고 본다. 아직 여권의 주자, 비(非)한나라당 주자가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않은 상황도 함께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이명박 전 시장이나 박근혜 전 대표 모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전취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인다. 소위 '박정희 신드롬'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원희룡 : 아무리 위대한 거인이어도 역사는 뒤로 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가서도 안 된다. 두 분 모두 훌륭한 분이다. 이명박 시장도 과감히 변화에 도전하는 이런 진취적인 이미지가 있지 않나? 그런 것을 살리고 그 속에 숨어 있는 화살표를 힘으로 바꿔줄 수 있어야 한다. 거꾸로 그것을 숨기고 과거의 경제개발 모델로 회귀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민초의 모든 풀잎이 미래를 향해 서 있는데 그것을 과거로 돌리려고 하면 민심, 풀이 누워 있는 방향을 거스르는 것일 수 있다. 나중에 격랑에 휩싸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프레시안 : 내년 경선에서 박근혜-이명박 두 주자의 단일화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고 보나?

원희룡 :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는 것 아닌가. 경선에 일단 등록하면 독자적인 출마가 불가능한 제도 등의 조건 때문에 틀 밖으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최근 서청원 전 대표가 경선 1위는 대선후보, 2위는 총리후보로 합의할 것을 종용했다. 어떻게 보는가?

원희룡 : 그런 합의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내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나 같으면 2등 하면 백의종군 하겠다.

프레시안 : 이명박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이나 박근혜 전 대표의 열차 페리 공약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원희룡 : 다른 주자들의 국토개발공약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 중이다. 두 사람의 공약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

프레시안 : 일각에서는 한탕주의식, 포퓰리즘적인 공약이라는 평가도 있는데.

원희룡 : 앞으로 면밀히 검토해보겠다. 어떻게 해야 대한민국이 세계로 나아갈 물류혁명, 후대에게 물려 줄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인지 좀 더 고민해서 나름의 정책을 제출하겠다.

"이회창, 영향력 확대만 노린 것일까?"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이회창 전 총재가 대권도전도 할 것이라고 보는가?

원희룡 : 민감한 부분이다. 그래도 빙빙 돌려 말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이회창 전 총재 자신이 많이 억울해 한다고 생각한다. 김대업 문제 등 실제 억울한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런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측면이 일단 있는 것 같다. 노 대통령의 실정, 참담한 국정운영 성적표, 준비 안 된 엉터리 같은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나름의 책임감과 사명을 느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억울함, 노무현 대통령의 공과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결국 남의 탓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엄청나게 많은 지지자가 있었지만 끝내 패배했다. 결국은 시대정신의 패배였다. 귀족주의적인 울타리에 갇혀 있고 대세론에 안주하는 모습, 시대변화와 동떨어지고 대다수 서민의 삶과 동떨어진 귀족주의가 문제의 핵심이 아니었을까. 그런 것들이 지금 모두 극복이 됐는가. 그런 상황에서 이 전 총재의 행보가 과연 국민들에게 어떻게 다가오겠는가. 지금 움직임을 봐서는 실제로 간단치 않다고 생각한다. 주변의 움직임이나 전언을 보면 한나라당으로의 즉각적인 복귀보다는 신보수 내지는 신우파연합이랄까…, 당에는 이미 다른 주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으니 들어오기가 만만치 않다.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한나라당 울타리 밖에서 "한나라당 주자들이 보수의 가치를 비타협적으로 지켜내고 있지 못하다"는 명분을 내걸 수도 있다고 본다.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이회창 전 총재가 가진 억울함이나 사명감, 또 심상치 않은 주변의 움직임을 볼 때 이 전 총재의 행보를 단순히 영향력 확대만을 노리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나이브한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그런 행보가 한나라당에 도움이 될까?

원희룡 : 도움이 될 리가 있겠나. 한나라당이 그동안 그렇게 벗어나려 발버둥 쳤던 과거의 관행들과 체질들, 부정적 모습들에 대해 벗어나나 했더니 '도로 민정당' 됐다고 비판받는 상황이다. 그런데 완전히 뒤로 되돌리는 것 아닌가. 한나라당이 이회창 시절의 모습과 겹쳐서 전달되게 하는 효과가 날 수 있다. 요즘 자다가도 고민하는 대목이다.

프레시안 : 이회창 전 총재의 낙마를 '시대정신의 패배'로 규정했다. 그렇다면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보나?

