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통에 의용군으로···63년 만의 재회
이날 상봉에는 여느 북측 사람들과는 달리 고운 피부를 한 참석자가 있었다. 김민례(87) 씨는 60여 년 전의 일을 정확하게 기억하며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당시의 상황에 대해 조카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가족들에 따르면 김 씨는 6.25 전쟁 당시 이화여대 재학 중에 북측에 의해 의용군으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측에서 김 씨는 4명의 아들을 두고 가정을 꾸려 살고 있었다. 2011년 작고한 김 씨의 남편은 김일성 종합대학을 졸업한 이후 농업대학 교원으로 일했다. 김 씨의 4형제는 모두 대학을 나왔고 이날 상봉에 함께 나온 맏아들 기철중(60) 씨는 현재 연구소에 재직하고 있다. 북한 내 엘리트 계층으로 보인다. 전쟁 통에 북한에 의용군으로 끌려갔다고 전해진 성하웅(82) 씨는 가족들과 만나면서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힘들어했다. 가족들은 미리 준비한 청심환을 주며 성 씨를 진정시키기도 했다. 성 씨는 6.25 전쟁 당시 모내기를 하던 도중 마을회의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성 씨의 4형제 모두 마을회의 참석 때문에 도화국민학교로 갔는데, 이 자리에서 이들은 북측으로 끌려가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 씨의 다른 형제들은 장남이거나 몸이 약해 남측으로 돌아왔지만 하웅 씨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 남측으로 귀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산가족들은 이날 오후 5시 단체상봉을 마무리한 뒤 오후 7시 남측에서 주최하는 환영 만찬에 참석한다. 이후 지난 상봉과 마찬가지로 개별 상봉 등을 거친 뒤 오는 25일 작별 상봉을 끝으로 설계기 이산가족 상봉이 모두 마무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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