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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상장방안, 새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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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엉터리 상장방안, 새로 만들자" 생보사 상장 논란 가열…계약자들, 법적 대응 불사
18년을 끌어 온 생명보험사 상장 문제가 지난달 5일 증권선물거래소 산하 생보사 상장 자문위원회가 그간의 논의를 정리해 최종 보고서를 제출한 뒤 이에 대한 금융감독위원장의 승인만 남겨 놓고 있어 절차상으로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은 오히려 더욱 거세지고 있다. 그동안 생보사 상장 자문위와 날카롭게 대립해 오던 경실련,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보험 계약자들이 '생보상장계약자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계약자 공대위)를 구성하는 등 조직적인 반발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상장 자문위의 안이 그대로 최종 확정될 경우 장외 집회는 물론, 법적 소송까지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소모적 논쟁은 그만하자"고 말하기도 했던 윤증현 금감위원장이나 올해 하반기에 주식시장 상장을 기대하고 있는 삼성생명 등 거대 생보사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 "보험 계약자 나섰다"… 8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30여 명의 보험계약자들은 경실련,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대표들과 함께 '계약자 공대위'의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에 따르면, 계약자 공대위는 현재 교보생명과 삼성생명의 계약자를 중심으로 구성되고,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교수와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자문위원단으로 이뤄진다. 이들은 앞으로 다른 보험사의 계약자들도 추가로 확보해 단체의 몸집을 더 불린다는 계획이다.
  
  보험소비자연맹의 조연행 국장은 "상장 자문위 안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피해를 입게 되는 보험계약자들이 직접 나서게 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서 "지금껏 이해당사자인 계약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해 왔던 정부와 생보사들에게 태도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무슨 활동 벌이나? … '계약자 공대위'는 일단 금감위가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대규모 규탄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생보사 상장에 따라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보험 계약자를 모으기 위해 '100만 계약자 참여운동'을 전개할 생각이다. 상장 방안을 확정하는 금감위에 물리적인 압력을 가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또 법적 대응도 준비 중이다. 이 단체의 자문을 맡고 있는 문종욱 변호사(법무법인 진평)는 "상장 금지 가처분 신청과 미지급 배당금에 대한 지급 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삼성생명만 상장을 통해 15조 원의 차익을 챙겨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송 규모는 수 조 원 대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 왜 반발하나? …보험계약자들까지 반발에 가세한 것은 지난달 5일 생보사 상장 자문위가 내놓은 최종 상장 방안이 계약자 보다는 업계의 이익을 주로 대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문위의 안은 상장에 앞서 생보사의 자산재평가와 과거 계약자에게 대한 배당의 필요성 모두를 인정하지 않았다. 과거 배당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상장에 따른 추가적인 배당은 필요없다는 것.
  
  계약자공대위의 자문단에 참여키로 한 권영준 교수(경희대)는 이에 대해 "최초 자본금 5000만~1억 원으로 시작했던 생보사들이 여기까지 성장한 것은 과거 계약자들의 돈으로 손실을 메우는 등 사실상 자본금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상장에 따른 차익이 발생하면 계약자에게도 기여한 만큼 배당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이어 "과거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생보사 상장 논의에서 정부 역시 상장 차익의 상당부분을 계약자 몫으로 줘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면서 "지금 나온 상장 자문위의 안은 과거에 있었던 논의 전부를 뒤집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실제 1989년과 1999년, 2003년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생보사 상장 논의 과정에서 정부는 규모면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상장 차익 중 일부를 계약자에게 주는 것이 정당하다는 의견을 보여 왔다.
  
  ■ "상장 자문위 새로 구성해야" … 한편 이번 생보사 상장 방안을 둘러싼 논란은 이미 지난해 2월 증권선물거래소 산하에 상장자문위가 구성될 당시부터 시작됐다. 자문위의 위원 11명 중 9명이 업계 친화적인 성향을 보인 인사들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정성 논란이 거세게 일었던 것.
  
  권영준 교수는 "업계 편향적 인사들로 상장 자문위가 구성되다 보니 자문위의 결론도 업계 편향적으로 나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며 "지금이라도 정부는 상장 자문위를 새로 구성해 생보사 상장 방안을 원점에서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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