원희룡 : 변화와 개혁이라고 생각한다. 변화와 개혁은 한국경제가 제대로 일하고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생활과 동떨어진 자기들끼리의 이념싸움, 정치싸움이 아니라 삶의 실질적 혜택으로 연결되는 변화와 개혁이어야 한다. 이렇게 맞물려 있는 변화를 국민은 원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렇게 읽고 있다.

프레시안 : 지금의 한나라당이 그러한 시대정신을 담지할 수 있을까? 한나라당 내부적으로 무엇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나?

원희룡 : 우선 요즘 계속 터져 나온 사건이 있지 않나. 색깔론 발언, 지역감정과 지역편견에 대한 발언, 성과 관련된 마초주의, 이를 단순히 개인의 문제나 혹은 우리 사회 전반의 문화 풍토로 돌리면서 관대하게 지나치는 불감증…. 시대정신과 도덕에 대한 불감증이 가장 먼저 뿌리 뽑혀야 한다. 자기가 아픈 줄을 알면 그래도 병원이라도 가지 않겠나. 자각증세 없이 건강한 줄 아는 것, 악취를 풍기는 것도 모르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부분에서 앞으로 후보와 당에 대한 검증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 땅의 70~80%는 서민이다. 서민의 삶을 걱정하고 책임지는 집단, 그 삶을 첫째로 놓고 고민하는 집단이 아니면 집권할 수도 없고, 또 해서도 안 된다.

국민들에게는 "한나라당이 그래도 경제는 잘하지 않겠나"하는 기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가진 자의 이익을 먼저 확보해 놓고 뭔가를 하려고 하는 비서민적 분위기, 서민을 위한 뜨거움과 진실정이 없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가장 큰 약점이다. 매일 여유 있는 계층 속에서만 24시간을 보내는 그런 마인드로 어떻게 저잣거리의 아픔을 알겠는가.

프레시안 : 손학규 전 지사와의 단일화설이 계속 나온다. 단일화도 가능한 것인가?

원희룡 : 만약 천재지변이 일어난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손학규 전 지사의 지지율은 민생대장정을 거치면서 5%대로 올라가다가 핵실험 이후 내려갔다. 중도개혁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분들이 손 전 지사에게 몰려 있다기보다는 개인적인 지지의 성향이 많다고 본다. 손 전 지사를 좋아하는 그 분들의 지지를 빼앗기 보다는 중도개혁 세력의 지지를 어떻게 분출시킬 것인가가 나의 문제다. 활발한 정책과 행보를 보이면서 중도개혁이 주축이 되어서 나라를 운영하겠다는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격루트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할까. 손 전 지사 혼자 뛰니까 대중에게는 전달도 잘 안되고 긴장감을 살릴 수 있는 경쟁구도가 안 나오는 것 같다.

"한나라당 보다 더 보수적인 사람을 뉴라이트라고 할 수 있나"
▲ ⓒ프레시안

프레시안 : 한나라당과 뉴라이트가 결국 한 배를 탔다. 처음에는 '올드 라이트'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는데 여러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뉴라이트가 당에 활력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는가?

원희룡 : 하기 나름이라고 본다. 한나라당의 전반적인 의견보다 더 우파 쪽으로 강경한 분들, 심지어 식민지 사관에 기댄 분들을 어떻게 뉴라이트라고 볼 수 있겠나. 정치권에서 못하는 이야기를 하니까 뉴라이트라고 하는 것인가? 노무현 정권의 국정운영이 엉망이기 때문에 보수가 뉴라이트의 이름으로 결집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

한나라당이 일관된 노선과 정책노선을 활발하게 꺼내놓고 토론하지 못하다 보니 공론화 기능이 뉴라이트로 가 있는 측면도 있다. 보수가 결집한다는 측면에서 의미는 있겠지만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떨어진 사람들, 친일파적인 식민지 근대화 사관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한나라당보다 훨씬 더 극우적 사관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뉴라이트 깃발을 들고 있는 것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뉴라이트는 나름대로 노무현 정권의 실정, 한나라당의 이념적 무기력증이라는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사명감에서 나온 것이지만 지금 보여주는 모습에는 넘어서야 하는 많은 과제가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소장파는 17대 국회 초기에는 나름대로 참신성을 인정받았지만 요즘은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소장파의 존재가치는 뭔가?

