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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이겼지만 상처 그대로…시간은 쌍용차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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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재판 이겼지만 상처 그대로…시간은 쌍용차 편" [쌍용차 해고무효 판결 그 후] 한상균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인터뷰
서울고등법원이 2009년 쌍용자동차에서 정리해고된 153명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진행된 정리해고는 근로기준법상 해고 요건을 따르지 않아 '무효'라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유형자산 손상차손을 과다계상한 재무제표로 경영상 위기를 입증하려 했던 쌍용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20일, 77일 옥쇄파업을 이끌었던 한상균(53)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을 만나 드라마틱했던 재판 과정과 승소의 현장 등을 되짚어 봤다. 판결 이후 해고자들에게 남은 과제, 회사와 정치권이 해야 할 후속 조치가 무엇인지도 짚었다. <편집자>

"재판 이겼지만 시간은 쌍용차 편이었다"

'이 사건 정리해고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것으로써 합리성이 인정되는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

75페이지짜리 판결문은 이 한 문장을 향한다. 지난 시간 해고자들이 쉼 없이 해온 주장 그대로다. 인생을 통째로 내던지며 반복해온 그들의 호소를 5년 만에 재판부가 받아들였다.

울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다. 해고자와 해고자 가족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울음바다'를 만들었다. 77일 옥쇄파업 당시 노조를 이끌었던 한상균 전 지부장도 그 자리에 있었다. "눈물이 다 말라버린 줄 알았는데 또 눈물이 쏟아졌다"고 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5년의 세월이 머릿속에서 주르륵 흘러갔다. 고통의 장면이 어디 한둘일까. 그런데 그중에서도 특히 한 장면이 뇌리에 오래 머물렀다. 감옥 안에서 신문을 넘기다 눈앞이 캄캄해졌던 순간이라고 했다. "나는 내 동료들 죽었단 얘기를 다 신문으로 봤거든요."

'해고 무효' 판결이 나고 일주일 뒤, 쌍용차 해고자들은 평택 공장 앞에서 만나 지난 2009년 자신들에게 날라왔던 해고 통지서 사본을 찢어 하늘에 날려 보냈다. 한 전 지부장은 1심 판결에서 패소한 뒤 먼저 세상을 등진 동료 이윤형 씨의 해고 통지서를 대신 찢었다.

"통지서 찢던 그 날에도 마냥 웃지만은 못했어요. 쌍용차 정리해고자들의 고통이 죽음으로 상징화돼 있지만, 죽지 못해 살아가는 고통도 말로 표현이 안 됩니다. 이번 판결이 한 줄기 희망 같은 것은 분명하지만, 시간은 사용자들 편이었어요. 기업들게도 학습 효과가 있었지요. 사법적 결과가 어떠하든, 그것과 무관하게 기나긴 재판을 이용하는 기업들이 많잖아요."

그렇듯, 24명이 숨졌고 100명 이상의 전과자가 나왔다. 셀 수 없이 많은 가정이 파괴됐고 신용 불량자가 차곡차곡 쌓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해고자들에겐 태산같기만 한 47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가압류가 많은 이들의 재산을 야금야금 빼내가고 있다. (☞관련 기사 : 쌍용차 파업 노동자에게 46억 배상 판결, "사법부마저… ")
▲ 해고 무효 판결이 나고 일주일 뒤. 해고자들은 평택공장 앞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지난 2009년 집집이 배달됐던 해고 통지서를 찢어 하늘로 날려보냈다. 한상균 전 지부장은 이날 해고 무효 판결 1심 패소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료의 해고 통지서를 대신 찢었다. ⓒ연합뉴스

"판결 이후, 공장 안 동료들한테 제일 많이 연락 왔어요"
'세상을 떠난 동료들' 다음으로 한 전 지부장이 떠올린 이들은 '공장 안 동료'들이었다. 2646명 명단에 포함되지 않아 한때는 '산자'로 규정됐던 동료들. 10년~20년 함께 기름 밥을 먹고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쇠파이프를 들고 마주쳐야 했던 그 동료들이 떠올랐다고 했다.

"사실 공장 안에 있는 동료들 상처가 더 크고 깊거든요. 해고자들은 '내가 부당한 해고에 맞서 싸웠다'는 정의감이라도 있어요. 밖에서 싸우다 보면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고요. 그런데 안에 있는 동료들은 그 아픔이 지워지지 않았을 거예요."

공장 안 동료들도 이심전심으로 한 전 지부장을 찾았다. "판결 나고 누구한테 제일 많이 연락이 왔을 거 같아요?"라고 그는 묻더니 다름 아닌 "공장 안 동료들로부터 가장 많은 전화나 문자를 받았다"고 했다.

