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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농업의 변화, 경제개혁으로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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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농업의 변화, 경제개혁으로 이어질까? [한반도 브리핑] 포전담당제, 변화의 선순환 되려면
북한에서 ‘전국 농업부문 분조장 대회’가 열리고 있다. 분조는 북한의 협동농장에서 작업반 아래에 있는 단위다. 협동농장에서 분조는 대체로 20~25명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2013년부터 포전담당제가 부상했다. 농업분야의 중요한 개혁조치다. 포전은 분조 아래에 있는 단위로 2~5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북한은 왜 분조장 대회를 개최한 것일까?

북한 식량 더 이상 부족하지 않다.

북한 농업이 변화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성과다. 북한 식량 수급 상황이 확실히 변했다. 유엔기구인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2013년 11월 28일 발표한 보고서를 근거로 살펴보자. 먼저 공급 측면에서 2013년 주 작물 생산량은 430만 톤, 2014년 봄 작물 생산량은 42만 톤, 경사지와 텃밭 생산량은 30만 톤 정도다. 다시 말해 2013/2014 양곡 연도의 총 생산량은 503만 톤이다. 수요측면은 어떤가? 유엔 기구는 북한의 1인당 연간 소비량을 174kg으로 계산하고 있다. 최소 소요량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북한의 인구를 2479만 명(북한 당국이 밝힌 2012년 12월 기준 2462만 명에서 연평균 성장률 0.5%를 적용)으로 잡으면 대체로 431만 톤 정도이고, 여기에 종자용, 사료용, 그리고 추수 후 자연손실분 등을 감안하면, 총 수요량을 약 537만 톤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면 부족량은 약 34만 톤이다. 북한의 통상적인 상업 수입이 연간 30만 톤 정도로 보면, 실질 부족량은 4만 톤이다.

▲ 지난 3일 북한 전국 농업부문 분조장 대회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평양남새과학연구소를 방문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2000년대 중반까지도 북한의 실질 부족량은 100만 톤 정도였다. 그 당시와 비교해보면, 농업분야의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무엇 때문에 북한은 식량부족 상태에서 벗어났을까? 2013년의 경우, 비료공급은 2011~2012년과 비교해보면 조금 줄었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비료의 자체 생산량이 20만 톤 이상이고, 60만 톤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농자재 관련 산업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그렇다고 농업동력 즉 농기계와 트랙터의 운영수준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다. 중요한 것은 경지면적이 2012년에 비해 2% 축소되었는데, 생산량은 5% 증가한 것이다. 생산성의 증가는 하드웨어의 측면이 아니라, 제도개혁의 효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2013년 초부터 확대되고 있는 ‘포전담당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포전은 분조에 소속되어 있는 것으로 2~5명 정도로 구성된 생산단위다. 분조 단위에서 포전이라는 더욱 작은 단위로 생산책임과 인센티브 단위를 축소한 것이다.

농업개혁의 상징으로 부상한 포전담당제

사실 북한 농업 분야에서 분조관리제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른바 최악의 식량 위기인 ‘고난의 행군’을 지나면서, 분조관리제의 변화를 시도한 바 있다. 1996년부터 ‘새로운 분조관리제’라고 부르는 것이다. 분조의 단위를 축소하고, 계획량을 초과한 생산물에 대한 처분권을 부여한 것이다. 그러나 인센티브의 한계로 효과는 크지 않았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포전담당제다. 포전담당제는 2004년 초에 황해북도와 함경북도 등지에서 시행했지만 지속되지 못했다. 중단된 데에는 다양한 변수들이 작용했다. 시범 포전을 선정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농자재 등에서 보다 유리한 환경을 제공해, 협동농장의 다른 구성원들로부터 비판과 불만이 제기되었다. 초과생산 성과의 보상도 불확실했다. 생산책임의 기준량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수매가격을 어느 수준에서 책정할 것인지, 그리고 국가가 제공하는 각종 농자재 공급 가격을 어떻게 정하고, 토지사용 비용을 어떻게 계산할 것인지 등을 둘러싸고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다시 말해 포전담당제와 같은 생산책임제가 효과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연관분야의 개혁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결국 2004년의 포전담당제는 중단되었다. 10년 전과 무엇이 달라졌을까? 비슷하지만 달라진 점이 있다. 바로 박봉주다. 그때도 지금도 그가 내각총리로 있다. 그러나 10년 전 박봉주 내각이 추진한 포전담당제는 당과 군의 반대로 중단되었다.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개혁도 좌절하고, 결국 그는 2007년 초 실각됐다. 지금은 다르다. 박봉주가 2013년 4월 다시 내각총리로 복귀했고, 포전담당제는 다시 한 번 농업개혁의 핵심조치로 부상했다. 중요한 것은 이 제도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생산책임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력하면 증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2004년만 하더라도 그렇지 못했다. 비료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농기계와 농자재 산업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개인의 노력은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체적으로 농업관련 산업이 호전되면서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수매가격도 시장가격과 같은 수준으로 책정이 되면서, 쌀값 안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쌀 가격이 물가의 기준가격이기 때문에, 쌀값이 안정되면 임금이나 환율도 안정된다. 상대적으로 거시경제관리가 가능한 수준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일부 협동농장에서는 포전을 단위로 작목선택권도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배의 기준이 현물이 아니라, 현금이 되면서 가능해진 방식이다.