원희룡 : 우선 수요모임이 나의 출마에 대해 조직적 뒷받침을 결의해주지 못한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정치적인 생명이 걸려 있는 결정 아니겠는가. 명분과 역할론에 공감한다고 해서 곧바로 개인이 함께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소극적이거나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집단의 결의를 강요할 수 없는 일이고, 사실 처음부터 어려운 일이었다. 수요모임의 정치적 행동에 대한 결집도를 밖에서 과하게 평가한 측면도 있다. 서운하지는 않다.

하지만 7월 전당대회 때 외연을 넓히려고 하다가 최고위원 경선에서 소위 개혁파의 자리를 확보하지 못해 입지가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도 큰 선거, 특히 대통령 선거나 당 지도부 선출을 둘러싸고 현실정치와 정치생명이 걸리면서 당내 세력의 분화가 이뤄질 경우 당 내의 순수한 비판집단들은 뿔뿔이 흩어졌던 경험이 있지 않나.

위기감은 앞서 있는 주자들이 세몰이를 하는 경쟁 속에서 개혁파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있다. 소장파들이 줄 세우기나 눈치보기 할 요량이 아니라고 한다면 한나라당의 도덕적인 문제, 서민의 마음에 못을 박는 모습, 이회창 전 총재의 복귀문제 등에 대해 침묵하면 안 된다. 부동산이나 조세문제를 다루는 당 내의 담당자들이 기득권 계층에 가깝다는 의심도 사고 있지 않나.

나를 지지해주지 않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정치인으로서 바야흐로 대선의 계절이 왔는데 줄을 잘못 서서 다음에 공천을 못 받을까 잠 못 이루는 심정이야 이해 못 할 것은 아니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정도를 가야 한다. 소장파도 마찬가지다.

"지금 분발하지 않으면 개혁파, 소장파의 미래는 없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전당대회 이후 특히 북핵국면을 경과하면서 소장파는 독자적인 목소리를 전혀 내지 못했다. 심하게 표현하면 기회주의적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동의하는가?

원희룡 : 소장파들이 여리고 약한 인간들로 구성돼 있지 않나. 하지만 연약한 인간도 얼마든지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것을 위한 개혁파들의 모임과 그 토론, 연약한 사람이 모영서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는 분발이 있어야 한다. 지금 분발하지 않으면 한나라당 개혁파, 소장파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프레시안 : 대선국면에서 소장파가 일정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와해된다고 보는 것인가?

원희룡 : 다 줄선 소장파가 무슨 소장파인가.

프레시안 : 소장파 내에서 줄서기가 실제로 있나?

원희룡 : 아직 그런 것은 아니다. 자발적 지지표명이 꼭 줄서기는 아니지 않는가. 크게 추구하는 대의 속에서 자신이 정치를 하는 이유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지점에서 지지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다만 현실적인 승리 가능성으로 판단한 채 명분은 적절한 선에서 타협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원만한 선택일 수는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그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냉혹할 것이다.

프레시안 : 원 의원도 북핵국면에서 강경한 입장을 취했었는데, 결과적으로 주류적인 목소리와 차별성을 그려내지는 못한 것 아닌가?

원희룡 : 당시 나는 "한국 정부는 향후 국제사회에서 진행될 대북 경제제재 조치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 사업을 비롯한 모든 남북경협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실험 바로 다음 날이라 발언이 조금 강경했던 측면은 있는 것 같다. 결국은 유엔 결의 수준의 대북체제에 참여하자는 이야기였다. 핵실험을 하기 전과 후는 다르다는 것은 분명히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미국 측은 개성에 대해서는 많이 이해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금강산은 바로 현금이 들어가니 의심을 많이 받는다. 적극적으로 검증받자는 것이었다. 내 이야기는 정부가 더 일을 벌이면 안 된다는 것, 개성과 금강산은 현상유지 하자는 것이었다. 당 내의 강경파들이 주장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프레시안 : 어쨌거나 6자회담이 재개되면서 대화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북핵을 두고 한나라당은 강경보수 일변도로 흘렀었다. 한나라당으로서도 태도의 변화 필요하지 않나?
▲ ⓒ프레시안

원희룡 : 당시에도 당 내의 일각에서 나온 전쟁불사론을 비판했었다. 전쟁방지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어디 있겠는가.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지도자는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자위적으로 하는 전쟁과 전쟁불사론은 하늘과 땅 차이다. 한나라당도 전쟁불사론의 정서로 가서는 결국 동북아 국제정세에서 혼자 동떨어진, 이상한 위치가 될 수도 있다.