"우리가 겪은 노-노 갈등은 정부와 회사가 만든 폭력적인 프레임이에요. 여기에 갇혀서 살 것인지, 아니면 뛰어넘을 것인지는 우리한테 달렸어요. 우리(해고자)가 복직한 후 또다시 싸우는 일만은 절대 없어야 한다는 마음이 정말 절박해요. 이게 쌍용차지부의 가장 큰 당면 과제라고 봐요 저는. 복직의 시점이나 방식보다도 이게 더 중요하지 않겠나 생각해요."

한 지부장은 그래서 지난해 대한문 앞에 있던 분향소를 평택 공장 앞으로 옮기며 시작한 출근길 김밥 판매도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었다. 김밥 한 줄을 가져가며 만 원짜리 한 장을 놓고 가던 고마운 동료들에게 더는 마음의 부담을 얹어주고 싶진 않아서라고 했다.

"오늘 아침엔 우리도 유인물을 뿌리고 안에 있는 노조도 저기 안에서 유인물을 뿌렸거든요. 그러면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서로 인사도 하고 얘기도 나누고 그래요. 한 친구는 '이제야 김밥이 좀 먹을 만 해졌는데 왜 더 안 하느냐'고 그러더라고요. 아, 참 웃겨가지고."

법원 판결은 이렇듯, 높기만 했던 갈등의 벽을 허무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 양쪽을 극단의 반목 상태로 밀어 넣었던 정리해고가 '부당'했으니, 파이프를 들고 싸울 필요도, 서로에게 미안해 고개를 숙일 필요도 없었음이 확인된 덕택이다. "재판은 평화를 이루는 과정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각자 기여할 몫이 무엇인지 성찰하길 바란다." 재판부의 이 같은 조언을 앞장서 따르고 있는 쪽은 노동자들이다.

▲ 한상균 전 지부장은 사진을 찍겠다고 하자 '어떤 피켓이 좋겠느냐'며 천막 안에 모아둔 피켓 더미를 뒤적거렸다. 한참 고심한 끝에 그가 집어든 피켓은 '함께 일해요'였다. 사진은 그가 지난 7일 받은 판결문을 보고 있는 모습. ⓒ프레시안(최하얀)

한 달 만에 당기순손실 4배 이상 급증…"먹튀가 시작됐다"

1861억→7110억. 해고자들의 '악몽'과도 같은 5년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2008년 말, 쌍용차의 당기순손실은 정리해고 발표를 얼마 앞두고 갑자기 네 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불과 한 분기 만이었다. 회계에 문외한이었던 노동자들도, 이 같은 급격한 재무제표 악화는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걸 쉽게 눈치챘다.

더욱이 상하이차의 '먹튀' 징후가 곳곳에서 발견되던 때였다. 당시 상하이 차는 신규 프로젝트 추진 등을 노조와 세 차례(2004년, 2005년, 2006년)에 걸쳐 특별 협약하고도 투자에 머뭇거렸다. 2005년에서 2008년 사이 상하이차의 투자액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시기였던 2004년보다도 적다.

"2008년 3분기 회계 감사 보고서에선 '회사가 파산 직전이니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말이 하나도 안 나와요. 그런데 불과 석 달 만에 2646명을 날려야 회사가 산다는 경영 진단이 나오니 믿을 수 있겠어요. 최대한 파장이 적은 먹튀 방법, 그러니까 '회사가 어려워졌으니 손 털고 떠난다'는 그림을 만드는 거구나 했습니다."

2009년 당시 노조는 회생을 위한 자구책까지 제시했다. 신차 개발을 위한 1012억 원을 노조에서 출연하고 근무형태를 주간 연속 2교대제로 전환해 월급을 줄여보자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안을 제시하고 다음날인 2009년 4월 8일, 쌍용차는 아랑곳없이 2646명 정리해고 발표를 강행한다.

"(자구책을) 결국은 안 받더라고요. 그런데 안 받는 이유가 더…. 산업은행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가 못 받는 거라고 그랬어요. 이건 내가 그때 공식적으로 들었습니다. 위기가 왔으니 무조건 잘라야 한다고요. 저 사람들 머릿속엔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는 동의어인 거예요. 그런데 국어사전 찾아보세요. 구조조정엔 정리해고가 안 나와요."