인도적 식량 지원은 과거의 담론

포전담당제는 성공할 수 있을까? 포전담당제의 안정적인 시행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 생산과 분배의 단위를 포전 수준으로 축소하면, 거대한 협동농장체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중간관리 계층의 위상과 역할이 줄어들게 된다. 북한이 분조장 대회라는 과거에 없었던 행사를 개최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공적인 담론과 성과로 나타나는 실리 사이의 틈을 메우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현재 추세로 보면, 북한의 농업 생산은 조만간 1980년대 초반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인도적 식량 지원에 의존하는 상태에서 벗어났다. 북한의 식량 수급 구조가 변화하면서 대남 정책의 우선순위도 달라질 것이다. 적십자회담을 하면 비료부터 요구하던 과거의 북한이 아니다. 남북관계가 중단 된 지 7년 차에 접어들면서, 여전히 과거의 기억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남북관계가 재개되면, 이제 인도적 지원이 아니라 본격적인 농업분야의 개발협력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포전담당제는 북한 국내의 경제개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단순히 농업분야에 한정해서 논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농가생산책임제를 중요한 개혁조치로 평가하는 이유는 농업 때문은 아니다. 농가생산책임제가 농가의 처분권을 확대해서 그것이 초기에 증산 효과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시장가격의 형성을 비롯한 다른 분야에 미친 파급효과였다.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일정한 시간이 흘렀을 때, 농업개혁은 농업증산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산업분야로 개혁이 확대되고, 외자 유치가 이루어지고, 개방지역이 확대되면서 농민은 농촌을 탈출해서 도시 지역으로 이동했다. 농촌은 공동화되고, 농지투기가 이루어지고, 경지면적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래서 농업경제학자들은 농업분야의 생산력 확대만 놓고 보면, 소농체제보다 대농체제가 더욱 적합하다는 의견을 낸다. 북한은 전체 국토에서 경작지 비중이 40%에 불과한 지형적 특성을 갖고 있다. 산악지역이 많기 때문에 경작지를 늘리기도 어렵다. 생산 증대의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식량 수급이 가능할 수 있는 대외무역의 확대와 외환의 보유가 중요하다. 또한 환율과 쌀값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시장환율과 공식환율 사이에는 격차가 크다. 북한 원화의 가치가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수매가격의 가격탄력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행정개입(행정가격)으로 시장가격과 연동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초과생산물에 대한 처분가격(시장가격)과 수매가격에 격차가 발생하면, 수매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농민들은 어떤 방법으로든 초과이익을 실현하려 할 것이다. 그러면 균형이 깨진다. 포전담당제가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연관분야의 개혁이 꾸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이 변화할 수 있는 환경 조성해야

포전담당제가 농업개혁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것이 가격제도와 유통, 그리고 금융체제의 변화로 확대되기를 바란다. 개혁의 핵심은 분권이다. 과연 북한 지도부가 권한을 하방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동시에 국제사회는 북한이 개혁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개혁과 개방은 동전의 양면이다. 중국이나 베트남의 사례에서 보면, 개방은 일방의 선택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호관계를 통해서 점차적으로 이루어졌다. 북한이 변화를 시도하는 현재의 시점이 바로 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적절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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