한국정부도 마찬가지지만 한나라당의 위치는 이래야 한다고 본다. 북한이 핵실험을 해서 핵을 가진 이상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연계되는 국제적인 제재는 대량학살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등을 통해 한 단계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금강산에 대해서는 특정한 조치보다는 유엔 제재위원회와 한국 정부가 협의해야 할 것이다. 중국이 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는데 한국이 고립돼서는 안 된다.

다만 인도적 대북지원은 조건을 달지 말고 해야 한다고 본다. 올 겨울에도 대량 아사 가능성이 이야기되고 있다. 그래야 고맙다는 말도 듣지 않겠나. 반면 북한은 펄펄 뛰겠지만 인권문제는 공개적으로 비판할 필요가 있다. 인도주의와 연결된 조건만 달고 계속 가야한다. 기업 간의 경제협력이나 정부의 지원 등은 상황을 탈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정경 분리의 원칙으로 가야 한다. 북한에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투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최소한 사회주의 시장경제로라도 이끌기 위해 계속 가야 하지만 북한이 핵실험을 한 상황에서 기업의 지원 등을 앞장서서 확대하는 것은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직접 지원 등도 엄격하게 할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그 동안 당 내에서 보수강경의 목소리를 이끌어 '수구꼴통'의 이미지를 만든 것은 올드 라이트였다. 그런데 북핵 국면에서 강경론을 이끈 것은 공성진, 송영선 의원 등 나름대로 신진세력들이었다. 이에 대한 소장파의 대응은 충분했나?

원희룡 : 부족했다. 강경론이 목소리 높일 때 대응했어야 하는데 7월 전당대회 이후 침체된 채로 있었다. 보수의 물결이 쓰나미처럼 밀려와 인간적으로 위축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고진화 의원은 용기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북핵국면…소장파 대응 부족했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중산층 및 저소득층에 대한 근로소득세, 재산세 폐지를 공약으로 제기하면서 실현 가능성의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민노당이 최근 이를 지적했다.

원희룡 : 민노당의 비판은 우선 재원이 지방세로 가기 때문에 현실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물론 첫 해는 제도를 정비해야 할 것이다. 지방재정과 지방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도 생각하고 있다. 그와 맞물려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민노당은 또 재원이 있으면 복지의 확대를 통해 일할 수 없는 최하위층을 지원하라고 했다. 그러나 복지예산을 줄이자는 것은 아니다. 종부세를 늘려 중산층 및 서민의 근로소득세를 면제하는 것은 이들이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서로 상충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추가로 보완되어야 하는 과제라고 본다.

자영업자와의 형평성도 제기되는데 말은 사업소득이지만 본인과 가족들의 생활비를 겨우 버는 수준이다. 사실상 말만 사장이지 근로자들 다음으로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본다. 물론 투명해야 할 것이다.

4000만 명이 중산층으로 갈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로 가기 위해 대단히 시급한 과제다. 이들이 몰락한 다음에 하려면 더욱 힘들 것이다. 우리는 다른 선진국과 달리 간접세를 너무 많이 낸다. 중산층의 유리지갑을 털지 않아도 대한민국은 망하지 않는다. 지지율이 2%도 안 되는 주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실현 가능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 같다.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한나라당의 방향이 작은 정부-감세론은 맞다고 생각한다. 작은 정부는 맞지만 부자들의 세금부터 깎아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래층의 세금을 깎아야 한다. 중산층의 몰락에 대해 먼저 조치를 하자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감세라는 점에서 '작은 정부론'을 비틀어 제시한 것이다. 앞으로 충분한 토론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지지율 반등을 위한 히든카드, 향후 고민하고 있는 다른 공약은 있는가?

원희룡 : 지지율이 깜짝 공약의 제시로 반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공약 이전에 저 사람이 어떤 물건인가가 중요하지 않겠나. 문제는 나의 진정성이다. "저 사람이 진짜 나라를 걱정하고 국민을 위하는 사람인가"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서민과 중산층의 실질적인 문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는 인물이라는 것을 말이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입증해 갈 것인지가 관건이다. 지금은 2% 이하지만 국민의 화면에 들어온 지 4일 만에 2%가까이 보이는 지지율이 작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 경력이나 나이 보다는 앞으로 내놓을 물건이 문제 아닐까.

프레시안 : 긴 시간 동안 말씀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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