구차종은 단종하고 신차종은 누락하고…"회계의 기본도 못 갖춘 억지"

당시 상황을 되짚어 보면 이렇다. 2008년 말 쌍용차 회계 감사를 담당한 안진회계법인은 '현재 보유 중인 생산 설비로부터 지속적인 손실이 발생하니(회수 가능액이 장부가액보다 적으니) 유형자산 손상차손을 인식해야 한다(회계장부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렇게 작성된 감사 조서에 반영된 유형자산 손상차손이 5176억 원. 이는 자연스레 당기순손실과 부채 비율(168%→561.3%) 상승으로 이어졌고 이듬해인 2009년 3월, 삼정 KPMG는 이러한 안진의 감사 조서를 토대로 '2646명을 정리해고 해야 한다'는 경영 진단을 내놓는다.

해고자들이 문제 삼은 곳이 바로 이 '5176억 원'이다. 당시 쌍용차 손상차손은 문제가 된 설비를 이용해 생산 활동을 계속할 때 생길 이익(공헌이익) 추정치에 따라 결정됐다. 그리고 이 공헌이익 추정치는 향후 매출수량 추정치에 따라 계산된다. 쉽게 말해, 해당 설비로 매출을 많이 할 거라고 계획하면 손상차손은 적어지고 반대로 매출 추정치를 적게 잡으면 손상차손은 커진다.

해고자들은 쌍용차가 바로 이 대목에서 손실을 부풀리는 방식의 계산법을 택했다고 설명한다. 2009년과 2010년에 액티언, 카이런, 렉스턴, 로디우스 총 4종을 단종해 매출 추정치가 적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그 후속으로 생산될 신차의 판매 수량은 경영 계획에서 전면 배제하며 파산을 '기획'했단 것이다.

"예를 들어 다세대 주택이 있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한 집에 문제가 생겼다고 건물 전체가 '빵원'이 된다고 해놓은 거나 마찬가지예요. 라인을 단종시키고는 새 차를 안 팔고 공장 전체를 '고철'이 됐다고 본 거지요."

재판부 또한 이런 방식의 회계를 "비논리적"이라고 지적했다. 판결문 30쪽에는 "손상차손은 기업의 계속 운영을 전제로 한 자산 가치 평가인데, 6개 보유 차종 중 4개를 단종시킨다고 전제하고 신차를 개발․판매하지 않는다면 기업의 계속 운영 자체가 의문시되는 것으로 (중략)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없다"는 설명이 나온다.

▲ 재작년 5월 열린 쌍용자동차 희생자 추모 및 해고자 복직 범국민대회 모습. 이날은 22번째 희생자의 49재 다음날이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도와줄 회계사 찾아 전국 헤맨 해고자들…"그때만 생각하면 눈물이"

한편, 재판부가 선임한 특별감정인(최종학 서울대 회계학 교수)은 '쌍용차 회계장부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여기서도 의문점을 던진다.

"재판부가 중간에 최 교수한테 물어와요. 전제 조건을 다르게(신차종 매출 계획도 포함해) 다시 계산하면 회사 가치가 달라지냐고요. 변론 내내 우리 쪽 변호사들을 유치원생 나무르듯 깔보던 최 교수가 거기서 '당연합니다'라고 답해요. 그때 '아 됐구나. 혹여 해고는 못 엎어도 회계조작은 밝힐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한 지부장은 회계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저절로 눈물이 난다고 했다. 이 간단한 증명을 도와줄 회계사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닌 일이 생각나서다.

"볼트 너트 조이던 노동자들이 회계를 알면 얼마나 알겠어요. 내가 심지어 교보문고 지하에 가서 최 교수가 쓴 책도 다 사서 봤다니까. 대구로 부산으로 인천으로 도와줄 회계사도 찾으러 그렇게 돌아다녔는데 아무도 안 나서주는 거예요.

그럴 법도 한 게, 회계사들은 기본적으로 기업에서 일감을 받잖아요. 그러니 도와줄 수가 없지. 밥줄이 거기 다 있으니까. 회계의 기본만 알면 밝힐 수 있었던 것이 그래서 5년이나 걸려버린 거예요."

한 지부장은 이번 재판을 통해 노동조합들도 회계 쪽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는 생각을 굳혔다고 한다. 정리해고 사업장에선 언제나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를 입증키 위해 기업들이 복잡한 회계 장부를 들이미는데, 이에 대한 준비가 없으면 일방적으로 당한다는 판단이다.

"정리해고 잘못됐다는데…47억 손배·가압류 즉각 풀어야"

"재판은 승패를 가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화를 이루는 과정이 돼야 한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 각자 기여할 몫이 무언인지 성찰하길 바란다. " 재판부가 지난 7일 판결문을 다 읽은 후 양측에 한 조언이다.

'판사는 매번 노동자들에게 징역이나 때리는 사람'이라 생각했던 한 지부장은 이번엔 '사법부의 권위란 이렇게 생기는 거구나'란 생각을 했다고 한다. "진보·보수 판사 이런 소리엔 동의 안 해요. 정치적인 판단을 하는 판사인가 아니면 근거와 팩트를 가지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판사인가. 거기서 갈리는 거지요."

재판부뿐 아니라 지부 또한 판결 이후 정부와 쌍용차의 '후속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최근에 노조 목소리만 커진 감이 있다"며 "회사는 여전히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장기전으로 가기 위한 포석을 까는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고 한 지부장은 우려했다. 쌍용차는 24일 이번 판결 결과에 불복하고 상고했다.

"정몽준 의원이 말 잘했더라고요. 회계 조작은 경제 민주화에 반하고 국가 시스템과 사회 전체를 기만한 거예요. 국정조사 해야죠. 이런 부정을 감독했어야 할 금감원 등 기관들도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거고요. " (관련 기사 보기 : 정몽준 "쌍용차 가족에 진심 사과…국정조사 하자")

그는 47억 규모의 손배·가압류 집행도 즉각 멈춰야 한다고 했다.

"싸구려 아파트 하나 있는 거 다 가압류로 잡혀있고…. 작년에 복귀한 무급휴직자들은 썩어 빠지게 일하고도 급여가 압류돼 100만 원 간신히 받아들고 살아요. 그 절망감이 말로 표현이 안 되는 거예요. 회사 판단이 잘못됐다는 재판 결과가 나왔는데 손배․가압류로 이렇게 계속 숨통을 조인다면 누가 그런 기업과 정부를 지지해주겠어요. 결단의 시점이 더는 늦춰져서는 안 됩니다."
▲ 지난해 6월 7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쌍용차 'H-20000' 프로젝트 모터쇼에서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이 흐뭇한 표정으로 행사를 즐기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사회 지도층들, 이번 판결 뼈에 새겨야"

이번 재판의 의의는 무엇보다 정리해고의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했다는 데 있다.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해고는 최후의 수단'이란 점을 몇 차례에 걸쳐 강조한다. 그러면서 비록 '유동성 위기'가 일시적으로 있었을지언정 대규모의 정리해고를 해야 할 만큼의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재무 건전성 및 효율성 악화를 쌍용차가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고도 판시했다.

77일 옥쇄파업 이후 당초 정리해고 계획이 크게 축소됐음에도 주요 채권자가 반발하지 않았음을 들어 '2646명'이란 최초 해고 목표 숫자에도 의문을 던졌다. 무급휴직 등 가능한 해고회피 조치를 최대한 취하지 않았다는 점 또한 해고 무효 판결의 근거가 됐다.

"이번 재판은 쌍용차 정리해고자 153명만 승소한 게 아니라고 봐요. 기업의 이익만을 앞세운 '구조조정=정리해고'란 협소한 논리를,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해고라는 수단을 함부로 쓰지 않기를 바라는 재판부의 간절함이 이 판결문에 담겨 있다고 봐요. 책임 있는 사회 지도층들은 이번 판결을 뼈에 새겨야 합니다."

'이 사건 정리해고는 모두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문장이 선명한 판결문을 가리키며 한 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깊고 긴 상처, 쌍용차로 돌아가야 치유된다"

인터뷰를 마치며 물었다. 왜 꼭 쌍용차여야 하느냐고 말이다. 그는 "다른 데 이력서 내도 안 붙는 건 부차적인 문제고…"라며 이렇게 답했다.

"내가 처남 넷이 있거든요. 감옥에서 살고 나와보니 이 친구들이 렉스턴만 4대를 샀더라고. 자기 매형은 말이야. 회사한테 이래가지고 감옥에 가 3년이나 살고 나왔는데 말이야. 그런데 이 사람들이 딴 차를 안 사고 왜 이걸 샀을까 그걸 한 번 생각해 봐 주세요."

해고자는 물론 그들의 가족까지도 이렇듯 쌍용차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그는 설명했다. 10년에서 20년 쌍용차에 인생을 바친 해고자들. 그래서 그는 쌍용차로의 복귀만이 진짜 '치유'의 길이라고 강조한다.

"영혼까지 파괴된 이 상처는 어떤 명약으로도 치유되지 않을 것 같아요. 저 굳게 단힌 문을 열고 들어가서, 내 손때가 묻은 임팩트랑 드라이버를 들고 전 국민이 사랑하는 SUV를 만들 때, 그때에만 비로소 치유될 수 있겠다 생각해요. 바로 그게 중요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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